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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사건에서 통상 변수로? 쿠팡 둘러싼 한미 정치 파장 주목

개인정보 사건에서 통상 변수로? 쿠팡 둘러싼 한미 정치 파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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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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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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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강화 문제보다 정치적 공방 부각
관세 부과 위한 전략적 포석 움직임
자국 기업 보호 명분 대항 입법 가능성

쿠팡 전 직원의 고객정보 불법 접근 사건을 둘러싼 논쟁이 국내 정치권 공방을 넘어 미국 의회 조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쿠팡 경영진은 민감한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거나 악용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대응 과정에서 규제 형평성과 조사 강도 논란이 함께 제기되면서 사안의 성격은 한층 복합해지는 흐름이다. 여기에 미국 의회 증언과 통상 이슈 연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논쟁의 범위는 이제 국제 정치 변수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규제 중심 압박, 본질은 뒷전

27일 유통업계와 정가에 따르면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미국 시간으로 전날 증시 마감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 참석해 투자자들에게 개인정보 사고 관련 경과 등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로저스 임시대표는 “작년에 쿠팡 전 직원이 3,300만 개 이상의 사용자 계정 정보에 불법 접근했고, 한국에서 약 3,000개의 사용자 계정과 1개의 대만 사용자 계정 정보를 저장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다른 누군가가 해당 정보를 열람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고객 정보가 악용된 사례 또한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이번 사건의 성격을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 인력에 의한 일탈 행위로 규정하고 대응 논리를 펼쳤다. 로저스 임시대표는 “이 사고는 전 직원이 쿠팡과 고객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라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처벌을 받도록 촉구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의하면 유출된 정보는 고객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일부 주문 내역 등 기본 연락 정보 중심이었으며 금융 정보나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 정보에는 접근이 확인되지 않았다. 2,609건의 공동 현관 출입번호가 포함됐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그 외 고위험 정보 유출 정황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사후 대응 과정에서는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한 조치가 강조됐다. 쿠팡은 미국 사이버보안 기업 맨디언트와 팔로알토 네트웍스에 포렌식 조사를 의뢰했으며, 분석 결과는 쿠팡 측이 파악한 정황(한국 계정 약 3,000개와 대만 계정 1개 정보 저장 후 삭제)과 일치한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공격에 사용된 모든 기기는 회수됐으며, 다크웹·딥웹 모니터링에서도 정보 유통이나 오용 흔적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로저스 임시대표는 “경찰청과 정부 민관합동조사단 역시 2차 피해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업계는 논쟁의 초점이 기술적 대응 수준보다는 정치적 공방으로 이동한 양상에 주목했다. 앞선 국회 질의 과정에서 기업 책임 공방이 확대되면서 보안 체계 개선 자체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밀려났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개인정보 사고 대응의 핵심이 재발 방지 체계 고도화와 내부 통제 강화에 있음에도 정치적 압박 구도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논쟁의 방향이 왜곡됐다”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 회사의 장기적 성공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정부 조사에 계속 협조하고 추가 개선 조치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美 기업 차별”, 무역법 301조 ‘빌드업’ 

이에 앞선 지난 23일(현지시각)에는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로저스 임시대표를 소환해 비공개 증언을 청취했다. 하원 법사위 산하 행정·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법 집행이 자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했는지 검토하기 위해 자료 제출과 증언을 요구했다. 7시간가량 이어진 이번 비공개 증언은 공식 청문회 대신 위원회 변호사들이 상세 사실관계를 따지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녹취된 사항은 향후 입법 추진이나 통상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미국 정치권은 한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을 미국 기술 리더들에 대한 “공격적 표적화”로 규정하며 강력한 비판을 쏟아냈다. 공화당 소속 짐 조던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소위원장은 소환장을 통해 “한국이 최근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쿠팡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아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심지어 JD 밴스 부통령까지 한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쿠팡 문제를 공식 언급하며 “개인정보 유출과 이에 따른 기업 제재가 양국 간 오해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사안의 정치적 무게감을 더했다.

의회 차원의 전격적인 개입 배경에는 쿠팡의 워싱턴 내 로비 활동 강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 오픈시크릿은 쿠팡의 로비 지출이 2021년 94만 달러(약 13억원) 수준에서 2025년 227만 달러(약 33억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고, 쿠팡이 설립한 정치활동위원회인 ‘COUPAC’에서도 수잔 델베네, 캐롤 밀러, 에이드리언 스미스, 대럴 아이사 의원 등에게 각각 최대 5,000달러에서 1만 달러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로비 대상 명단에 조던 법사위원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쿠팡의 목소리가 의회 핵심 인사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체계가 마련돼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내에서는 미 의회의 움직임이 무역법 301조 발동을 위한 전략적 명분 쌓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관세 부과를 위해 무역법 301조 발효를 공언한 상황에서 의회가 수집한 증언과 자료는 한국을 통상 압박하기 위한 결정적 근거로 활용될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쿠팡의 주요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캐피털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조치를 조사하고 보복 관세 등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취해달라는 청원을 제기한 상태다. 법사위 대변인 역시 로저스 임시대표의 증언이 무역법 301조 적용과 관련한 조사에 활용될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알 수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치적 갈등 변수로 확대 조짐

기업 분쟁 성격의 사건이 미국 의회 담론 속에서 정책 문제로 재구성되면서 쿠팡 사안 역시 정치적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형국이다. 현재 거론 중인 미국의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세율 제한 없이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매우 강력한 통상 수단으로, 1980년대 일본 반도체 협상이나 최근 중국 제재 과정에서도 활용된 전례가 있다. 프랑스 역시 2024년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미 무역법 301조를 토대로 하는 보복 관세 가능성에 노출된 바 있다. 특정 기업이나 사안이 통상 압박 수단과 연결되는 경로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 의회 조사와 행정부 통상 정책 간의 연결 가능성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한 이후 USTR은 301조 조사 대상과 관련해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포함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조사 항목에는 “불합리하고 차별적이며 부담을 주는 행위 전반이 포함된다”는 설명을 내놨다. 이는 쿠팡 측이 제기한 논리와 유사한 구조라는 점에서 정책 연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미 의회 일각에선 해외 규제의 영향권에 있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제도화하고 대항 입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외국 정부의 비차별 의무를 한층 강화하거나 통상 분쟁 발생 시 의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식 등이 논의의 중심에 있다. 이러한 입법적 시도는 자국 기업을 향한 해외 정부의 규제를 견제하는 기능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 등 보다 강경한 수단을 동원하도록 뒷받침하는 동력이 된다. 입법 완결성 여부와 무관하게 논의 자체만으로도 미국의 통상 이익을 관철하려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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