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미국 ‘정착 공식’ 흔들리자 공간으로 끌어안은 인도, H-1B 이후 글로벌 IT 인재 지도는

미국 ‘정착 공식’ 흔들리자 공간으로 끌어안은 인도, H-1B 이후 글로벌 IT 인재 지도는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기자
Bio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美 비자제도 정비, 외국인 장기 정착 전략 단절
귀환 인재 핵심 성장 자산으로 흡수하는 인도
미국 중심 기술 질서 다극화, 인도에 이목 집중

미국의 전문직 취업 비자를 둘러싼 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재 배치 전략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인도를 차세대 허브로 점찍으면서 이러한 흐름에 합류했다.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경력을 이어가던 고급 인재들이 체류 불확실성에 직면한 가운데, 인도 정부도 적극적인 기업 유치에 나섰다. 과거 전 세계 인재들을 흡수하며 기술 패권을 다져 온 미국 IT 산업에 공백이 발생하면서 실리콘밸리의 핵심 기능 일부가 인도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 또한 제기된다. 

미국 체류 ‘임시 선택지’로 전락

4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알파벳은 인도를 차세대 인공지능(AI) 허브로 삼고, 벵갈루루 화이트필드 테크 구역 내 ‘알렘빅 시티’에 최대 240만㎡ 규모의 사무 공간 확보를 추진하고 나섰다. 현재 오피스 빌딩 1개 동을 임차한 상태며, 추가 2개 동에 대한 옵션 계약도 완료했다. 구글이 이 공간을 모두 사용한다면, 기존 인도 내 인력(1만4,000여 명)을 훌쩍 웃도는 2만 명을 추가 수용할 수 있다. 구글의 전 세계 인력이 약 19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도의 비중은 18% 상당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이민 억제 정책과 글로벌 기업을 둘러싼 공급망 다변화 압박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외국인 고급 인력이 미국에 정착해 커리어를 이어가던 기존 경로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빅테크 기업의 인력 배치 전략도 전면 재수정되는 흐름이 형성됐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전공 유학생이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전공 연계 실무 수습 제도(OPT)를 거쳐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신청하고, 이후 영주권으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정착 공식이 더 이상 예측 가능한 경로로 기능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H-1B 제도를 전반적으로 강화하며 신청 비용을 건당 최대 10만 달러(약 1억4,500만원) 수준으로 인상했고, 추가 심사 요건과 배경 조사도 확대했다. 이에 따라 기업으로서는 미국으로 인재를 데려오는 비용과 행정 리스크가 급격히 높아졌고, 인재 입장에서는 학위와 경력을 갖추고도 체류가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 근무를 전제로 한 장기 커리어 설계는 ‘임시 선택지’로 밀려나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에서의 근무 또는 귀국을 택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알파벳의 인도 확장은 이러한 변화가 기업 전략으로 구체화된 사례에 가깝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보조 거점 확대를 넘어 인도 현지에 대규모 인력을 수용할 사무 공간을 확보해 핵심 개발 기능까지 이전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결정인 까닭이다. 이는 곧 미국 중심으로 설계돼 있던 빅테크의 인재 지도에도 균열이 발생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에 집중되던 글로벌 기술 인재의 흐름이 인도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제도적 장벽과 기업의 대응 전략이 맞물린 결과인 셈이다. 

인도, 내수 기반 기술 생태계 강화

인도 정부도 H-1B 제도 경색이 촉발한 인재 재배치 국면을 기회 삼아 적극적으로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MeitY)는 지난해 10월 전자부품 제조 계획(ECMS)을 1차 승인에서 553억 루피(약 8,900억원) 규모의 7개 프로젝트를 통과시킨 데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2차로 17개 프로젝트를 추가 승인하며 총 717억 루피(약 1조1,000억원)를 집행했다. 인도 정부는 이를 통해 6,511억 루피(약 10조5,000억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와 1만1,800개의 직접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분야에서도 인도는 귀환 인재를 흡수할 연구·개발(R&D) 환경을 빠르게 확충했다. 정부는 ‘인디아AI 미션(IndiaAI Mission)’에 12억 달러(약 1조7,000억원) 투자를 승인하며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정부 주도 AI 투자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MeitY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200 1만3,000개를 포함해 총 1만9,000개의 GPU를 연구용으로 제공하고, 6개의 대규모 모델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인도 출신 연구자와 엔지니어들이 자국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인도 내 AI 연구도 독자적 모델 개발 단계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기업 차원의 인재 흡수 역시 정부 정책과 맞물려 전개됐다. 타타그룹 산하 타타 일렉트로닉스는 인도 국립전자정보기술원(NIELIT) 코히마 센터와 협력해 반도체 후공정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 조립·테스트·마킹·패키징(ATMP) 분야의 실무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나섰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인도의 인재 확보가 단순 ‘유턴 장려’ 수준을 넘어 귀환 인재가 정착할 수 있는 산업·연구 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혔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비자 장벽이 의도치 않게 인도의 기술 생태계 자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새로운 IT·AI 허브 부상 가능성

그간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IT 현장에서는 미국의 기술 우위가 H-1B 비자를 포함한 외국인 고급 인재 유입 체계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미국 IT 산업은 자국 내 인력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R&D 수요를 전 세계 인재로 보완해 왔고, H-1B는 그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통로로 기능했다. 이러한 구조는 실리콘밸리가 장기간 글로벌 혁신의 중심지로 기능하는 데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됐다. 실리콘밸리 중심의 산업 구도 속에서 미국은 인재 유입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축적하고, 다시 그 경쟁력이 추가 인재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그렸다. 

그러나 H-1B 제도를 둘러싼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순환 구조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전체 H-1B 소지자 39만9,395명 중 인도 국적자가 28만3,397명으로 71%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 경색의 충격은 특정 국가와 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비자 소지자와 갱신자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신규 유입이 줄어드는 상황이 누적되면 R&D 현장의 인력 풀 자체가 축소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제도 변화의 여파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경쟁력 격차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관측은 지금까지 실리콘밸리에서 수행되던 핵심 업무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이전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비용과 인재 접근성을 고려해 R&D과 운영 기능을 분산 배치해 온 만큼 비자 장벽은 이 같은 흐름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애플의 협력사 폭스콘은 벵갈루루에 아이폰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28억 달러(약 4조1,000억원)를 투자했고, 독일 반도체 기업 SAP 역시 현지에 독일 외 최대 규모의 R&D 센터 건설에 착수했다. 

이에 카르나타카주 정부와 인도 중앙정부도 법인세 감면과 R&D 지원금, 최대 20%의 자본 보조금, 7년간 연 2.5%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전기세 면제 및 재산세 환급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기업 유치를 뒷받침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들은 과거 실리콘밸리가 독식했던 기업의 개발·운영 업무를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데 강력한 현실적 기반이 된다. 업계에서는 H-1B 제도 축소가 단기간에 미국의 기술 패권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다만 인재 유입 경로의 변화가 시차를 두고 누적될 공산이 커지면서 글로벌 기술 허브로서 실리콘밸리의 위상에도 점진적인 변동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7 month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기자
Bio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