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 나선 대만·日·필리핀, 제1도련선 안보 공조 확대
中 견제 나선 대만·日·필리핀, 제1도련선 안보 공조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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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中 대응 57조원 규모 국방 예산 편성 및 전력 확충 대만·日·필리핀, 제도적 안보 협력 및 연합훈련 통한 공조 강화 무력 충돌 시 해상 항로 마비 및 글로벌 공급망 위기 우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의 대만 병합 시도를 아시아 안보 붕괴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자국 방어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일본과 필리핀은 제도적 협정을 바탕으로 실무 훈련과 기술 연대를 확대하며 대만과의 안보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대만 해협에서 실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해상 수송로와 핵심 공급망이 차단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칭더 "대만은 안보 도미노의 시작", 제1도련선 붕괴 위기 경고
1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대만 병합 시도가 아시아 안보 지형을 뒤흔드는 '첫 번째 도미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 그 위협은 즉각 일본과 필리핀 등 인접국으로 향하게 되며, 이는 곧 미국의 대중국 군사 봉쇄선이자 중국의 대미 방어선인 제1도련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만이 장악되면 중국 해군은 태평양으로 직접 진출하는 통로를 확보하게 돼 일본 오키나와 열도와 필리핀의 해상 안보에 실존적 위협으로 작용하게 된다. 라이 총통은 이러한 안보 파장이 서태평양을 넘어 미주와 유럽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라이 총통은 최근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비롯한 중국군 수뇌부의 잇단 숙청 사태를 언급하며, 인민해방군 내부의 변화가 전투 준비태세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는 억지력이 결국 대만 자국의 방어 준비태세와 국제적 공조의 신뢰도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대만은 미국의 정권 교체 등 정치적 변동성과 무관하게 안보 공약이 지속될 것이라는 상호 신뢰 아래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자국 방어 역량 극대화를 위한 대규모 재정 투입을 병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만 정부는 올해 400억 달러(약 57조원) 규모의 특별 국방 예산 편성을 추진하며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이는 국방비 비중을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으로 유지하고 2030년까지 5% 수준으로 상향하려는 중장기 전략에 따른 조치다. 확보된 재원은 잠수함 자국 건조와 드론 전력화, 사이버 보안 등 비대칭 전력 확충에 집중 배정될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자강 노력은 야당과의 예산 협의 과정에서 첨단 무기 도입 일정이 조정되는 등 실무적 난관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최대 20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준비 중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111억 달러(약 16조원) 규모의 판매를 승인했다. 그러나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이 국방력 강화에는 공감하면서도 예산 집행의 신중한 검토를 요구함에 따라 예산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만 국방부가 미국 측에 무기 계약 서명 시한 연장을 요청할 방침이라는 로이터통신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시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계약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라이 총통은 대만의 경제적 여력으로 국방비 증액은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임을 역설하며, 내부의 정치적 합의를 통한 신속한 전력 보강이 제1도련선의 전략적 보루 역할을 지속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러한 라이 총통의 행보에 즉각 반발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라이 총통을 '전쟁 선동자'로 규정하고,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역사적 진실임을 강조했다. 또한 린 대변인은 대만 문제를 자국 내정으로 규정하며 주변국 공격설은 독립 세력이 조작한 유언비어라고 일축하는 한편, 패권주의나 영토 확장 의사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아울러 외세에 의지한 독립 도모와 무력에 의한 통일 거부는 실패할 것이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상시적인 군사 훈련을 진행하며 무력 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평화 메시지는 수사적 표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대만·日·필리핀, 실전 공조와 기술 연대로 안보 강화
이런 가운데 일본과 필리핀도 대만 해협의 안정이 자국 안보와 연계돼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제도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은 일본, 대만, 필리핀을 잇는 제1도련선의 전략적 위치를 고려해 통합된 안보 협력 체계와 전면적인 파트너십 확립을 제안했다. 대만은 일본에 대만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지지를 요청하는 한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과 소통하며 외교적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협력 구상은 주변국 간의 실질적인 제도적 결합으로 구체화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9월 발효된 일본과 필리핀 간의 상호접근협정(RAA)은 양국 병력 및 장비의 상호 전개와 연합훈련을 제도화함으로써 역내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군사적 기반을 마련했다.
실전 운용과 현장 공조 측면에서도 긴밀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대만 정부 인사와의 교류 제한을 완화하고 대만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등 안보 협력을 뒷받침할 외교적 여건을 조성했다. 양국은 지리적 접점인 바시 해협에서 해안경비대 간 공동 순찰을 실시했고, 대만 군 관계자는 지난해 5~6월 필리핀에서 진행된 다국적 연합훈련 '카만닥(KAMANDAG)'을 참관하며 미 동맹국 간의 협력 체계를 확인했다. 미국과 필리핀 주도로 한국, 일본 등이 참여한 해당 훈련은 연안 방어와 대함 전력 운용 등에 중점을 뒀으며, 특히 대만 인근 바탄섬에서의 훈련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랐다.
방어 전력의 현대화와 장비 연대를 통한 역내 억지력 확보 역시 지속되는 중이다. 대만은 지난해 실시된 한광(漢光)훈련을 통해 수도 타이베이 지하철 노선을 병력 수송과 도시 방어에 활용하는 기동 훈련을 실시했으며, 사거리 약 400km로 알려진 '슝펑-3(HF-3)' 개량형 대함미사일을 통해 자체 방어 역량을 확인했다. 일본은 정부 안보 지원(OSA)을 통해 필리핀 해군에 해안 감시레이더 5기를 제공, 올해 2월 인도를 완료하는 등 실무적인 장비 지원을 이행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일본의 03식 지대공 미사일 필리핀 수출 방안은 무기 수출 규정 완화와 맞물려 역내 공동 방어망 구축의 주요한 기술적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만 해협 충돌 시나리오, 글로벌 경제 및 공급망 위기 우려
이들 국가가 공조에 나선 건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역내 국가들의 경제적 안정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대만과 중국 사이의 분쟁이 현실화될 경우 인접국인 한국, 일본, 필리핀이 가장 큰 경제적 위험에 노출되며, 호주와 홍콩 등지에도 심각한 공급망 취약성이 초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해상 및 항공 물류망의 폐쇄는 전반적인 경제 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며, 대만 해협을 회피하는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비용 상승과 보험료 급증은 거시경제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과 일본의 높은 대만 해협 의존도는 국가 산업의 근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일본은 수출입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해당 항로를 통과하며, 한국 역시 수입의 30%와 수출의 23%를 이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항로 차단 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핵심 에너지 자원은 물론,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원자재 조달에 즉각적인 차질이 빚어져 국가 시스템 전반의 가용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전이판 대만 담강대 부교수와 량궈위안 대만 싱크탱크 위안다바오화 종합경제연구원 설립자는 한국의 부품과 일본의 화학물질이 대만의 제조 공정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는 점을 들어 공급망 단절의 치명성을 강조했다.
해상 초크 포인트인 바시 해협의 안보 불안도 물류를 넘어 통신 체계에까지 복합적인 위협을 유발한다. 바시 해협은 제1도련선과 태평양을 잇는 요충지이자 다수의 해저 광케이블이 지나는 핵심 통신 거점으로, 분쟁 시 국제 통신 마비를 불러올 수 있다. 미국 해군연구소(USNI)는 전 세계 컨테이너 선대의 약 44%가 대만 해협을 경유한다는 점을 들어 이 지역의 안보 공백이 역내 물류 통제권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주변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아시아 내에서 위험 분산을 모색하겠지만 물류 및 통신망 폐쇄에 따른 근본적인 충격을 완전히 회피하기는 어려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