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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재정 압박 앞에 선 유럽, 기후 대응 비용은 예외 아닌 상시 부담

[딥파이낸셜] 재정 압박 앞에 선 유럽, 기후 대응 비용은 예외 아닌 상시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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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2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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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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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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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대응 상시화, 예산 경직성 확대
세입 약화·보험 후퇴가 만든 공공 부담 이동
교육 투자 지연 속 경쟁력 격차 누적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후 재난 대응 비용이 유럽 재정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몇 년간 홍수·산불·폭염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기후 리스크는 환경 정책의 범위를 넘어 예산 편성과 재정 관리 전반을 직접 압박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긴급 대응과 인프라 복구 비용을 반복적으로 편성하고 있으며, 일부 연도에는 관련 지출이 교육 분야의 특정 세부 예산을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 변화는 기후 관련 지출이 한시적 보완 항목을 넘어 정례 예산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정책 판단의 무게 중심도 이동하고 있다. 기후 문제는 중장기 목표에 머무르지 않고 당해 연도의 재정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유럽 재정 당국 역시 이를 현재의 재정 선택과 정책 조합에 반영해야 할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재난 대응 비용의 상시화

유럽 공공 재정에서 기후 관련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홍수·산불·폭염이 발생할 때마다 각국 정부가 긴급 구조와 인프라 복구, 주거·기업 지원에 즉각 나서면서 재난 대응 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출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정치적 기대에 따라 자동적으로 집행되는 성격을 지닌다.

최근 몇 년간 이 흐름은 더욱 뚜렷해졌다. 2021~2024년 유럽에서는 연속적인 홍수·가뭄·산불이 이어지며 국가 비상 재정 장치와 유럽연합(EU) 연대 기금이 여러 차례 가동됐다. 단일 재난에 대응하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연간 예산 주기 안에서 재정 대응이 반복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반복은 재정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후 재난 대응 지출은 일회성 보완 항목에서 벗어나 중기 재정 계획에 반영해야 할 상시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 재정당국은 기후 관련 지출을 사후 조정 대상이 아니라 예산 편성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로 다루기 시작했다.

기후 대응 여부에 따른 재정 부담 경로 변화
주: 추가 대응이 없는 경우(NFA, No Further Action)와 탄소중립 경로(Net Zero)를 비교하면, 초기에는 녹색 투자가 재정 지출을 늘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로 인한 경제 손실을 억제해 순재정 부담을 낮추는 흐름이 나타난다.

조세 기반 약화와 재정 압박

지출이 늘어나는 동시에 조세 기반이 약화되는 흐름도 공공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기후 재난 이후 피해 지역에서는 기업 활동 축소와 인구 이동, 관광 수요 감소가 겹치며 세수 회복이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된다. 재난이 지나간 뒤에도 경제 활동이 빠르게 정상화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지역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결과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주요 기후 재난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소득세·법인세·소비세 수입이 복구 국면을 지난 뒤에도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경향이 관찰됐다. 세입 감소가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여러 해에 걸쳐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재정 운용의 선택지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정부는 늘어난 지출과 줄어든 세입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차입 확대나 다른 분야 지출 조정이라는 판단에 직면한다. 재정 운용의 유연성은 점차 약화되고, 중기 재정 계획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보험이 물러난 자리, 재정이 떠안은 위험

보험 시장의 변화는 기후 리스크의 부담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유럽 전역에서는 홍수·산불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보험료 인상과 보장 축소가 이어지며, 민간 보험이 감당하던 역할이 점차 제한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고위험 지역일수록 보험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상도 함께 관찰된다.

이로 인해 발생한 공백은 다른 방식으로 메워지고 있다. 보험이 제공하지 못하는 영역에서는 정부가 보상과 사후 지원에 나서며 사실상 최종 부담자의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재난 이후 가계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공 보상과 지원이 반복되면서, 위험의 상당 부분이 민간에서 공공으로 이전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 같은 변화는 재정 부담을 더욱 키운다. 공공 재정의 우발 채무가 확대되고, 기후 노출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재정 건전성에 대한 금융시장의 평가도 한층 엄격해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 시장의 후퇴가 재정 리스크로 연결되는 경로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조세 기반 침식 반영 시 확대되는 기후 미대응의 재정 손실
주: 조세 기반 침식을 함께 고려할 경우, 기후 대응을 미루는 시나리오에서는 장기 재정 손실이 구조적으로 누적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단기적으로는 녹색 투자와 세수 효과가 혼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로 인한 경제 손실과 세원 약화가 겹치며 순재정 부담이 확대된다.

교육 재정에서 시작되는 경쟁력 격차

기후 대응 비용이 누적되면서 교육 재정에 가해지는 압박도 분명해지고 있다. 재난 대응 지출은 발생 즉시 집행되는 반면, 교육과 인적 자본 투자는 중장기 성과를 전제로 편성된다. 이에 따라 예산 조정 과정에서는 단기 대응 항목이 우선 확보되고, 교육 관련 지출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재정 여력이 줄어들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고착된다.

변화는 현장에서 먼저 확인된다. 기후 재난을 반복적으로 겪는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 시설 보수가 지연되고, 교원 확보와 직업 재교육 프로그램 역시 계획보다 늦어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 투자가 제때 집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역 단위에서 누적되는 모습이다.

이 지연은 시간이 흐를수록 구조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교육과 재교육 투자가 늦어질수록 기후 적응과 산업 전환에 필요한 역량 축적 속도도 함께 둔화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지역 간 인적 자본 격차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재정 판단 기준으로 이동한 기후 리스크

기후 변화는 오랫동안 유럽 재정에 부담을 더하는 외부 변수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재난 대응 지출의 확대, 세수 기반 약화, 보험 시장 변화와 교육 재정에 대한 압박이 맞물리면서 기후 리스크는 개별 정책을 넘어 재정 운용 전반과 직결되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단기 비용 증가를 넘어 재정 구조 자체를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재정 논의의 초점도 달라지고 있다. 기후 대응의 강도를 둘러싼 논쟁보다, 이 위험을 예산 편성과 중기 재정 계획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가 정책 판단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기후 리스크를 사후 조정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사전 조건으로 포함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 선택의 범위와 재정 운용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후 변화는 이제 재정 논의의 주변에 머무르지 않는다. 재정 판단의 출발점에 가까워지며, 유럽의 정책 선택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Hidden Fiscal Shock of Climate Change: Why Public Budgets, Not Temperatures, Are the Real Crisi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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