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침체 속 자영업 위기, 내수 시장 붕괴 시간문제
기업 침체 속 자영업 위기, 내수 시장 붕괴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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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폐업최다·청년사장은 실종 기업 경영 위축 속 소비 여력 악화 국내 내수 시장의 만성적 불황 기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떠받쳐 온 자영업자들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동네 상권에서 폐업 증가는 한국 경제 전반의 균열을 드러내는 신호다. 고용과 소비를 잇는 완충지대였던 자영업자들의 붕괴는 내수 기반 약화와 경제 회복력 저하로 직결된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가계 소득 정체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 위축을 부르는 인과적 악순환은 내수 회복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휘청이는 자영업자, 2년 연속 3만 명씩 감소
10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3만8,000명 줄어든 562만 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024년(-3만2,000명)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영업자는 2020년 7만5,000명 감소한 뒤 거리두기 완화와 엔데믹 전환 영향으로 2021년 1만8,000명, 2022년 11만9,000명, 2023년 5만7,000명 증가했지만 2024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타격이 컸다.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15~29세 자영업자는 15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3,000명 줄었다. 2023년 2만2,000명 감소한 데 이어 2024년(-3,000명),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감소세다. 30대 자영업자도 1년 새 3만6,000명 줄어든 63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각각 1,000명, 3만5,000명 감소하는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처는 15~29세 자영업자의 경우 숙박·음식점업과 배달라이더 등이 포함된 운수·창고업을 중심으로 감소했으며, 30대는 운수·창고업과 도소매업에서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국세 통계에서도 청년 창업자 수 감소 흐름이 확인된다. 2021년 39만6,000명에 달했던 청년 창업자는 2024년 약 35만 명으로 줄었다.
정부가 지난해 소비쿠폰을 발행하며 내수에 활력이 도는 듯했으나, 자영업 전반의 구조적 부진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누적된 고금리와 인건비 상승, 내수 부진 등이 겹치며 폐업이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포털에 따르면 신규 영업 점포 수보다 폐업 점포가 많아지는 현상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24년 인허가 점포 수는 10만2,536곳이었으나, 폐업 점포는 이보다 7,413곳 많은 10만9,949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도 인수가 점포는 9만7,296곳이었지만 폐업은 11만4,159곳으로 폐업이 신규 영업점보다 1만6,863곳 더 많았다. 그동안 폐업 건수가 인허가의 80~90% 수준에서 움직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2년간 나타난 흐름은 자영업 생태계의 위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내수·수출·투자 '트리플 악화', 저성장 구조 고착
현재 한국 경제는 금리·물가·부채가 동시에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전례 없는 붕괴 압력을 받고 있다. 이 위기의 중심에 있는 이들이 바로 자영업자다. 이들은 한국 일자리와 소비를 지탱하는 주축이지만, 경제가 경직될수록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소비가 줄고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오프라인 상권부터 무너지는 실정이다. 임대료와 수수료 부담이 여전함에도 고객은 갈수록 줄고 폐업이 증가해 지역 경제 전체가 붕괴 위기에 놓인 상태다.
프리랜서와 1인 기업의 경우도 당초 노동 유연화 시대의 희망으로 떠올랐으나, 인공지능(AI) 자동화의 직접적인 대체 대상이자 사회적 안전망도 취약한 상황이다. 이러한 소득 불안정은 소비 위축을 낳고, 이는 다시 자영업 매출 감소로 연결되며, 최종적으로 중소기업의 생산과 투자를 둔화시키는 경제 악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그간 정부와 지자체가 금융 지원과 민생 대책을 통해 자영업자 부담 완화를 시도해 왔으나, 이 같은 처방은 유동성 공급에만 머물렀고 수요 창출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내수 부진의 근본 원인은 가계 소득의 원천인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 저하와 직결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1월 BSI는 95.4를 기록했다.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더 많다는 뜻이다. BSI는 지난 2022년 2월 이후 3년 11개월 연속해서 100을 하회하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문별 BSI를 보면, 내수·수출·투자 부문에서 트리플 악화가 1년 7개월째 지속되는 중이다.
노동 시간 대비 매출 창출 능력 한계
내수 부진과 고율 관세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저성장은 이미 예고된 상태다. 국내외 경제 예측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8~2.0%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0% 성장에서 반등한 수치지만, 이는 반도체 수출 증가의 착시 효과로 사실상 0%대 성장률이라는 게 전문가들 공통 의견이다. 이 수치는 주요 경쟁국인 미국, 일본, 대만에 여전히 미달하는 데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2년 만에 대만에 밀렸다. 12년째 ‘소득 3만 달러(약 4,370만원) 덫’에 갇히며 만성적 저성장 늪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생산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7.5달러(약 8만3,000원)로,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31위였다. 33위인 전년에 비해 순위가 두 계단 올랐지만, 2021년 순위를 회복한 데 그쳤다. 2018년 31위로 20위권에서 밀려난 이후 7년째 3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단위 노동비용은 118.72달러(약 17만3,000원)로 OECD 8위였다. 경쟁국 근로자보다 일은 덜 하고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인건비는 비싼 셈이다. 실제 2024년 한국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5만900달러(약 7,400만원)로 OECD 회원국 중 19위, 회원국 평균의 90% 수준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제조업 상용근로자의 임금 총액은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일본·대만보다 약 25% 높았다. 2011년 이후 한국 제조업 임금은 83% 상승해 일본의 35%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한국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결국 노동 시간 대비 매출 창출 능력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이는 개인이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산업 차원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성장 동력이 존재할 때만 현실성을 가진다. 그러나 현재 한국 경제는 새로운 주력 산업이 부재한 상태에서 기존 산업의 수익 창출력마저 약화되고 있다. 기업이 충분한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내수 활성화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