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질서의 비용] 전쟁의 문턱이 낮아지는 시대, 미래 전장의 승패는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국제 질서의 비용] 전쟁의 문턱이 낮아지는 시대, 미래 전장의 승패는 ‘지속 가능한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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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장기화, 현대전 공식 재편 드론 확산·포탄 대량 소모, 속도와 지속 능력 부각 생산·보급·지휘 결합한 통합 전력만이 경쟁력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 이어지면서 미국이 고수해 온 현대전의 공식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전선에서는 하루 수천발의 포탄이 소모되고, 대량 투입된 저가 무인체계는 과거 정예 비행대나 위성 자산이 전담하던 정찰·타격 임무를 빠르게 대체했다.
물량 중심의 소모전과 분산형 전력이 결합한 이러한 양상은 전쟁을 수행하는 환경 자체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러-우 전쟁을 단순한 지역 분쟁으로 축소 해석할 경우, 차기 분쟁에서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제 무인항공체계와 포병 화력, 현장 단위의 자율적 판단이 승패를 좌우하는 환경에서 미군의 ‘지속 가능한 전투력’ 확보는 전략적 과제로 자리 잡았다.
전술 혁신과 작전 구조의 재편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투력 운용 방식 자체를 바꿔 놓고 있다. 저가 드론과 정밀 화력, 분권화된 지휘가 결합하면서 작전 구조가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소규모 부대가 독립적으로 기동해 표적을 탐지·타격하는 양상이 확산됐고, 고가의 대형 플랫폼은 네트워크 기반 저비용 공격에 허점을 드러냈다. 동시에 대량의 포탄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능력이 지상전의 향방을 결정하는 요소가 됐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변화에 대한 적응 속도가 전투력의 수준을 결정짓는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소형 1인칭 시점(FPV) 드론 운용을 확대하고 방공 전력과 전파 대응 능력을 분산 배치함으로써 비용 증가를 억제하면서도 대응 역량을 끌어올렸다. 반면 공중 우세에 의존하거나 저비용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상 돌파에 집중한 전력은 작전 지속성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작전 양상은 지휘 방식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군에서는 경직된 상명하복식 통제보다 현장 판단을 중심으로 한 협업 구조가 실질적 성과를 냈다. 소규모 부대가 상부의 세부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정찰과 화력을 결합해 곧바로 대응하는 운용이 정착됐다. 전투 속도가 디지털 기술과 맞물려 빨라진 만큼, 사이버 방어 역량과 안정적인 고속 통신망은 작전 수행의 기본 조건으로 부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교훈의 국제적 확산
전투 양상의 변화는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며 대량 포병 운용 능력과 군수 생산 확대, 고강도 소모전을 전제로 한 교리 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티 카운슬(Atlantic Council)은 평양이 전장에서 확인된 전술과 운용 방식을 군 현대화에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저비용·대량 중심 전술이 다른 잠재적 분쟁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대응도 주목된다. IDF는 인공지능(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체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레이저 등 에너지 기반의 저비용 방어 수단을 병행하며 기술 우위와 비용 효율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 드론과 타격 체계, 민간 방호 체계를 통합해 대응 시간을 단축하는 운용 방식도 강화했다. 이는 첨단 전력과 저가 공격 수단이 동시에 작동하는 환경에 맞춘 전략적 조정으로 해석된다.
드론의 상시 운용은 병사들을 지속적 감시와 기습 위협에 노출시키며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동시에 무인체계와 첨단 무기 운용에 숙련된 인력이 향후 분쟁 지역이나 민간 군사·보안 분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투 경험과 운용 노하우가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상황에서 교관과 지휘관, 무인기 운용 인력 등 핵심 인적 자원의 이동은 전략적 변수로 작용한다. 정보 역량과 외교적 조정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전술과 기술의 확산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전력 설계와 억지 전략의 재구성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의 정책 구조 전반에 대한 조정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지속적 생산 능력을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설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장기전의 승패가 보급의 연속성에 좌우된다는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분명히 확인됐다. 미국은 탄약과 소형 무인체계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상시 가동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례 발주 체계 구축과 국내 생산 유인, 동맹과의 공동 생산 체계 마련은 필수 과제다.
훈련과 부대 구조의 체질 개선도 더는 미룰 수 없다. 현장 판단을 중심에 둔 지휘 방식과 통신 복원력, 저가형 자율 체계의 통합 운용을 전제로 한 훈련을 상시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전파 교란이나 보급 차질 같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전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고강도 화력 소모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기본 훈련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임무형 지휘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 신속한 보급 체계와 정찰·화력의 현장 통합 원리를 군 운용 체계에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또한 억지 전략의 개념 역시 근본적인 재정립이 불가피하다. 과거 억지가 첨단 무기를 통한 초기 타격 능력에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고강도 장기전을 감당할 수 있는 지속 역량을 입증하는 데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산업 투자를 확대해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동맹과의 공동 대비 체계를 제도화하는 행보 자체가, 미국의 압도적인 장기전 수행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신호다. 이러한 준비 태세가 뒷받침될 때에야 상대의 전략적 오판을 억제하는 실질적 억지력이 형성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군수 생산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과 첨단 무기 개발 투자 축소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탄약과 소모성 체계 생산에 예산이 집중될 경우, 차세대 고도화 무기 개발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첨단 전력과 대량 운용 체계를 병행한 군대가 단기 타격력과 장기 지속 능력을 함께 확보해 왔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확인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막대한 탄약 소모와 저가 드론·타격 수단이 만들어내는 속도에 맞춰 전력 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 생산력과 병참 체계, 지휘 구조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통합 전력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고강도 전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미래 전쟁의 경쟁력은 이러한 구조적 준비 수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Ukraine shock: what the Ukraine lessons for US military really demand now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