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美 규제에 정체된 CXMT 생산능력, PC 수요·HBM 진입으로 타격 제한적
[중국 반도체] 美 규제에 정체된 CXMT 생산능력, PC 수요·HBM 진입으로 타격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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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장비 확보 난항에 생산능력 확장 한계 CXMT D램 생산량, SK하이닉스 절반 수준 HBM 진입 통한 중장기 기술 추격 구도 형성

중국산 메모리 굴기를 이끌고 있는 D램 제조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생산능력이 지난해 4분기에 정점을 찍고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수출 규제를 예상하고 중국 정부도 반도체 장비 내재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첨단 반도체 장비 규제에 신규 증설 여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메모리 시장의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글로벌 PC 업체들이 중국산 D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데다, 자국 내 수요를 기반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까지 꾀하고 있어 제재 충격은 제한적 범위에 머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美 제재로 반도체 장비 업그레이드 막혀
12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CXMT의 월 평균 웨이퍼(반도체 원판) 생산량은 24만 장 수준으로 최대치에 도달했다. 현재 CXMT의 D램 생산능력은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이며, 삼성전자에 비해서는 3분의 1을 조금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연간 기준 삼성전자의 D램 생산능력은 약 760만 장, SK하이닉스는 597만 장, 마이크론은 360만 장 수준이다.
CXMT의 생산능력 확대가 제한된 주원인은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장비·부품·기술 전반에 걸친 대중 규제를 강화하면서 CXMT의 확장 전략이 벽에 부딪혔다. 최신 D램 생산에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공정 장비가 필요한데,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중국 업체들은 이 장비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반도체 지원법(CHIP ACTS)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산 장비 구입을 10년 동안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CXMT, 단기간 공급 확대 전략 먹구름
CXMT는 중국 내 유일한 범용 D램 양산업체로 지난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웨이퍼 생산량을 2배 수준으로 늘리며 체급을 불려왔다.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신규 라인 증설을 병행하면서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DDR5 등 범용 제품 공급을 크게 늘렸고 중국 내 스마트폰·PC 제조사들과의 거래를 확대하며 한국 업체들의 저가 시장 점유율을 잠식했다.
그러나 미국산 장비 도입 지연으로 CXMT가 계획한 만큼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지 못하면 단기간 공급 확대 전략은 사실상 힘을 잃게 된다. 업계에서는 CXMT가 당초 목표했던 증설 규모의 상당 부분을 축소하거나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는 곧, 그동안 글로벌 D램 시장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혀온 '중국발 공급 확대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최근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수요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공급 변수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과 DDR5 등 고부가 제품으로 생산 비중을 조정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이 저가 범용 제품을 추가로 쏟아낼 경우 가격 안정이 뒤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CXMT의 증설 속도가 주춤하면 공급 증가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그만큼 가격 하방 압력이 낮아지고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글로벌 PC 제조사들 CXMT D램 검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안으로 부상
다만 CXMT의 생산능력이 정체된다고 해서 시장에서 이탈하는 것은 아니다. 지속되는 메모리 수급난에 글로벌 PC 기업들은 앞다퉈 중국 메모리 수급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2·3위 PC 제조사인 미국 HP와 델은 CXMT D램 품질 검증에 들어갔다. 두 회사는 관세 등 문제를 고려해 미국 이외 지역에 출시하는 PC에만 CXMT 메모리를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이수스와 에이서 등 대만 계열 PC 제조사 역시 중국산 메모리 칩 사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산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생산하는 메모리가 동나자, 그동안 배제해 온 중국산 메모리까지 대안으로 고려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저부가가치 시장인 PC 등 구형 소비자용 제품 시장에서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진출이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그동안 중국 당국의 지원과 자국 PC 업체 간 협력 등을 발판으로 공격적인 제품 개발을 추진해 왔다. 특히 지난해 구형 메모리 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낸 것이 중국 메모리 산업 성장의 뒷배가 됐다. 그 결과 중국 업체들은 지난해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 모두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CXMT의 시장점유율은 5%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이른바 빅 3에 이어 업계 4위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아성’ HBM도 넘보나
전례 없는 호황기에 반사이익을 놓칠 수 없는 CXMT는 DDR5와 LPDDR5X 등 고주파수 제품군을 공개하며 기술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보이는 HBM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XMT는 올해 D램 생산능력을 월간 웨이퍼 30만 장으로 확장할 예정인데, 이 가운데 20%인 6만 장 정도를 HBM3 생산에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들은 2023년 HBM3 양산을 시작했다. HBM3 이전 세대에서 4년이었던 한국과 중국 간 격차가 HBM3에서는 3년으로 좁혀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용 D램 웨이퍼 투입량은 각각 15만 장 내외로 추정된다. HBM은 기술 격차가 1년 정도로 좁혀진 낸드플래시 메모리, 2년 정도로 추정되는 D램에 비하면 중국 반도체와 기술 격차가 뚜렷했던 분야다. 하지만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AI 반도체와 HBM 개발에 나서면서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모습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수출 통제로 HBM 조달에 제약을 받는 화웨이는 CXMT에 HBM 공급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CXMT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주요 AI 칩 설계 기업에 HBM3 시제품을 제공해 왔다. 이를 올해부터 양산하고 내년에는 HBM3E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주로 모바일 D램 사용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CXMT에 HBM 공급을 서두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CXMT가 HBM3 초기 납품 단계에서는 웨이퍼 불량이 많이 발생해, 수율이 50% 안팎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개선 속도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