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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건축보다 디지털 패권” 사우디 ‘더 라인’, 건설비 급등·공기 지연에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급선회

“아이콘 건축보다 디지털 패권” 사우디 ‘더 라인’, 건설비 급등·공기 지연에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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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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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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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적 구상에서 현실 조정 국면으로
AI 경쟁과 재정 압박이 만든 선택지
네옴 입지, 냉각과 재생에너지 공급에 최적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사진=네옴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 찬 미래 도시 프로젝트 ‘더 라인(The Line)’이 인구 900만 명을 수용하는 선형 주거 도시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허브로 사업 방향을 선회했다. 석유 의존 경제에서 탈피하려는 ‘비전 2030’의 상징인 네옴(NEOM) 프로젝트가 화려한 건축미를 강조하던 ‘아이콘’ 중심에서 실질적인 컴퓨팅 경쟁력을 확보하는 ‘실용주의’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긴 건물을 짓는 것보다 컴퓨팅 시대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 처리 능력을 선점하는 게 실익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재정 압박에 ‘더 라인’ 축소 검토

2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현재 네옴을 데이터센터 중심 거점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의 중심에는 초고층 직선 도시 더 라인이 있다. 사우디가 구상했던 더 라인은 폭 200m, 높이 500m의 거울 벽 건물을 170km 길이로 잇는 초거대 프로젝트로, 자동차와 도로 없이 재생 에너지로만 운영되는 이 도시는 당초 사막 위의 기적으로 불렸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난도 공법에 따른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사업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문은 사우디 정부가 네옴 진행 상황을 1년간 점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네옴시티는 현재까지 500억 달러(약 72조4,000억원) 이상이 투입됐음에도 공사 진척은 더디기만 하다. 이에 따라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지난해 80억 달러(약 11조5,800억원)의 손상차손을 기록했으며, 2030년까지 완공 예정이던 1단계 목표도 20개 모듈에서 3개로 축소됐다.

이와 함께 현재 건설 현장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약 6,000명의 직원 중 수백 명이 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사우디는 스포츠 리그 인수, 게임 산업 투자 등 고비용 프로젝트 전반에 대해 긴축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석유 의존 탈피를 위해 조성한 공공투자기금의 재정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2030년 엑스포·2034년 월드컵 준비 비용 마련도 사우디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사우디는 수백만 명의 주민을 이주시키려던 기존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아파트와 공공시설로 채우려던 공간의 상당 부분을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엔 주거지 건설보다 AI 모델 학습과 실행을 위한 서버 인프라 확보가 미래 경제 경쟁력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터센터 허브로의 전환은 사우디의 지리적 환경을 과학적으로 활용한 전략이다. AI 서버는 막대한 열을 발생시켜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이 필수다. 더 라인은 홍해 연안에 위치해 있어 해수를 활용한 자연 냉각 시스템 구축이 쉽다. 사막의 뜨거운 기후 속에서도 낮은 비용으로 데이터센터 운영이 가능한 셈이다.

타렉 아민 휴메인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모습, 아민 CEO가 지난해 5월 13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 2025'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AMD 등, 사우디와 빅딜 추진

IT업계에서는 사우디의 이러한 변화를 글로벌 경제 수요에 맞춘 실리적 선택으로 평가한다. 거대언어모델(LLM)의 확산으로 전 세계 서버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우디가 넓은 부지와 안정적인 전력, 그리고 해수 냉각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인프라를 제공할 경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사우디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반도체 및 AI 선도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데이터센터 허브로의 도약을 준비해 왔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PIF 산하 AI 기업 휴메인(Humain)을 통해 향후 10년간 6.6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휴메인은 미국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AI 칩을 확보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협력은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제휴다. 작년 5월 양사는 파트너십을 체결, 엔비디아의 플랫폼과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우디를 AI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 전환의 글로벌 허브로 육성하고, 전 세계 기술 혁신을 이끄는 공동 목표를 추진한다.

휴메인은 최첨단 인프라,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 몰입형 디지털 플랫폼, 인재 개발 체계를 통합해 글로벌 AI 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특히 향후 5년간 최대 500메가와트(MW)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AI 팩토리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 팩토리는 수십만 개의 엔비디아 GPU로 구동되며, 첫 번째 단계에서는 1만8,000대의 엔비디아 GB300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 AI 슈퍼컴퓨터가 도입된다. 이 시스템에는 인피니밴드(InfiniBand) 네트워크가 탑재돼 대규모 소버린 AI(Sovereign AI) 모델 훈련과 배포를 위한 안전하고 강력한 인프라를 제공한다.

휴메인은 엔비디아의 3D 시뮬레이션 및 디지털 트윈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를 멀티테넌트 환경으로 도입한다. 이를 통해 제조, 물류, 에너지 산업 등의 실제 물리적 환경을 디지털로 시뮬레이션·최적화·운영하는 ‘물리 AI(Physical AI)’와 로보틱스의 새로운 시대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휴메인은 AI 기술력을 사우디 시민에게 확산시키기 위한 대규모 교육·역량 강화 프로젝트도 병행한다. AI, 시뮬레이션,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분야의 실무 교육을 통해 수천 명의 기술 인재를 육성하며,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목표인 경제 다각화와 디지털 리더십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휴메인은 AMD와도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원)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과정에서 사우디 내 특수목적펀드(SPF)에 AMD가 지분을 보유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퀄컴·시스코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와는 500MW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UAE도 AI 허브 도약에 박차

사우디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도 글로벌 AI 허브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UAE 정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대만 TSMC와 손잡고 자국에 반도체 첨단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TSMC가 최근 몇 달 동안 미국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UAE 투자 기관인 ‘MGX’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 파운드리 건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될 경우, TSMC는 UAE에 한 달에 웨이퍼 10만 장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기가팹을 건설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UAE에 총 152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UAE에 투자한 73억 달러(약 11조원)에 더해, 2029년까지 79억 달러(약 11조4,5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투자금은 UAE 국부펀드가 지원하는 국영 AI 기업 ‘G42’, UAE의 AI·클라우드 인프라 확장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밖에 UAE는 오픈AI, 엔비디아, 오러클, 소프트뱅크 등과 협력해 아부다비에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5GW는 미국 평균 가정 약 300만 가구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UAE는 AI 생태계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AI에 필수적인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서도 팔을 걷었다. 2027년까지 100만 AI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세우고, 아부다비에 모하메드 빈 자이드 AI 대학교(MBZUAI)를 세운 것이 대표적 예다. 또 낮은 세금을 앞세워 해외 인력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트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2024년까지 AI 기술을 보유한 인재의 이주 규모에서 UAE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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