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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핑루부터 캄보디아 푸난 테코까지, 아세안 잇는 운하 전략

中 핑루부터 캄보디아 푸난 테코까지, 아세안 잇는 운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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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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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핑루 운하에 이어 샹귀 운하 검토, 내륙-아세안 물류 확장
캄보디아, 中과 푸난 테코 운하 추진해 베트남 의존 축소
군사 전용 가능성 제기되며 안보 논란 확산

중국이 자국 내 '핑루 운하' 건설에 속도를 내는 한편, 캄보디아 '푸난 테코 운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물류망 확장에 나선다. 올해 완공을 앞둔 핑루 운하는 내륙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의 연결을 목표로 하며, 캄보디아 운하는 베트남 의존도를 낮추려는 캄보디아와 남중국해 진출을 꾀하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다만 이러한 개발 계획에 대해 경제적 실효성 논란과 함께 환경 파괴 및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둘러싼 주변국의 우려가 제기된다.

中 핑루 운하 완공 임박, 샹귀 운하로 아세안 공략 가속

9일(이하 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광시좡족자치구 성도인 난닝과 베이부만(베트남명 통킹만)을 잇는 핑루 운하 건설에 속도를 내며 올해 말 개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총길이 134km에 달하는 핑루 운하는 총사업비 727억 위안(약 15조원)이 투입된 초대형 국책 사업이다. 이는 서쪽 윈난성에서 동쪽 광둥성으로 흐르는 서강(西江)의 물줄기를 남쪽으로 돌려 난닝과 베이부만을 직접 연결하는 프로젝트로, 2022년 착공 후 4년 만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중국 광시일보는 전체 투자 계획의 89.7%가 집행됐으며, 3개의 대형 선박용 복선식 갑문과 27개 교량 건설 등 주요 공정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미 13개 교량은 개통됐고, 운하가 완공되면 최대 5,000톤(t)급 선박의 통항이 가능해져 석탄, 광물, 시멘트, 곡식, 건설 자재 등 주요 자원의 핵심 운송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핑루 운하는 단순한 수로 연결에 그치지 않고, 중국 서부 대개발의 핵심 축으로서 내륙의 산업 단지와 아세안 시장을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전략적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운하가 개통되면 윈난, 구이저우 등 서부 내륙 화물이 광둥성이나 주장삼각주를 우회하지 않고 베이부만을 통해 곧바로 해외로 나갈 수 있어, 운송 거리가 평균 560km 단축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물류망 확충은 대미 수출 감소세가 뚜렷해진 반면 아세안이 중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부상한 급변하는 무역 지형과 맥을 같이한다. 결국 핑루 운하는 내륙 기업의 물류비용 절감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려는 중국의 핵심 전략인 셈이다.

나아가 중국은 핑루 운하의 연장선으로 '샹귀 운하' 건설까지 검토하며 물류망 확장의 다음 단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샹귀 운하는 총길이 약 300km, 예상 비용 1,500억 위안(약 31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로, 핑루 운하 건설비의 두 배를 상회한다.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산시, 후베이, 후난, 광시 등 4개 성(省)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총길이 3,200km의 '한향귀 회랑'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 회랑이 완성되면 중국 내륙 중심부의 공장들은 굳이 동부 연안을 거치지 않고도 남쪽 바다로 직행해 글로벌 해상 운송로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해안가의 제조 시설들이 임대료와 인건비가 저렴한 내륙으로 이전하는 '제조업 전환'을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루이 창사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핑루 운하 개통과 맞물린 지금이 사업 추진의 적기"라며, "내륙 해운 개발은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낮춰 중서부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샹귀 운하의 최종 승인 여부는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심의될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포함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지자체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후난성은 해당 프로젝트의 국가 계획 반영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제출했고, 후베이성 역시 한향귀 회랑 구간을 차기 5개년 계획에 포함시키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아울러 삼협댐 선박 용량 확장과 2,000t급 선박 통행을 위한 한강 수로 업그레이드 작업을 병행하는 등 내륙 수운 시스템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中 손잡은 캄보디아, 푸난 테코 운하 건설

중국의 운하 전략은 국경 밖 캄보디아 푸난 테코 운하 프로젝트로 확장되고 있다. 이 운하는 수도 프놈펜 자치항에서 메콩강 지류인 바싹강과 코톰 지역을 거쳐, 타이만(태국만) 연안의 케프주(州)까지 약 180km를 잇는 인공 수로다. 폭 100m, 수심 5.4m 규모로 설계됐으며, 총사업비는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4%인 17억 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건설 자금은 중국 측이 대부분 조달하되, 지분은 완공 후 캄보디아 정부가 51%, 중국 측 파트너인 중국도로교량공사(CRBC)가 49%를 보유하게 된다. 단, CRBC는 완공 후 40~50년간 운영권을 독점해 투자비와 수익을 회수한 뒤 캄보디아 측에 운영권을 반환하는 구조다.

캄보디아 입장에서 푸난 테코 운하는 베트남 의존도를 낮출 승부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동안 캄보디아는 수출입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메콩강 하류 베트남 항만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운하가 개통되면 프놈펜이 자국 바다와 직접 연결되어 베트남 항만 의존도를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를 통해 물류비 절감과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최대 3,000DWT(재화중량톤)급 선박 운항이 가능한 독자 수로를 통해 농산물, 섬유 등 주요 수출품을 직접 운송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베트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캄보디아의 정책 방향과 동남아 내륙 거점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중국은 이 운하를 통해 남중국해로 진출하는 우회로를 확보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운하가 완공될 경우 중국이 말라카 해협 의존도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기존 철도 및 도로망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아세안 지역 내 복합 물류 네트워크를 완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운하의 길이가 짧고 선박 회전율이 낮아 물류 효율성과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글로벌 해운망에 깊이 통합된 베트남의 깟라이, 하이퐁 등 기존 항만들과 비교해 캄보디아가 뚜렷한 경쟁 우위를 갖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메콩강 유역을 관통하는 공사 특성상 생태계 교란과 수위 변화에 따른 가뭄 및 홍수 피해 우려도 제기된다. 응우옌 훙 RMIT 베트남 대학 공급망 전문가는 이 프로젝트가 인구 이동과 농경지 및 습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감독인 브라이언 에일러는 베트남의 산업적 쌀 생산에 필요한 수자원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캄보디아 측은 강력히 반박했다. 순찬톨 캄보디아 부총리는 메콩강의 초당 방류량 8,000㎥(세제곱미터)에 비해 운하 배출량은 초당 최대 5㎥에 불과하다며, "운하는 빨대만 한 크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오히려 개선된 관개 시설 덕분에 운하 주변 160만 주민이 혜택을 볼 것이며, 메콩 유역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도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순 물류망 vs 군사 통로, 안보 리스크 부상

운하 건설을 둘러싼 논의는 경제적 효과를 넘어 안보 차원의 쟁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 등은 푸난 테코 운하가 장차 중국 군함의 내륙 진출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운하의 출구가 중국이 현대화 공사를 지원한 캄보디아 리암(Ream) 해군기지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유사시 중국 해군력이 인도차이나반도 내륙으로 투사되거나 병참선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외교 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지정학적 요충지와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며,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맞물린 전략적 의도가 포함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는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운하 수심이 5.4m에 불과해 군함 운용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헌법상 외국 군대의 주둔도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훈 센 캄보디아 상원의장 역시 외부의 우려를 왜곡된 시선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서방 정보 당국과 군사 전문가들은 해당 수심과 폭이 소형 군함이나 보급선 이동에는 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캄보디아와 중국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안보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복합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대(對)캄보디아 무기 금수 조치 해제 등을 통해 관계 관리를 시도하면서도, 리암 기지와 운하 문제에 대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메콩강 하류에 위치한 베트남은 안보적 우려와 함께 메콩강 유량 변화, 염분 침투 등 환경적 영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최근 베트남은 운하 건설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데이터 공유와 환경 영향 평가 참여를 통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실리적 접근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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