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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질서의 비용] 우크라이나의 ‘美 20년 안전 보장’ 요구, 단순 지원 넘어 자립을 위한 시간

[국제 질서의 비용] 우크라이나의 ‘美 20년 안전 보장’ 요구, 단순 지원 넘어 자립을 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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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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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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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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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장기 안전 보장 필요성 제기
재침공 억제 위한 장기 억지 체계 제도화
군사·재건 결합한 다자 안보 설계 구축 요구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종전 이후의 질서를 설계해야 하는 우크라이나에 시간은 곧 생존의 조건이 됐다. 영국 매체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뮌헨 안보회의에서 미국이 제안한 15년 기한의 안보 보장안에 선을 그으며 “러시아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국가의 존엄을 지키려면 최소 20년의 안전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1994년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의 한계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판단에 기반한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안전보장 약속을 전제로 핵 자산을 폐기했지만, 합의에는 군사적 개입 의무나 자동적 방위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러시아의 군사 행동이 이어졌음에도 해당 문서는 실질적 억지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같은 역사적 경험은 ‘20년’이라는 구체적 기간 제시로 이어졌다. 지속 가능한 평화는 정치적 수사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 국제적 강제력이 없는 합의는 과거 휴전과 협정이 반복적으로 무력화됐던 전례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관건은 신뢰성이다. 집행 절차와 재원 조달 방식, 감독 구조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약속으로는 국가의 장기적 안정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20년 안보 보장의 실질적 내용

정책 논의는 보장안의 세부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신뢰 가능한 안보 보장은 군사 지원과 경제 재건, 이를 담보하는 집행 체계가 결합된 구조일 때 실효성을 갖는다. 군사 지원의 범위와 조건을 조약에 명시하고, 재건 재원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며, 위반 시 자동으로 작동하는 대응 절차를 마련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우크라이나가 요청하는 20년 보장의 구상은 이러한 설계 방향을 전제로 한다. 단기 지원을 반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 억지 체계를 제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침공을 구조적으로 억제할 방어 체계를 법적 틀 안에 고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한국과 대만의 사례는 이 접근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은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반으로 연합 방위 체제를 유지하며 전후 재건의 토대를 마련했고, 대만도 대만관계법에 따라 장기간 무기 지원과 군사 협력을 지속해 왔다. 두 사례는 일관된 정책과 제도화된 억지 장치를 통해 방위 역량을 축적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 적용될 협정 역시 지원의 조건과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재건 재원의 조달·집행 방식을 구체화하며, 이를 감독할 다자 구조를 제도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미국이 참여하는 감독 체계가 갖춰질 때 집행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경제적 설계가 병행되지 않으면 장기 보장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수천억 달러로 추산되는 재건 비용을 고려하면 군사 지원과 경제 재건을 분리한 접근은 휴전 이후 구조적 불안을 남길 수 있다. 대출과 보조금, 제도 개혁과 연계된 재정 지원을 결합해야 산업 기반과 군사 역량의 동시 복원이 가능해진다. 20년이라는 기간은 의존을 지속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제도적 약속을 실질적 역량으로 전환하는 이행 기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주: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20년 안전 보장은 한국·대만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의 안보 체제에 비해 짧은 기간으로, 키이우가 요구하는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위험 요인과 억지력의 설계

물론 강력한 안보 보장은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반발 우려가 장기 안보 약속을 주저하게 만드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확전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를 정교하게 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서방과의 군사 협력을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해 온 만큼, 보장의 성격이 방어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전쟁 종결 이후 단계적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는 틀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럽 국가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다자 구조를 갖출 경우, 해당 보장이 특정 국가의 단독 구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진다. 이는 긴장 관리와 국제적 정당성 확보 측면에서 동시에 의미를 갖는다.

억지력의 핵심은 재침공으로 얻을 이익보다 치러야 할 비용이 훨씬 크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방공망 강화와 안정적인 군수 지원, 사전에 합의된 제재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위반 발생 시 지체 없이 대응이 이뤄진다는 확실한 신호가 뒷받침될 때 억지력은 실질성을 갖는다. 동시에 지원국의 국내 정치 변화로 약속이 흔들리지 않도록 장기적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고, 동맹국 산업과 연계된 계약 구조를 통해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주: 약속된 원조 규모는 예상 재건 소요에 크게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안보와 재정을 아우르는 다년간의 제도적 보장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안보 보장이 남길 정책적 과제

미국이 장기 안보 보장을 공식화할 경우 그 파장은 군사 영역을 넘어 교육·산업·행정 전반으로 확산된다. 재건 단계에서 시급한 과제는 숙련 인력 확보다. 복구 현장에 필요한 기술 인력과 설계·시공을 담당할 공학 인력, 지뢰 제거 인력 등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서방의 교육 기관은 단기 연수 과정과 학점 상호 인정 제도를 마련하고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재건 특화 장학금과 공동 연구센터는 재정 지원을 인적 역량과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통로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산업 기반을 복원하는 동시에, 인적 자본을 통해 유럽 경제권과의 구조적 연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방 분야에서는 장기 공급망과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년 무기 계약과 현지 생산 설비 확보는 장기 안보 보장의 실질적 토대다. 우크라이나 국가부패방지청의 군수 조달 투명성 강화 조치가 국제 감독 체계와 결합될 경우, 지원 자금의 집행 신뢰도 역시 높아질 수 있다.

강력한 안보 보장 약속이 긴장을 높이고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제도적 장치 없이 체결된 휴전은 갈등의 원인을 해소하지 못한 채 다음 충돌의 가능성을 남길 위험이 크다. 장기 부담을 줄이려면 지원을 축소하기보다 우크라이나의 제도와 방위 역량을 강화해 자립 기반을 구축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20년은 영구적 보호를 뜻하지 않는다. 전후 재건과 제도 복원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간을 제도적으로 확보하자는 제안이다. 이러한 구조가 마련될 때 합의는 지속 가능한 안보 질서로 이어질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y a 20-Year US Security Guarantee for Ukraine Is Essential for Durable Peac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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