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까지 동참" 美 국채 보유량 꾸준히 줄이는 中, 금 매입 확대하며 금값 상승세 견인
"은행권까지 동참" 美 국채 보유량 꾸준히 줄이는 中, 금 매입 확대하며 금값 상승세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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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비중 축소 나선 中, 금융기관에도 매입 제한·처분 지시 재정·정책 불확실성 커지며 리스크 회피 행보 장기화 中 금 보유량 나날이 증가세, 금값 상승 압력 가중

중국 규제당국이 자국 금융기관들에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재정·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해 수년째 미 국채 축소 기조를 유지 중인 가운데, 이 같은 리스크 회피 전략이 현지 금융권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미 국채를 대량 처분한 중국은 대체 투자처로 금을 택하며 글로벌 금값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中 당국, 금융권 美 국채 투자 제동
9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은행들에 미국 국채 신규 매입을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이 높은 기관들에는 기존 포지션을 줄이라는 추가 지시가 내려왔다는 전언이다. 소식통들은 이번 지침은 비공개로 논의됐으며, 최근 수 주 사이 중국 내 일부 대형 은행들에 구두로 전달됐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국채 감축 규모나 시한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당국의 이 같은 주문이 미국의 재정 불안과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차원의 조치라고 평가했다. 미국 국채에 대한 과도한 노출 및 급격한 시장 변동성이 자국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해당 지시가 민간 및 상업은행을 대상으로 내려왔으며, 중앙은행을 비롯한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보유한 미 국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해당 조치가 중국 정부 보유분에 적용되는지 여부는 크게 중요치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는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미 국채가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 왔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6,826억 달러(약 988조원)였다. 이는 2008년 9월(6,182억 달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던 지난해 1월 말 당시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7,608억 달러) 대비 10.2%가량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중국의 미 국채 보유 비중은 전체의 2% 수준으로 급감했다.
中 정부의 美 국채 밀어내기
중국 정부의 미 국채 축소 행보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자료를 살펴보면, 2014∼2018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전체 외환보유고 중 60%가량이 달러화 자산이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 국채로 추정된다. 당시 미 국채는 시장에서 명백한 안전자산으로 인식됐으며,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과 달리 이자가 지급된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2017년 들어 달러화 중심이었던 자산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변경하기 시작했으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 해외 자산 동결 사태를 목격한 이후에는 미 국채 매도를 한층 가속화했다. 이에 따라 2022년 1월에서 2024년 12월 사이 중국의 공식적인 미 국채 보유액은 27% 이상 줄었다. 이는 2015∼2022년 감소율(17%)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인 핵심 원인으로는 미국의 부채 문제가 꼽힌다. 이달 초 기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38조5,678억 달러(약 5경5,000조원)다. 매해 세입보다 세출이 커지면서 재정 적자가 쌓이는 가운데, 이를 감당하기 위해 국채를 대거 발행하며 부채 규모가 불어난 것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가 국채 발행에 따라 감당해야 하는 순이자 비용은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2% 수준이며, 향후 30년 동안 5.4%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을 둘러싼 독립성 우려도 중국의 포트폴리오 개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5월 퇴임을 앞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며 연준의 독립성을 뒤흔드는 중이다.
정책 관련 불확실성도 투자자 신뢰를 뒤흔드는 요소로 지목된다. 특히 지난해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무역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금융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이는 국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의 정책 신호가 불분명해지자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 보유에 한층 신중해졌고, 일부 국면에서는 미 국채의 전통적인 위험 회피(헤지) 기능이 약화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이 같은 불안정한 환경은 미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미 국채의 '집중 리스크(은행 포트폴리오가 특정 거래 대상·부문·국가 등에 집중되며 발생하는 위험)'에 한층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포트폴리오 금 중심으로 재편
미국 국채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줄인 중국은 대체 투자처로 금을 낙점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공식적 금 보유량은 7,415만 트로이온스(약 2,306톤(t))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이달까지 15개월 연속 금을 매입했고, 전체 외환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9%를 돌파했다. 중국 관영 증권시보는 이러한 매입 기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비교적 소규모 매입은 가격 변동성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PBOC의 자산 다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 중앙은행의 매수 수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통화 가치 하락 및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며 지난달 금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투기적 자금 유입으로 인해 시장이 과열되며 상황이 뒤집혔고, 금값은 지난달 29일 역대 최고 수준까지 뛰어오른 뒤 급속도로 미끄러졌다. 이와 관련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8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 내 (금) 거래 상황이 통제 불능(unruly) 상태에 빠졌다”며 “중국은 정부 당국이 금과 관련해 증거금 요건을 강화해야 할 정도로 투기적 열풍이 거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금 시장은 전형적인 투기적 급등 이후 급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주요 금융기관들은 금값이 다시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 도이치뱅크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 및 자산 운용사는 미국 자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흐름, 정책 불확실성, 중앙은행들의 매입 확대 등 장기적인 수요 요인이 금 가격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금 가격은 지난 9일 한때 2.3% 상승해 온스당 5,070달러(약 740만6,000원)를 기록하며 반등 폭을 키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