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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추진 쇄빙선으로 ‘북극 실크로드’ 뚫는 중국, 물류·자원·군사 요충지 선점 ‘극지 냉전’ 본격화

핵추진 쇄빙선으로 ‘북극 실크로드’ 뚫는 중국, 물류·자원·군사 요충지 선점 ‘극지 냉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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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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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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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m 빙벽 뚫는 핵추진 쇄빙선
서방 해상 봉쇄에 대비한 북극권 파이프라인 
'후발주자' 美도 북극항로 쟁탈전

중국이 핵추진 쇄빙선을 앞세운 '북극 실크로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물류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군사·에너지 안보 구상과 결합된 장기 포석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통제권을 주장하며 북극 내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어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의 새로운 도화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와 ‘북극 익스프레스’ 가동

1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두께 2.5m의 얼음을 깨고 전진할 수 있는 최신형 핵추진 쇄빙선 설계를 공개하며 북극권 진출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다. 국영 중국선박집단(CSHCC) 708연구소가 설계한 핵추진 선박은 중국 북극함대의 핵심 전력이 될 시제함이다. 연구소는 이 배를 화물 운송과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다목적' 선박이라 주장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당 쇄빙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는 지난달 취역한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을 만든 중국국가조선공사(CSSC) 산하 사업장이다. 쇄빙선은 얼어붙은 해역에서 통로를 열어 핵잠수함이나 군함의 이동을 돕는 필수 자산이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중국 전문 싱크탱크 메릭스(MERICS)의 헬레나 레가르다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북극을 미국 및 서방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핵심적인 신개척지로 본다"며 "영향력과 거점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핵추진 쇄빙선 건조에 착수한 건 지난 2018년이다. 중국은 1990년대 들어 북극 탐험에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1993년 말 우크라이나에서 만든 쇄빙선 ‘쉐룽1호’를 사들여 이듬해부터 운영했다. 애초 화물선으로 쓰이던 쉐룽1호는 개조를 거쳐 2007년부터 과학연구 및 보급 선박으로 쓰이고 있다. 이 배는 재래식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최근 미국에 맞서 밀착관계를 부쩍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협력이다.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빙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을 발표했다. 빙상 실크로드는 북극항로를 활용해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물류 루트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북극까지 확장하려는 국가 비전이다. 이어 2018년 1월 중국 정부는 북극 정책 백서를 발표하면서 빙상 실크로드를 공식화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북극 개발을 위해 핵추진 쇄빙선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핵추진 쇄빙선 8척을 북극해와 북극항로(NSR)에서 운영 중으로, 러시아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인 '로시야(Rossiya)'호를 포함해 총 11척 이상의 핵추진 함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군사 전문가 저우천밍은 “핵쇄빙선 프로젝트는 중-러 북해항로 공동개발에 힘입은 것”이라며 “앞으로는 러시아가 원자로 기술을 어떤 수준까지 중국에 이전할 것인지, 그것이 중국을 만족시킬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20일 만에 유럽 도착, 핵쇄빙 실크로드

중국이 북극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류 혁신이다. 현재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주력 항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통제하는 해역이나 분쟁 소지가 있는 수에즈운하를 거친다. 반면 러시아 영해를 지나는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운송 거리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중국 저장성 닝보항을 출발한 컨테이너선 '이스탄불 브릿지(Istanbul Bridge)'호는 북극항로를 통해 20일 만에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도착했다. 수에즈 운하 항로는 40일, 희망봉 경로는 50일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 단축된 것이다. 항로가 단축되면 연료 소모를 크게 절감시키고,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감소한다. 또한 기존 항로에 비해 운항 시간과 운송 비용이 크게 줄어들어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게 된다.

북극항로를 군사적인 요충지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중국이 북극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군함이나 항모가 북극항로를 항해하면 대서양과 태평양을 단기간에 오갈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의 북극 진출은 서방의 해상 봉쇄를 무력화하려는 ‘에너지 안보 고립화 저지’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현재 중국은 원유 수입량의 70% 이상이 통과하는 말라카해협이 미국에 의해 차단될 경우를 대비해 북극항로와 러시아·중앙아시아를 잇는 육로 파이프라인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동맹’을 통해 연간 380억㎥ 규모의 가스를 도입하는 ‘시베리아의 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한편,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리튬·코발트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을 선점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행보가 과거의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서방의 에너지 전환 속도를 제어하는 ‘에너지 주권’ 싸움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한다. IEA 관계자는 “중국의 전략은 어떤 상황에서도 공급망이 끊기지 않게 하는 구조적 자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북극 실크로드는 그 거대한 자원 요새를 완공하는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도 북극 전쟁 참전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동맹국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을 공식적인 외교 정책 목표로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부터 언급해 온 그린란드 편입설은 당초 특유의 ‘거래의 기술’이나 ‘부동산 사업가적 블러핑’쯤으로 치부됐으나, 최근 들어 구체적인 안보·군사·자원 옵션과 결합하며 대서양 동맹을 뿌리째 뒤흔드는 뇌관으로 부상했다.

미국이 동맹의 반발을 무릅쓰고 그린란드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북극권을 둘러싼 패권 경쟁과 안보 전략의 재편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그린란드는 국가 안보상 필수적”이라며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그린란드 주변을 뒤덮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린란드(G)와 아이슬란드(I), 영국(UK)을 잇는 이른바 ‘GIUK 해협’은 러시아 북방함대 핵잠수함이 대서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이다. 미국이 이곳을 통제하면 러시아의 진출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이미 미군은 그린란드 북서부 ‘피투피크(Pituffik) 우주 기지’에 미사일 조기 경보 레이더를 운용 중이다.

핵추진 쇄빙선 건조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척의 쇄빙선이 전부다. 그나마 중형급 쇄빙선 '힐리(Healy)호'는 화재로 기동 불능 상태며, 건조된 지 50년 이상 지난 '폴라스타(Polar Star)호'는 잦은 고장으로 드라이 도크(선박을 건조하고 수리하는 지상 도크)에 거치돼 있다. 작전 가능한 쇄빙선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의미다. 이에 미국은 일단 8~9척의 쇄빙선을 확보하려 한다. 미국의 건조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7월 캐나다와 핀란드가 나서 'ICE 협정'을 체결했고 12월에는 미국 해안경비대와 해군이 2만3,000톤급의 대형 극지경비함(PSC) 건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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