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동맹 의리 지키려다 중동 전체와 충돌? 군사 지원 가로막은 이스라엘 변수
[호르무즈 파병] 동맹 의리 지키려다 중동 전체와 충돌? 군사 지원 가로막은 이스라엘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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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참전으로 분쟁 범위 확장 군사 개입 시 중동과 관계 악화 불가피 참전 시 미·중 갈등까지 확장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을 향해 중동 분쟁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거듭 압박하는 가운데, 대부분 국가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일견 미국과 이란의 충돌처럼 보이지만, 실제 전장의 중심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대리전 구도로 이동한 상황이다. 이에 여타 국가의 군사적 개입은 특정 진영에 대한 직접 지원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겼다. 여기에 아랍권 전반의 반이스라엘 정서와 중국을 둘러싼 전략 경쟁까지 겹치면서 주요국들로서는 군사적 선택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중동 전면 갈등으로 비화 조짐
16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레바논 남부 지역에 대한 지상 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북부와 국경을 맞댄 레바논 남부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일원으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의 활동 근거지로 꼽힌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28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이스라엘 측 공습으로 사망하자, 이달 2일 참전을 선언한 바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헤즈볼라의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기 전까지 레바논 주민들은 해당 지역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작전은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6만 명 수준의 병력을 보유한 헤즈볼라는 탄도미사일과 드론, 로켓 등 1만 기에 달하는 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바탕으로 헤즈볼라는 지난주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드론 공습을 가했다. 수백 대의 드론이 투입된 헤즈볼라의 공습에 대응해 이스라엘은 ‘적 궤멸’에 초점을 맞춘 작전에 돌입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나다브 쇼샤니 중령은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작전을 확대하려 한다”며 “정예부대인 라드완 부대 소속 전투원 수백 명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선이 국가 간 충돌을 넘어 비국가 무장세력까지 포함한 다층적 충돌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의 군사 전략 역시 다중 전선 확장을 전제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번 작전이 가자지구 군사작전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가자지구 절반 이상을 장악한 이스라엘은 시리아 일부 지역과 서안지구에도 병력을 주둔시킨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레바논 남부까지 지상군을 투입한 것은 공중전만으로는 헤즈볼라와 같은 토착 무장 조직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은 1982년 레바논에서 유사한 시도에 나선 전례가 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실제 전황도 장기 소모전으로 번지는 흐름이다. 헤즈볼라는 전쟁 2주 차에 접어든 시점에도 공격 능력을 유지하며 200발 이상의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했고, 16일 이후로도 매일 수십 발 규모의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2024년 11월 체결된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수준이다. 이스라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를 넘어 도심과 해안 관광지까지 공습 범위를 확대하며 전장을 넓히며 대응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황은 이번 중동 전쟁의 중심축이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아닌, 이스라엘과 이란 간 대리전 양상으로 이동했음을 방증한다.
이스라엘 진영 합류 부담 커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요청받은 동맹국들이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며 몸을 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칫 아랍권 내부의 ‘공적’으로 분류되는 이스라엘의 손을 잡았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 꾸준히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싸고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과 전쟁을 치렀다. 1979년과 1994년에는 각각 이집트, 요르단과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중동 아랍국가 다수와의 관계는 여전히 긴장 상태로 남아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현재의 충돌 구도를 이해하는 핵심 축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까지 양국은 석유 거래와 군사 협력을 병행하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혁명 이후 루홀라 호메이니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가 집권하면서 이스라엘을 “이슬람의 적”, “위대한 사탄(미국)에 기생하는 작은 사탄”으로 규정하며 모든 공식 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이란은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무장 조직을 지원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했고, 이스라엘 역시 이란의 핵 개발과 군사 활동을 견제하는 대응을 이어 왔다.
2023년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은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관계를 다시 급격히 악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확대되자 아랍권 전반에서는 반이스라엘 정서가 강화됐고, 외교적 대응도 이어졌다. 요르단은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는 의미로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소환했고, 이집트 또한 공식 채널을 통해 “전쟁의 여파로 가자지구 주민들이 자국으로 유입되는 사태가 수십 년간 유지된 평화조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레인과 모로코, 이집트 등에 주재하던 이스라엘 대사들도 줄줄이 본국으로 복귀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관계 변화는 경제적 이해관계까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가자지구 전쟁이 발생하기 전인 2022년 UAE의 대이스라엘 무역 규모는 25억 달러(약 3조7,000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여론과 외교 환경이 빠르게 악화됐다. 당시 국제연합(UN) 주재 UAE 대사 라나 누세이베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모든 아랍 지도자는 이스라엘에 대응하는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아랍권 전반의 인식은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경제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여타 국가들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국, 상황 관망 전략
중국과의 관계 또한 고려해야 할 요소다. 그간 중국은 이란을 통해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2023년 3월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수니파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두 국가 간 관계를 복원한 사건으로, 중동 질서를 뒤흔든 외교적 전환점으로 평가됐다. 동시에 중국은 이란 석유 물량의 약 90%를 구매하며 경제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란 핵시설 건설 과정에도 일정 수준의 기술적 지원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양국의 군사·경제 연계는 단순 협력 수준을 넘어 전략적 결속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여부를 단순히 중동 분쟁 차원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란을 상대로 한 개입은 중국의 영향력과도 직접 충돌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사태에서 군사적 개입 대신 상황을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외교적 발언을 통해 “군사적 수단이 평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고 밝히며 미국의 행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직접 개입 없이도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려는 접근으로 해석되며, 여타 국가의 군사 참여가 미·중 경쟁 구도에 편입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일정 수준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를 끌어내리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봤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마이클 커닝햄 선임연구원은 “중국 입장에서도 에너지 수급 차질 등으로 상황이 어렵지만, 미국보다 더 오래 혼란을 견딜 수 있다고 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단기간 내 상황 안정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는 다시 동맹국들의 선택지가 한층 더 좁아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미국의 압박을 못이겨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이란과 밀착한 중국과의 관계까지 함께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