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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SK온, 합작은 끝났고 공장은 남았다? ESS 주목한 포드의 결별 방식

포드·SK온, 합작은 끝났고 공장은 남았다? ESS 주목한 포드의 결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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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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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달러 손실에도 ‘공장 지키기’
전기차 배터리 집중 전략에 변화
기술 협력 축 CATL·BYD로 이동
블루오벌SK 테네시 공장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뉴스룸

포드가 SK온과 설립한 합작법인을 해산하고 기존 배터리 공장 두 곳의 자산과 부채를 넘겨받기로 했다. 이로써 양사의 동맹은 4년 만에 공식적인 종료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포드는 합작 청산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며 법인 구조를 정리했고,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배터리 전략의 중심을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이동시켰다. 여기에 새로운 파트너십을 병행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포드의 행보는 향후 글로벌 배터리 협력 구도 변화의 가늠자로 작동하는 모양새다. 

배터리 증설 계획 전반 재검토

4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포드는 SK온과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BlueOval SK)’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해당 법인이 소유했던 켄터키주 배터리 공장 두 곳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넘겨받는다. 이번 결정에 따라 포드가 감수해야 하는 손실 규모는 총 60억 달러(약 8조7,000억원)에 이른다. 포드는 켄터키 공장에 20억 달러(약 2조9,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해 자사가 새롭게 출범시킨 ‘포드 에너지(Ford Energy)’의 배터리 ESS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포드와 SK온은 지난 2022년 각각 57억 달러(약 8조4,000억원)를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전기차 배터리 전용 공장 3개를 짓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모두 포드에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부터 합작 관계에 균열이 발생했다. 당시 포드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투자 부담 확대를 이유로 북미 배터리 증설 계획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블루오벌SK 역시 공장 가동 일정과 투자 집행 속도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양사는 블루오벌SK의 생산 시설을 독립적으로 소유·운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SK온은 가동을 앞둔 테네시주 공장을, 포드는 지난해 8월 가동을 시작한 켄터키 1공장을 각각 가져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다. 건설 중인 켄터키 2공장은 투자가 중단된 상태로 정리됐다. 합작법인의 지분은 포드의 보유분 50%를 유상감자 방식으로 SK온에 반환하기로 했다. 이로써 SK온은 블루오벌SK 지분 100%를 확보하고, 합작법인은 테네시 공장만을 보유한 100% 자회사 형태로 재편하게 됐다.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단독으로 운영하면서 북미 고객사 수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포드라는 고객은 잃었지만, 지난해 3월 닛산으로부터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를 확보해 둔 만큼 반등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북미 배터리 생산 기지에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며 SK온의 재무 부담이 그룹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포드와의 관계를 정리해 독자 경영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합작법인 청산이 마무리되면, 켄터키 공장과 연계된 미 정부 차입금 등 40억 달러(약 6조원) 상당 규모 부채가 포드로 이관돼 SK온의 순차입금 역시 15조원가량 축소될 전망이다. 

전략적 유연성 발휘, 공장 역할 재정의

업계는 포드가 중장기 전략에 변화를 주게 된 배경에 주목했다. 포드는 합작 정리 이후에도 배터리 사업을 접는 방식이 아니라, 전력 수요가 커진 영역에 맞춰 공장 역할을 재정의하고 나섰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정체기에 맞춰 고성장이 예상되는 ESS 시장으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자사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차량 탑재용으로만 묶어두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포드의 배터리 전략이 전기차 판매 확대만을 전제로 설계된 단계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포드는 전기차 사업에 투자한 195억 달러(약 28조2,000억원)를 전액 손실 처리하기로 했고, 주력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의 생산 중단도 검토 대상에 올렸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구매 시 대당 7,500달러(약 1,000만원)를 지급하던 보조금을 지난해 9월 말로 중단하면서 전기차 판매 확대만으로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도 한층 무게가 실렸다. 배터리 생산능력을 다른 수요처로 돌리는 선택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포드가 제시한 실행 경로는 ESS용 배터리 생산 확대와 제품 사양 전환으로 구체화됐다. 포드는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개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전량 자회사 포드 에너지에 공급된다. 리사 드레이크 포드 전기차 시스템 담당 부사장은 사업 재편 발표에서 “앞서 획득한 기술 사용권에 100년 넘게 이어져 온 대규모 생산 경험을 더하겠다”고 말하며 ESS 전환이 생산 기술과 공급망, 판매처를 한 묶음으로 다시 짜는 작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 환경 역시 ESS 중심 재편을 뒷받침한다. 미국 내 ESS 프로젝트는 발전사·전력회사·대형 수요처가 동시에 참여하는 구조로 전개되고 있으며, 설치 물량이 누적되는 단계에 진입했다. 전력 안정화와 피크 대응 목적의 상업·산업용 프로젝트 비중이 커지면서 장기 운용을 전제로 한 설비 투자가 늘어난 결과다. 포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배터리 생산 설비를 전력 인프라 시장에 직접 연결하는 선택을 했고, 이는 생산 물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ESS는 가동률과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NCM 버리고 LFP 집중

포드는 이 과정에서 중국 배터리 제조사와의 동행을 택했다. 지난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드가 중국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하며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포드의 새로운 협력 상대로 지목된 샤오미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FT는 이를 계기로 포드가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비용과 기술 격차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포드가 한국 파트너와의 합작을 정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협력 대상으로 중국을 점찍었다는 분석이다. 

비용 요인은 포드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변수로 꼽힌다. 포드 전기차 사업부는 2024년 한 해에만 51억 달러(약 7조5,000억원)의 손실을 냈고, 지난해 1~9월 누적 손실도 36억 달러(약 5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곧 포드가 기존 전기차 배터리 조달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면, 제조사로서는 배터리 원가 절감을 전략 전환의 핵심 조건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 비용 구조를 빠르게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 배터리 기술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포드는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과의 협력을 확대했다. CATL의 LFP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는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최대 30% 저렴하다. 포드는 이르면 연내 미시간주에 건설 중인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에서 CATL과 함께 개발한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또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역시 CATL 기술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ESS용 배터리 생산에 돌입한다. 나아가 포드는 유럽 시장에서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BYD 배터리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중국 기업과의 협력 확대가 정치·제도적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에게 서한을 보내 CATL과의 제휴 성격과 기술 통제 여부, 로열티 지급 구조 등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CATL을 중국 군과의 관계가 의심되는 기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포드는 CATL과의 협력이 현행법 요건을 충족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중국 배터리 기술을 둘러싼 정치적 부담이 전략 리스크로 작동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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