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LG화학 주총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 공방, “저평가 해소” vs. “경영 판단” 의견 분분

LG화학 주총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 공방, “저평가 해소” vs. “경영 판단” 의견 분분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기자
Bio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1% 미만 소수 지분으로 영향력 과시 
주가 부양 전략 or 주주가치 제고, 해석 분분
토종 기업 위협하는 ‘벌처펀드’ 우려 짙어져
LG화학 공장 전경/사진=LG화학

LG화학이 영국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의 주주제안을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양측 갈등이 본격적인 표 대결 국면에 들어갔다. 팰리서 측이 회사 저평가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며 관련 제도 도입과 자본배치 변화 등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LG화학은 경영 판단과 기업가치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장은 향후 주총 결과에 따라 협상 구도와 회사 전략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는 다시 행동주의 투자 영향력을 둘러싼 평가와 국내 기업 지배구조 논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자본 배분 비효율성·소통 부재 지적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LG화학은 팰리서캐피탈이 주총 의안 상정을 요구하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고 밝혔다. 내달 31일 열리는 제2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선임독립이사 제도 도입,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유동화 확대 등 팰리서 측 요구안을 포함한 의안을 상정하면서 자동으로 소가 취하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사회는 각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 권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단기 대규모 추가 매각 시 지분가치나 매각이익 훼손 가능성이 커 점진적 유동화가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보다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팰리서 측은 이번 주주제안을 저평가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 문제로 연결했다. 앞서 팰리서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자료에서 “LG화학은 글로벌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74%에 달하는 극심한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기록 중인데, 이는 자본 배분의 비효율성과 주주 소통 부재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 도입과 선임독립이사 정관 개정을 통해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고, 주주와의 소통 창구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선임독립이사 제도에 대해서도 “폐쇄적인 기존 의사결정 구조를 혁신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팰리서 측 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관 개정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LG그룹이 보유한 LG화학 지분은 34.95%로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에 가깝고, 2대 주주 국민연금(8.31%)이 찬성하더라도 가결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팰리서 측 보유 지분은 지난해 3분기 말 1.01%에서 연말 기준 0.67%로 줄었다. 그럼에도 주총 이전부터 이사회 운영 방식 변화와 주주환원 정책 논의가 촉발됐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좌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투업계에서는 이를 행동주의 펀드의 전형적인 협상 구조로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압도적인 지분율 격차를 고려하면, 정관 개정 자체를 목표로 했다기보다 협상 구도를 바꾸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사회 구성 변화와 공개적인 대응을 끌어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LG화학은 팰리서가 제안한 경영진 주식연계 보상 제도를 연내 도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부 요구를 반영하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오는 9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도입한다는 점도 향후 소수주주 영향력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로 지목된다.

“주주 중심 경영” 긍정적 시각도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을 바라보는 시장 시각은 단선적이지 않다. 먼저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구체적 수치와 제도 개선안으로 제시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LG화학이 NAV 대비 약 70% 할인된 상태라는 문제 인식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데서 알 수 있듯, 기업의 자본 배치와 거버넌스 구조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23일 논평에서 “팰리서캐피탈이 LG화학의 저평가 및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주주제안서를 제출한 점을 환영한다”며 “팰리서의 제안은 할인 거래되는 주가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포럼은 이번 사안을 주주권 강화 흐름의 계기로 평가하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포럼은 “최대주주인 LG는 25기 주총에서 소수주주 다수결 원칙을 존중해 이해관계 있는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하며 의결권 행사 관행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자기주식 취득은 보통주 대비 51%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우선주 소각을 먼저 하라”는 제안을 내놓으며 자본 효율성 개선 방향을 구체화했다. 이와 함께 “이사회 주도의 밸류업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독립이사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재무 구조 개선 요구는 행동주의 투자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포럼은 고려아연의 사례를 들어 “지분 2%(39만1,547주)가 현재 가치 6,511억원 규모의 무수익 자산”이라고 지적하며 매각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차입금 증가 문제도 동시에 제기했다. 국내 증권사 추정에서 LG화학 차입금은 전년 대비 10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데, 총차입금이 약 25조원 수준으로 시가총액 24조원을 상회하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포럼은 이 같은 재무 부담이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꼬집으며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는 게 우선”이라고 디레버리징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개입을 주주가치 제고 논리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동시에 제기된다. 행동주의 투자 특성상 기업 가치 재평가 기대를 형성하는 과정 자체가 투자 수익 실현 전략과 결합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특히 공개 주주제안과 의결권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기업 대응을 유도하고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행동주의 투자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돼 온 접근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LG화학과 펠리서를 둘러싼 시장의 시선은 시 지배구조 개선 요구라는 명분과 별개로 기업 가치 재평가 기대를 시장에 반영시키는 효과를 동시에 노린 전략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해외 자본 압박 확대 가능성

심지어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를 압박하는 벌처펀드의 ‘약탈적 접근’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러한 시각은 행동주의 투자가 제도 환경 변화와 결합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경영권 불안정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최근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 가운데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합산 3% 룰’ 확대 적용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조항이 결합될 경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이사회 구성에 소수주주 또는 외부 투자자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역사적으로도 국내 기업 가운데는 외부 투자자의 지분 참여 이후 경영권 갈등을 경험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2015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상태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 비율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을 진행했는데, 당시 삼성물산 오너 일가 지분율은 13.83% 수준에 그친 탓에 경영권 방어에 적잖은 부담을 겪었다. 엘리엇은 이후 2018년에도 현대차그룹 구조 개편 과정에서 10억 달러(약 1조4,500억원)규모 지분을 앞세워 임시주총 취소와 고배당을 요구한 바 있다. 

중견·중소 상장사에는 이러한 압박이 한층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 사례가 대표적이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제고와 투자자 저변 확대에 유리하다는 기대를 받았지만, 동시에 지배력 약화 가능성이 함께 부각됐다. 이전상장 실행 단계에서 유상증자나 신주 발행 등 추가 자금 조달 선택지가 논의될 공산이 큰 만큼 최대주주 지분 희석 위험이 커지는 탓이다. 알테오젠 최대주주 지분율은 19.09%(1,020만6,000주)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평균 최대주주 지분율(29.21%)을 한참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기업 의사결정 속도와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합산 3% 룰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동시에 적용될 경우, 일부 기업은 규제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상장을 미루거나 자산 규모를 2조원 미만으로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이 커지고 성장할수록 더 강한 규제를 받는 구조가 되면, 인적 분할이나 자산 매각을 통해 규모를 축소하려는 선택 또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기자
Bio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