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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조 ‘안보 지갑’ 연 독일 정부, 몸값 오르는 獨 방산 빅3

185조 ‘안보 지갑’ 연 독일 정부, 몸값 오르는 獨 방산 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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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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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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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국방 예산 증액
대규모 발주 물량, 방산 '빅3' 수주잔고로 직결
독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가파른 체질 개선 기대
라인메탈의 PzH2000 전차/사진=독일 국방부

독일 방산 ‘빅3’의 수주잔고가 210조원을 웃돌며 최소 8년치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 정부의 공격적인 군비 확대가 대규모 수주로 직결되면서 생산능력 확장과 산업 재편이 동시에 가속되는 국면이다. 이러한 흐름은 독일 경제 전반의 공급망 재편과 제조업 구조 변화까지 견인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라인메탈·KNDS·TKMS, 기록적 재무 성과

17일(이하 현지시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라인메탈(Rheinmetall), KNDS, TKMS(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 등 독일 방산 3사는 시대 전환의 최대 수혜를 입으며 기록적인 재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독일 최대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2022년 매출 64억1,000만 유로(약 10조9,000억원), 영업이익 7억5,000만 유로(약 1조2,800억원)에서 2024년 매출 97억5,000만 유로(약 16조7,000억원), 영업이익 14억8,000만 유로(약 2조5,300억원)로 수직 상승했다. 2025년 잠정 실적은 매출 127억 유로(약 21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20억 유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주잔고는 2022년 266억 유로에서 지난해 말 800억 유로(약 137조원)로 3년 만에 3배가량 폭증하며 무려 8년치 일감을 쌓아두고 있다.

연내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증시 상장이 유력한 KNDS는 2022년 매출 31억7,000만 유로(약 5조4,000억원), 영업이익 3억9,000만 유로에서 2024년 매출 38억 유로(약 6조5,000억원), 영업이익 5억 유로(약 8,500억원)를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은 45억 유로(약 7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5억 유로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레오파르트 2A8 등 유럽 공동 조달 수요가 집중되면서 수주잔고는 2022년 151억 유로에서 2025년 250억 유로(약 42조8,000억원)를 넘겼다.

212급 잠수함을 내세워 캐나다에서 한화오션과 경쟁 중인 TKMS도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2022년 매출 18억 유로(약 3조원), 영업이익 6,000만 유로(약 1,000억원)에 머물렀던 실적은 2024년 매출 22억 유로(약 3조7,000억원), 영업이익 1억3,000만 유로(약 2,200억원)로 개선됐다. 지속적인 잠수함 수주 확보에 힘입어 수주잔고는 2023년 116억 유로(약 19조9,000억원)에서 2025년 187억 유로(약 32조원)로 60% 이상 확대됐다. 이러한 실적 개선 흐름을 바탕으로 TKMS는 지난해 10월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했다.

독일 재무장 본격 돌입, 국방비 GDP 3.5%로 증액

독일 방산 기업의 실적 호조는 국방비 지출을 급격히 늘린 정부의 정책 기조가 대규모 수주로 직결된 결과다. 전후 약 80년 동안 독일은 군사력 강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전범국이라는 역사적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고, 미국이 유럽 안보에 중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각성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소속이었던 올라프 숄츠 전 총리는 전쟁 발발 사흘 뒤 하원 연설에서 "러시아의 침공은 유럽 역사에서 시대전환(Zeitenwende)의 분기점"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군사 개혁을 위해 1,000억 유로(약 171조5,000억원) 규모의 특별 기금을 발표했다.

재무장을 향한 독일의 발걸음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시대를 맞아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의 '2026년 국방 예산안(Einzelplan 14)'에 따르면 독일은 총 1,080억 유로를 국방 예산으로 배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3월 독일 정부는 기본법(헌법)을 고쳐 국방비 지출에서 부채한도 제한 규정(GDP의 0.35% 이내로 재정적자 제한)을 없앴다. 이로써 독일의 국방 지출은 사실상 무제한으로 가능해졌고, 인프라 투자기금(총 5,000억 유로·약 857조원)에도 부채 제한이 적용되지 않게 됐다. 현 계획대로 지출이 이뤄지면 독일 핵심 국방비는 2025년 GDP 2.4%에서 2029년 약 3.5% 수준으로 올라간다. 빚을 내서라도 2029년까지 5,000억 유로 이상의 국방 펀드를 조성해 군대를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독일 연방국방부의 예산 체계는 일반 회계에 해당하는 정규 연방예산(Einzelplan 14)과 특별 회계인 연방군 특별기금(Sondervermögen)으로 운영된다. 독일은 정규 연방예산에서 무기 조달에만 381억3,300만 유로(약 65조4,000억원)를 편성했다. 전년 대비 72% 이상 늘어난 규모다. 레오파르트2A8과 탄약, 212CD급 잠수함 등 대형 프로젝트의 양산이 올해부터 내년 사이에 몰려 있어서다. 여기에 독일이 헌법을 개정해가며 군사력 증강을 위해 조성한 특별기금에서 255억1,000만 유로(약 43조7,000억원)가 추가 투입된다. 무기 구매와 개발에 투입되는 실질적인 방위력 개선비 총액은 640억 유로(약 109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의 2026년 방위력 개선비(약 20조원)보다 4.6배나 많은 규모다.

'독일군 귀환' 무기 조달에 천문학적 규모 지원

또한 독일은 국방예산 확대 기조와 병행해 핵심 무기체계 조달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기갑 및 포병 중심의 전통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주포·장갑차·전차 등 주요 장비 도입을 확대하는 한편, 탄약 생산 능력 증설과 군수·물류 체계의 현대화도 병행 추진 중이다. 특히 유럽 주도의 ‘유럽 스카이 쉴드(European Sky Shield Initiative, ESSI)’는 다층 방공망 구축을 목표로 한 핵심 프로젝트로 부상하고 있다. 다수 유럽 국가가 참여하는 이 사업은 지상 기반 통합 공중·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미사일·레이더·지휘통제 시스템 전반에서 광범위한 수요 창출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탄약 생산 확대, 기갑 장비 유지·정비, 전문 전투장비 확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방 인프라와 물류 체계 개선을 위한 재정 투입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러한 인프라 투자는 단순한 군사시설 확충에 그치지 않고 생산설비 증설과 유지·보수(MRO) 시장 확대까지 이어지며, 독일 내 방산 공급망 재편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기조는 생산 현장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라인메탈과 KNDS는 전차·자주포·탄약 생산라인을 대폭 증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파르트2 전차는 월 1~2대 수준의 ‘수공업’ 생산에서 벗어나 연 200대 이상을 목표로 스마트팩토리 전환이 진행되고 있고, 155㎜ 포탄 역시 수년 내 연 수십만 발 체제로 확대될 예정이다. 잠수함 분야에선 TKMS가 수주잔고를 빠르게 늘리며 재도약에 나섰다.

주목할 점은 자동차, 조선 등 전통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산업 구조다. 독일은 기술력을 갖춘 자동차 생산 라인을 방산용으로 전환하는 등 기존의 유휴 설비와 숙련된 기술 인력을 활용해 단기간에 생산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라인메탈 역시 폴크스바겐의 독일 공장을 인수해 방산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독일 제조업 구조조정과 방산 확장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인프라 및 제조업 분야에서도 반등이 예상된다. 5,000억 유로의 인프라 투자가 낙후됐던 독일의 도로·철도·에너지망 현대화를 촉진하며 건설 및 제조업 전반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전망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독일의 국방비는 운영, 유지보수(38.6%), 인력(29.6%), R&D를 포함한 주요 장비(28.6%), 인프라(3.2%) 순으로 지출됐다. 인건비 비중은 2011년 징병제 중단 후 꾸준히 감소해 온 반면, 장비 지출은 러-우 사태를 계기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방 예산 증액과 더불어 무기 수요 급증, 신기술 개발 등으로 독일 연방국방부의 장비 지출 규모는 2029년까지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방위비 지출이 독일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독일의 정부 부채 비율은 현재 GDP 대비 65~66% 수준에서 2029년까지 70%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에 비해선 낮은 편이지만, 재정 건전성에 민감한 독일에서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남길 수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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