[호르무즈 파병] "도움 필요 없다" 동맹국 지원 거절에 분노한 트럼프, 이기적 외교의 민낯
[호르무즈 파병] "도움 필요 없다" 동맹국 지원 거절에 분노한 트럼프, 이기적 외교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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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외면하는 동맹국 공개 비판 삐걱대는 美 외교 체계, 외교관 대신 트럼프 측근이 자리 차지 관세 압박 등 자국 우선주의 노선도 동맹국과의 균열 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공개 비판했다. 다수의 동맹국이 호르무즈 해협 개입을 꺼리며 미국의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자, 직접적으로 이들 국가를 향한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균열이 △측근 외교 △자국 우선주의 노선 △극단적 통상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패착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동맹국 향해 불만 표출
17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 중 기자들에게 “모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이 우리가 한 일에 전적으로 동의했지만, 우리를 돕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며 “나토는 매우 어리석은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시점 독일, 프랑스, 캐나다, 그리스, 노르웨이 등 나토 소속국을 포함한 주요 동맹국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국, 일본, 호주 역시 직접적인 군사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도 재차 유사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은 나토 동맹국들로부터 이란 테러 정권에 대한 우리의 군사 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는 거의 모든 국가가 우리의 조치에 강력히 동의했고, 이란이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든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다행히도 우리는 이란 군대를 초토화했고 군사적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더는 나토 국가들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일본, 호주, 혹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측근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미국 정계에서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17일 엑스(X·구 트위터)에 “방금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의 기능 유지를 위해 유럽 동맹국들이 자산 제공을 꺼리는 문제에 대해 대화했다”며 “살면서 그가 이렇게 화가 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적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을 작동 가능하게 유지하는 일은 미국보다 유럽에 훨씬 더 큰 이익이 된다”며 “아야톨라(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으로 폭사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핵폭탄 보유를 막기 위한 군사 행동이 미국의 문제일 뿐 자신들의 문제는 아니라는 식의 동맹 태도는 불쾌함을 넘어선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 불안 키우는 트럼프식 외교
미국과 동맹국들의 협력 구도가 눈에 띄게 불안정해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균열의 시발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을 꼽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외교관 없는 외교'를 펼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국제 현안에 대처할 때 전통적 외교 라인 및 국무부·국가안보회의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미국외교관협회(AFSA)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사 자리(전체 195석) 중 절반 이상이 지명자도 없는 완전한 공석 상태다. 그나마 지명한 대사 70명 중에서도 정통 직업 외교관은 6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정치인 출신 혹은 트럼프의 개인 인맥이다. 뉴욕타임스·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측근 외에는 신뢰하지 않는 트럼프가 직접 외교 현안의 주도권을 쥐고 성과를 내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이러한 측근 중심 외교로 인해 미국의 협상력이 대폭 약화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두 개의 협상은 이 같은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이자 오랜 친구 스티브 위트코프 및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달 17일 제네바에서 이란과의 핵 협상을 진행하고, 우크라이나·러시아와도 3자 종전 협상을 가졌다. 외교 전문가가 아닌 대표단이 민감한 외교 사안을 하루에 연달아 논의한 것이다. 그 결과 이란과의 핵 협상은 후속 협상에 합의하는 원론적인 선에서 마무리됐으며, 종전 협상도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를 비롯한 핵심 쟁점에서 암초에 부딪혔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다자 시스템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그는 재집권 이후 영토 확장 등 ‘힘 중심’ 외교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토를 비롯한 전후 다자 안보 체제를 위협했다. 국제연합(UN) 기후변화협약, UN 민주주의기금, UN 여성기구, UN 인구기금 등 지금까지 미국이 참여해 온 수십 개의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세계 질서의 수호자였던 미국이 그 질서를 뒤흔드는 불안 요인으로 변모하고, 동맹과 규범을 기반으로 유지돼 온 국제 질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관세 전쟁, 트럼프 발등 찍었다
관세 정책 등을 통해 드러난 극단적 자국 우선주의 노선도 미국과 동맹국의 결속을 약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겨냥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품목별 관세 위협 역시 철강·알루미늄을 시작으로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첨단 산업까지 확대됐다. 이에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며 국제사회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이후 이어진 관세 협상에서도 미국은 동맹국과의 공조보다 자국 산업 보호 및 무역수지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관세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각국에 대미 투자, 시장 개방 등을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압박은 한국, EU, 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들도 피해 가지 못했다. 일본은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5,500억 달러(약 817조7,95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한국 역시 3,500억 달러(약 520조4,150억원) 투자와 1,000억 달러(약 148조6,9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자동차·농산물 시장 개방 등을 약속했다. EU도 규제, 시장 접근 조건 등 비관세 장벽 완화 조건을 수용했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이 '외교적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가 동맹·적국을 가리지 않고 적용돼 대중 견제용 연합 전선을 허물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안보·산업 기반까지 약화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미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 전문가들도 관세 압박이 유럽과 일본, 호주 등 핵심 우방과의 관계를 흔들며 미국의 안보 협력과 글로벌 리더십을 갉아먹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현지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전략이 19세기식 중상주의에 가깝고, 동맹을 협력 파트너가 아닌 거래 대상으로 취급하면서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전략적·제도적 리스크까지 키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