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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부터 흔들린 중국 소비, ‘지갑 여는 방식’이 달라졌다

부유층부터 흔들린 중국 소비, ‘지갑 여는 방식’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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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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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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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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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여력 유지에도 지출 결정 미뤄져
구매 기준 변화에 로컬 브랜드 약진
선택적 프리미엄·방어적 소비 공존

중국 경제를 떠받쳐 온 고액 자산가층의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출과 투자를 통해 경기 회복을 견인하던 계층의 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소비 방식 자체의 변화도 가속하는 흐름이다. 외국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는 데서 만족을 느끼던 심리는 약해졌고, 대신 디자인이나 완성도, 정체성을 기준으로 삼는 소비 판단이 확산되는 추세다. 부유층 소비에서 먼저 나타난 이 같은 변화가 중국 내수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흐름에 이목이 쏠린다. 

고액 지출 보류 경향 짙어져

5일 중국 후룬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고액 자산가의 경제 신뢰 지수는 5.4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4년 연속 하락한 것이자,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이던 2018년(6.6)이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6.7~7.2)보다도 낮은 수치다. 투자 가능한 자산이 1,000만 위안(약 21억원) 이상인 중국 가구 47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6%만이 향후 2년간 중국 경제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표명해 부유층이 느끼는 위기감이 매우 심각함을 드러냈다. 2022년 진행된 동일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8%가 자국 경제에 강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소비 지표 역시 이러한 심리 변화를 뒷받침한다. 연구소는 지난해 중국 부유층의 고급 소비 규모가 전년 대비 약 5% 감소한 1조5,600억 위안(약 329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물질적 소비 예산은 평균 211만 위안(약 4억4,000만원)으로 책정돼 10% 이상 줄었으며, 시계·보석·수집품 등 고가 사치품 항목에서 감축 폭이 가장 컸다. 또 응답자의 약 4분의 1은 향후 2년간 신규 자동차 구매 계획이 없다고 답해 고가 내구재 소비에서도 관망 기조가 확인됐다. 

투자 성향에서도 위험 회피 움직임이 뚜렷했다.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26%는 향후 부동산 보유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했고, 금 보유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20%에 달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치 변동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자산 증식보다 보존에 무게를 두는 전략이 확산된 모습이다. 역외 투자를 고려한다는 응답은 84%로 높았으나, 실제 포트폴리오 내 역외 자산 비중은 평균 15%로 전년 대비 소폭 낮아졌다. 이처럼 부유층이 지출과 투자를 동시에 조정하는 흐름은 체감 경기 악화가 소비와 자산 배분 전반에 걸쳐 반영됨을 시사한다. 

소비자들의 행태 변화는 소비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지난해 1~9월 중국(홍콩 포함) 인도량은 3만2,19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급감했고,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역시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이 1%대에 그쳤다. 이들 브랜드 모두 매장 방문객 수는 팬데믹 기간 대비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구매 전환율과 객단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부유층 소비를 대표하는 영역에서조차 지출 결정이 보류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중국 내부의 체감 경기 악화는 내수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팝마트

프리미엄의 새로운 기준

주목할 만한 변화는 중국 소비자, 특히 중상위층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판단의 기준이 외국 유명 브랜드의 상징성에서 개인적·내적 기준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해외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입증하는 가장 직관적인 수단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디자인의 완성도와 기능적 효용, 브랜드가 전달하는 서사와 정체성이 구매 결정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일종의 질적 전환으로, 소비 여력의 축소와 별개로 ‘무엇을 사느냐’에 대한 기준이 근본적으로 재정렬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중국 로컬 브랜드의 약진도 눈에 띈다. 팝마트는 자체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 상품 전략을 통해 기존 유통 중심 인형 시장과 명확히 선을 그었다. 글로벌 캐릭터 라이선스 유통에 머무르지 않는 것은 물론, 높은 비용과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자체 캐릭터 개발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라부부’ 캐릭터의 폭발적인 흥행을 이끌었고, 지난해 순이익만 100억 위안(약 2조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로써 팝마트는 “중국 브랜드는 모방에 그친다”는 글로벌 시장의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었다. 

주얼리 브랜드 라오푸 역시 소비 기준 변화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라오푸는 전통 금 세공 기법을 적극 활용해 생산 효율보다 디자인의 차별성과 장인성을 앞세웠고, 금 시세에 단순 연동하지 않는 자체 제품 가격을 책정했다. 금 자체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한 결과 라오푸의 지난해 총매출이익률은 39% 달하며 업계 평균인 20%를 크게 웃돌았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은 중국 소비 시장이 양적 팽창의 시대를 지나 차별성과 정체성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단계에 진입한 신호로 볼 수 있다. 

절대적 소비 위축과 차이

프리미엄 지출이 유지되는 동시에 다른 영역에서 지출 억제가 강해지는 흐름은 불황 국면에서 반복 관측되는 ‘선택적 소비’로 정리된다. 소비자가 지출 총량을 일괄 축소하기보다는 대체가 어렵다고 판단한 분야에 예산을 남기고 나머지를 압축하는 방식이다. 이는 곧 구매 동력이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실제로 K-팝 팬 플랫폼 ‘데일리덕’을 운영하는 스밈은 고객의 95%가 중국인이라고 밝히며 “별도 홍보 없이도 자연 유입이 이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중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핑티소비’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고가의 명품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대체품을 선택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핑티소비는 경기 둔화 속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샤오홍슈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핑티소비 관련 게시물이 195만 개에 달했고, 가성비 관련 게시물 수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720% 증가했다. 저가 대체 브랜드의 확장 속도도 거세다. 8.8위안(약 1,800원) 커피를 앞세운 코티커피는 론칭 10개월 만에 중국 내 매장 수 6,000개를 돌파했고, 맥도날드의 경쟁자를 자처한 패스트푸드 브랜드 타스팅 체인점은 2024년 12월 8,000개를 넘겼다. 

이 같은 선택적 지출 구조는 프리미엄의 정의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콘텐츠나 IP, 경험처럼 정체성과 결합된 소비는 우선순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커피나 패스트푸드, 의류 등 범용 소비재에서는 검증된 대체재로 수요가 이동하는 식이다. 이는 일정 수준의 수요가 가격과 효용을 기준으로 재배치되는 과정에 가깝다는 점에서 절대적 소비 위축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기업의 판매 전략도 자사의 제품을 대체 불가능한 대상으로 인식되는 방향으로 재정비되는 형국이다. 소비 위축 국면일수록 이러한 전략이 실적 격차로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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