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보조금이 키운 과잉 생산, 세계 시장으로 확산되는 中 디플레이션
[딥파이낸셜] 보조금이 키운 과잉 생산, 세계 시장으로 확산되는 中 디플레이션
입력
수정
中 생산자물가 3년 연속 하락 보조금·과잉 생산 구조화, 교역재 가격 약세 장기화 기업 수익 둔화·신용 리스크 확대, 정책 대응 재정비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 하락이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제조업 출고 가격은 뚜렷한 내림세를 이어왔다. 세계 제조업 생산의 약 29%를 차지하는 경제권에서 나타난 가격 약세는 더 이상 국내 경기 변수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에 위치한 만큼 그 영향은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국산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동일 산업의 해외 기업은 단가 인하 압력을 받는다. 이는 곧 마진 축소로 이어지고, 투자 계획 조정으로 연결된다. 동시에 제조업 활동이 둔화되면 원자재 수입이 줄어들고, 자원 수출국의 교역 조건도 악화된다. 이처럼 가격 하락은 기업 수익과 교역 여건을 거쳐 금융시장에 반영된다. 기업 실적이 낮아지면 자산 가격이 조정되고, 신용 여건도 경색될 수 있다. 무역을 통해 시작된 가격 충격이 금융 변수로 전환되는 구조다. 이는 ‘중국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파급’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세계 시장으로 확산되는 중국 가격 하락
이러한 가격 약세는 2022년 이후 본격화됐다. 제조업 전반에서 공장 출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국제 거래 가격에도 조정 압력이 나타났다. 수출 단가 인하는 해외 경쟁 기업의 이익을 축소시키고 기업 가치 재평가로 연결된다. 동시에 제조업 수요 둔화는 원자재 시장에 하방 압력을 가해 자원 수출국의 재정과 통화 여건에 부담을 준다.
특히 가격 충격은 소비자물가보다 기업 실적과 금융 지표에 먼저 반영된다.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주가 변동성과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가 동시에 나타난다. 파급 경로 또한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미국이 금리와 자산 가격을 통해 영향을 미친다면, 중국은 무역 물량과 가격 경쟁을 통해 충격을 전이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보조금 확대와 과잉 생산의 고착
가격 조정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보조금 정책이 자리한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전략 제조업과 친환경 공급망, 첨단기술 분야에 직·간접 지원을 확대해 왔다. 이로 인해 수익성이 낮은 기업의 시장 퇴장이 늦어지고 생산 능력은 유지됐다. 공급 축소가 지연되면서 가격 하락 압력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중국이 특정 제조 품목의 30%를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공장 가격이 2% 하락할 경우 통상 비효율 기업의 정리를 통해 수급 균형이 회복되는 흐름을 보인다. 그러나 보조금이 투입되면 생산 조정이 늦어지고 과잉 물량이 누적된다. 이는 국제 가격에 추가 하락 압력을 주며 해외 기업의 수익성과 기업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생산 기반 유지에 무게를 두면서 이러한 가격 압력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무역 충격의 금융시장 확산
중국의 디플레이션 파급은 무역과 원자재 가격을 거쳐 금융시장으로 확산된다. 중국 수요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이익 전망이 낮아지고 주가와 회사채 시장이 동시에 압박받는다. 이들 기업에 대한 여신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은 자산 건전성 저하 우려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아울러 중국의 수요 둔화는 국제 원자재 가격을 압박하며 자원 수출국의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이 과정에서 자금 흐름과 환율 변동성이 커진다. 최근 연구에서도 중국발 통화 완화, 신용 환경 변화, 내수 위축이 국제 상품 가격과 주요 채권·주식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또 하나의 경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 연결성이다. 공급망과 매출채권, 재고 금융을 통해 중국과 연결된 기업들은 가격 하락과 재고 누적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운전자본 회전이 둔화되는 구조다. 단기 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차입 규모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회사채 평가손실과 차환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
2023~2025년 발생한 중국의 생산 및 가격 변동은 특정 지역 증시의 변동성 확대와 원자재 수출국의 신용 스프레드 상승과 맞물려 나타났다. 직접적인 인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무역 의존도와 자금 흐름을 고려하면 충분히 설명 가능한 경로다. 소비자물가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으로는 이 같은 금융 취약성을 포착하기 어렵다.

디플레이션 충격에 대한 정책 대응
가격 하락이 금융 변수로 전환되는 만큼 정책 대응도 이에 맞춰 정비돼야 한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교역재 가격의 장기 하락을 가정한 건전성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생산 능력이 유지된 상태에서 가격 약세가 지속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 분석이 요구된다.
무역 정책 역시 가격 왜곡의 금융 파급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단순한 관세 인상이나 수입 규제는 구조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 보조금 정보의 투명성 제고와 국제 규범의 집행력 강화가 병행될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제 공조도 중요하다. 각국이 개별 대응에 나설 경우 세계 수요 위축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중앙은행과 재무당국은 공동 분석을 통해 취약 부문을 사전에 점검하고 대응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의 정책 선택 또한 유의해야 한다. 생산 유지에 초점을 둔 지원이 지속되면 가격 약세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내수 기반 강화와 구조 조정이 병행된다면 가격 조정은 속도를 낼 수 있다.
저가 수입품은 단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기업 수익 악화와 투자 둔화가 이어지면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처럼 중국의 가격 흐름은 국제 금융 환경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가격 조정이 광범위한 금융 취약성으로 확산되기 전에 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파급을 정책 변수로 다루자는 주장이 보호무역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가격 하락이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위험 요인으로 관리하자는 제안이다. 금융당국은 교역재 가격의 장기 하락을 전제로 건전성 점검을 강화하고, 중국 공급망에 대한 산업·금융권 노출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국가 간 자금 흐름과 신용 위험에 대한 공조 체계도 필요하다. 공장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경우 기업 수익과 자산 가격, 신용 여건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가격 조정이 금융 불안으로 확대되기 전에 대응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Cheap Becomes Contagious: China’s Deflation Spillover and the New Financial Faultline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