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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노동시간 논쟁에 갇힌 일본 경제

[딥폴리시] 노동시간 논쟁에 갇힌 일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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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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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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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성장 둔화 원인 노동시간 아닌 생산성
시간당 성과 격차 임금 정체와 직결
숙련·경영·성과 기준 전환이 정책 해법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 성장 둔화 원인을 근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해석으로 돌리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6.8달러(약 8만3,200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0달러(약 10만2,500원)에 크게 못 미친다. 이 수치는 일본 경제의 제약이 노동 투입의 양보다 시간당 성과 수준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노동시간이 늘어나면 총생산이 증가하는 효과는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증가가 임금 상승이나 성장의 질적 개선으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효율적인 경영, 인력 역량 축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시간 확대는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경제 전반의 성장 경로를 좌우하는 핵심은 동일한 시간 안에서 만들어지는 성과의 크기다.

결국 임금 상승과 가정생활의 안정을 함께 달성하려면 정책의 초점도 이에 맞춰 조정될 필요가 있다. 일본 경제에 요구되는 방향은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 전환이다. 인력 역량 강화와 경영 관행 개선, 성과 측정 체계 정비, 시간 대비 성과에 연동된 보상 구조는 성장 기반을 재편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은 단기 지표 개선을 넘어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과 가계 소득, 재정 여건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노동시간 논쟁에서 생산성 정책으로

경제 성장을 노동시간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은 정책 논의를 단순화한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근무 시간이 늘면 경제 성과도 함께 커진다는 인식이 반복돼 왔다. 이 접근은 설명과 홍보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산성 구조를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 대비 성과가 낮은 상태에서는 노동시간 확대가 사회적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건강 악화와 가정생활 위축, 출산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며, 이는 의료 지출 증가와 인구 기반 약화로 이어진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전환해야 한다. 초점은 근무 시간을 늘리는 데 두기보다 같은 시간 안에서 성과를 높이는 데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관점 변화는 인력 역량 강화와 경영 개선, 기술 활용을 중심으로 한 정책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노동 투입이 실제 소득과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핵심 조건이다.

성장 정체를 노동시간 부족으로 규정할 경우 정책 수단도 제한된다. 노동법이나 세제를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현장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효과가 크지 않다. 반면 업무 절차와 조직 운영을 개선하는 접근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공정 단순화와 일정 관리 정비, 제한적인 자동화 도입만으로도 불필요한 대기 시간과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며 시간 대비 성과 개선으로 연결된다.

이런 접근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조정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일부 현장에서 효과를 확인한 뒤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노동시간 중심 정책은 기업 간 차이와 현장 여건을 반영하기 어렵고, 새로운 방식 도입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 자원은 단기 성과에 치우치기보다 현장에서 개선 가능성이 확인되는 방향으로 배분될 필요가 있다.

OECD 국가별 성인 역량과 노동시장 불균형
주: 일본은 성인 역량 수준이 OECD 평균보다 높지만, 노동시장 내 인력 불일치가 가장 큰 국가군에 속한다. 생산성 손실이 인력의 질보다 인력 배치와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성을 높이는 세 가지 조건

생산성 개선은 제도 전면 개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바로 조정 가능한 요소들이 성과를 좌우한다. 여기서 핵심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 핵심은 인력 역량이다. 읽기와 계산, 문제 해결 능력은 생산성의 기본 조건이다. 데이터를 다루고 디지털 업무 절차를 이해하는 인력이 늘수록 기업은 새로운 장비와 시스템을 도입하고 업무 흐름을 조정하는 데 수월해진다. 그 결과 작업 속도가 개선되고 오류가 줄며,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 비중도 확대된다. 이때 필요한 해법은 광범위한 교육 확대가 아니다. 현장 업무와 직접 연결된 짧고 실무 중심의 교육이 효과적이다. 데이터 활용과 단순 자동화, 공정 관리처럼 바로 적용 가능한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 수요를 반영한 교육 바우처나 비용 분담 방식은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공급하고, 시간 대비 성과 개선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핵심은 일하는 방식이다. 일하는 절차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은 달라진다. 작업 내용을 점검하고 문제 원인을 신속히 파악하며 작업 시간을 관리하는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여러 주요국에서 그 효과가 확인됐다. 일례로 중소기업의 경우 현장 경험은 축적돼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공유하는 구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일정 관리가 흔들리며 불필요한 대기 시간이 늘어난다. 현장 중심의 경영 지원은 이러한 문제를 빠르게 완화할 수 있다. 관리자가 작업 시간을 점검하고 일일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며 업무 방식을 조정할 수 있게 되면, 인력을 늘리지 않고도 성과를 높일 수 있다. 고용을 유지한 상태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세 번째 핵심은 평가 기준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보상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근로자의 행동은 달라진다. 총생산 규모 위주의 지표와 계약은 노동시간 확대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기업 단위의 생산성 정보를 비교할 수 있게 되면 경영진은 개선이 필요한 지점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작업 효율을 반영한 계약과 성과 기준은 생산성 개선 투자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지원 정책 역시 성과 기준에 맞춰 설계돼야 한다.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실제 성과와 연계하면 형식적인 사업보다 효과가 검증된 개선 사례에 자원이 집중된다. 기업 간 비교 자료를 공유하면 현장의 학습 속도가 빨라지고 정책 논의도 성과 중심으로 정리될 수 있다.

노동시장 불일치 해소에 따른 국가별 효과
주: 부문별 인력 불일치를 줄일 경우 국가 전체의 노동생산성이 최대 10%까지 개선될 수 있다. 근무 시간을 늘리지 않고도 상당한 성과 향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정책 방향

정책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지원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공정 재정비나 간단한 디지털 도구 도입에 소액 보조금을 제공하고, 6개월 단위로 성과를 점검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짧은 기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정책 신뢰도와 확산 가능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

고용주 연계형 성인 학습 바우처 확대도 중요하다.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직접 선택하도록 하면 불필요한 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세제 역시 생산성 투자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는 설비에는 감가상각 혜택을 앞당기고, 검증된 경영 교육에는 환급형 세액공제를 적용하면 기업의 판단 기준은 투자 쪽으로 이동한다. 공공 조달과 대형 계약에는 효율 개선 목표를 명확히 제시해 성과를 요구할 수 있다. 지역 단위 지원 거점은 현장 상담과 테스트 환경을 제공하며, 효과가 확인된 방식이 지역 여건에 맞게 확산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물론 정책 효과를 둘러싼 우려도 존재한다. 중소기업의 부담과 고령 근로자의 재교육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보면 초기 비용과 기술 장벽을 낮출 경우 중소기업도 새로운 방식 도입에 나선다는 점이 확인된다. 바우처와 소규모 보조금은 초기 부담을 완화하는 수단이다. 성인 근로자를 고려한 유연한 교육 방식은 연령대가 높은 인력에게도 성과를 보였다.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성과 확인 방식이 분명해야 한다. 기업이나 사업장 단위의 시간 대비 성과 지표를 활용하고, 민감한 정보는 익명 비교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 교육과 보조금에는 도입 전후의 핵심 지표를 요구해야 한다. 공정 소요 시간과 교대당 생산량, 불량률 변화는 수집이 쉽고 왜곡 가능성이 낮다. 정책은 성과를 점검하며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효과가 확인된 방식부터 확산시키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분석 결과 일본의 시간 대비 성과가 20% 개선될 경우, 한 시간당 11~12달러(약 1만6,100~1만7,600원)의 추가 가치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이 임금으로 이전된다고 가정하면 평균 시간당 임금은 약 5~6달러(약 7,300~8,800원) 상승한다. 이는 가계 소득에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규모다. 이 수치는 산업별 차이를 반영한 정밀 추정은 아니지만, 시간 대비 성과의 소폭 개선이 가계와 기업 모두에 의미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래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때

일본의 시간당 생산성이 선도 OECD 국가들과 격차를 보인다는 사실은 성장 전략의 전환 필요성을 분명히 한다. 직무와 연결된 성인 교육과 현장 중심의 경영 개선, 평가 기준 정비, 효율을 요구하는 계약 구조, 선택적인 재정 지원은 실행 가능성이 높은 정책 수단이다. 이러한 접근은 근무 시간을 늘리지 않고도 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과로로 인한 건강 악화와 출산 감소, 스트레스 관련 공공지출 증가 같은 부담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의 역할 역시 분명하다. 정책을 신속히 도입하고 초기 성과를 투명하게 제시하며, 효과가 확인된 수단을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 정치적 메시지도 이에 맞춰 정비될 필요가 있다. 국가는 한 사람당 근무 시간을 늘리는 방식보다 한 시간의 성과를 높이는 전략을 통해 성장 경로를 재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은 경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음 세대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기반이 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Japan’s Growth Problem Is Not Work Hours, but Productivit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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