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금융시장 파고든 LLM 군집 위험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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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보다 언어가 움직이는 금융시장 AI 오독과 군집 거래가 만든 새로운 리스크 설명 가능성과 통제가 시장 신뢰 좌우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업이 시장에 전달하는 정보는 숫자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같은 실적 발표라도 어떤 표현과 설명이 함께 제시되는지에 따라 투자자들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뉴스와 자산 수익률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시장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뉴스 속 정보는 향후 주가 흐름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정보는 원시 뉴스(raw news)의 월간 수익률 설명력을 두 배 이상 높였으며, 그 효과는 최대 18개월 동안 지속됐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정보의 양보다 정보의 해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적과 매출, 이익률 같은 정량 정보는 비교적 빠르게 가격에 반영되지만, 기업이 사용하는 표현의 변화나 경영 환경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늦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금융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보를 순수 뉴스(pure news)라 일컫는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이 낮은 이익률을 발표하는 것은 이미 시장의 예상 범위에 포함된 내용이다. 반면 수요 둔화와 공급망 문제, 법적 리스크, 자금 조달 여건 등에 대해 이전과 다른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이는 향후 경영 환경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실적 악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수요 둔화나 사업 전략 재검토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인수합병(M&A)에 착수하기 전 전략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처럼 언어는 재무 지표보다 먼저 변화를 드러내며,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의 미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접근성에서 해석으로 바뀐 시장 경쟁력
이러한 변화는 시장의 경쟁력 기준도 바꾸고 있다. 과거 자본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정보에 얼마나 빨리 접근하느냐에 있었다. 금융기관들은 전용 통신망과 실시간 데이터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고, 정보 전달 속도는 곧 투자 성과와 직결되는 요소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 확보보다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졌다. 실적과 매출, 부채 등 정량 정보는 알고리즘과 투자은행, 기관투자가들에 의해 신속하게 분석되며 공시 직후 가격에 반영된다. 반면 경영진의 표현 변화나 사업 환경에 대한 인식, 위험 요인에 대한 언급 등은 상대적으로 가치 반영에 시차가 발생한다.
이 같은 영역에서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는다. LLM은 방대한 양의 기사와 공시 자료를 분석해 감성 점수를 산출하고 과거 사례와 비교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2010~2023년 금융 뉴스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GPT 기반 모델이 실험 환경에서 74.4%의 주가 방향 예측 정확도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일부 연구는 LLM이 분석한 뉴스 신호가 일별 수익률을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특히 소형주나 부정적 뉴스에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AI 오독이 부르는 가격 왜곡
그러나 이는 LLM이 기업의 본질가치를 이해하거나 적정 가치를 산출한다는 뜻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LLM 기반 뉴스 분석이 시장의 비효율성을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가격 왜곡을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일반적으로 시장 비효율은 투자자들의 판단이 지연되거나 감정적·편향적으로 이뤄지면서 정보 반영에 시차가 발생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반면 오가격 형성(mispricing)은 AI가 언어와 기업 가치의 관계를 잘못 해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을 뜻한다.
LLM의 대표적 한계로 꼽히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은 금융시장에서 더 큰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잘못된 일반 정보는 즉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규제 조사나 공급망 차질 등과 관련된 보도에 대한 왜곡된 해석은 상당 기간 검증되지 않은 채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6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는 인공지능이 확실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답변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으며, 기존 정확도 평가 방식은 이러한 추측성 응답을 충분히 걸러내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 같은 오류가 단순한 정보 해석을 넘어 거래와 위험 관리, 자산 배분 과정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개별 오류보다 더 큰 군집 위험
LLM 확산에 따른 우려는 개별 모델의 오류에만 있지 않다. 동일한 기초모델(Foundation Model)과 데이터 공급업체, 분석 체계를 여러 금융기관이 함께 활용하면서 시장 전반의 판단이 유사해질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영란은행(BOE)과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의 조사에 따르면 금융기업의 75%가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전체 활용 사례의 55%는 일정 수준의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와 데이터, 모델 공급 시장 역시 소수 사업자 중심으로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개별 기관이 독립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더라도 실제로는 동일한 정보와 분석 체계에 기반해 유사한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여러 모델이 같은 데이터와 학습 구조를 바탕으로 특정 문구나 사건을 비슷하게 해석할 경우 매매 방향 역시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개별 금융회사의 모델 리스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란은행도 AI 활용 확대가 시장 불안 국면에서 금융기관들의 포지션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감독 당국은 개별 모델의 정확성뿐 아니라 시스템 차원의 군집 위험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시장 신뢰 좌우할 통제와 거버넌스
해법은 LLM 활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데 있지 않다. 검색과 요약, 정보 분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활용 가치는 이미 입증됐다. 중요한 것은 언어모델의 분석 결과가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투자 판단과 거래로 연결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알려진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구분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동시에 모델 판단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정량화하여, 투자 규모와 위험 노출 수준을 제한하는 기제가 필수적이다. 시장 데이터와 원문 자료, 다른 분석 모델과의 비교를 통해 결과를 교차 검증하는 절차도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모델의 분석 결과를 ▲예상 밖의 새로운 정보 ▲판단이 유보되는 정보 ▲거래 근거로 활용하기 어려운 정보 등으로 구분해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분석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검증과 재확인 과정을 거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와 감독 당국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는 사후적인 거래 결과 설명에서 벗어나, 거래 이전에 알고리즘의 판단 근거와 위험 관리 체계를 확인하는 방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신뢰 뒷받침할 투명성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규제 당국의 공시 요구도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AI 역량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홍보한 투자자문사들에 민사 벌금을 부과한 사례는 AI 활용 방식과 책임 범위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가 AI를 어떤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된다. 단순 정보 분석에 활용하는 수준인지, 투자 판단과 매매 의사결정에 반영하는지, 주문 집행 과정까지 자동화하고 있는지를 구분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또한 AI가 어떤 근거로 판단을 내렸고 그 결과가 어떻게 거래로 이어졌는지 추적할 수 있는 관리 체계 마련도 중요 과제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혁신을 제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버넌스는 분석 결과가 과도한 쏠림이나 획일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알고리즘 판단 과정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LLM 기반 뉴스 분석의 성패는 해석의 정확성과 통제 체계에 달려 있다. 따라서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불확실성을 평가하고 위험을 통제하는 역량의 중요성도 더 커질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LLM News Pricing Will Not Make Markets Efficien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