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결집시킨 다카이치 ‘총선 압승’ 예상, 국가 신뢰와 맞바꾼 불안한 영광
보수 결집시킨 다카이치 ‘총선 압승’ 예상, 국가 신뢰와 맞바꾼 불안한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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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내각 지지율 업고 이례적 1월 해산 연립 여당 ‘헌법 개정 가능’ 310석 넘을 듯 식료품 소비세 2년간 '제로' 공약, 폭락하는 초장기채

오는 8일 치러지는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강경 우파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판세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당초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선거를 강행하자 처음에는 예산안 통과 등 민생을 외면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강했지만, 막상 선거전에 들어선 뒤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내세운 ‘강한 일본’ 구호가 먹히면서 보수 지지층들이 결집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감세 정책 등 포퓰리즘적 요소들도 긍정 평가를 이끌었다. 다만 ‘재원 대책 없는 감세’ 탓에 재정 규율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을 둘러싼 긴장도 동시에 증폭되는 분위기다.
日 자민당, 중의원 과반 확보 전망
3일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에 걸쳐 약 37만 명을 상대로 벌인 전화·인터넷 여론조사를 토대로 판세를 분석한 결과, 자민당이 292석 전후(278∼306석)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선거 공시 전 자민당 의석은 198석이었다. 또 자민당과 함께 연립 여권을 구성하고 있는 일본유신회는 공시 전 34석에서 큰 변동 없는 32석 전후(25~38석)로 예측됐다.
반면에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손잡고 만든 중도개혁연합은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중도개혁연합의 예상 의석수는 74석 전후(60∼87석)로, 종전 의석 합계(167석)의 반 토막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 외 국민민주당 29석 내외(23∼34석), 참정당 11석 내외(8∼14석) 등으로 예상됐다.
다른 언론사의 판세 분석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교도통신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19만4,463명에 대한 전화 설문을 토대로 자민당이 지역구 289곳 중 약 180곳에서 우세라며, 중반 판세 분석 결과 자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기세라고 보도했다. 또 일본유신회는 종전보다 의석이 줄 수도 있지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를 합친 의석수는 절대 안정 다수석(261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산케이신문도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함께 16만2,746명을 전화 설문한 결과를 토대로 선거전 중반 판세를 분석한 결과, 자민·일본유신회 연립 여당이 중의원(하원, 전체 465석)에서 310석 넘게 차지할 기세라고 보도했다. 중의원에서 310석을 넘으면 참의원(상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의결해 가결할 수 있어 여당의 정권 운영이 쉬워진다. 또 중의원에서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는 의석수도 충족한다.
‘강한 리더’ 이미지가 결집시킨 보수 표심
이처럼 자민당의 대승이 점쳐지는 이유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를 꼽고 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 총리는 소탈한 화법과 강한 리더 이미지 등이 호응을 얻으며,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60~80%대 안정적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중·일 관계 악화를 초래했지만,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발언을 철회할 필요 없다’는 응답이 더 많이 나오는 등 강경한 태도가 선거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각 출범 3개월 만에 내놓은 중의원 해산 승부수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3일 정기국회 개회 이후 중의원을 해산시켰다. 정기국회 개회 직후 해산은 60년 만의 두 번째 사례다. 1992년 이후 1월 소집 국회에서 서두 해산이 단행되는 것도 처음이다. 총리는 해산으로 2026년도 예산안의 연내 성립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데 대해 "경제 운용에 공백을 만들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 뒤 내린 결정"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총리에게 중의원 해산은 정국을 단숨에 뒤집는 카드다. 잘만 사용하면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어서다. 실제 J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중의원 해산 이후 78.1%를 기록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70~80%대의 높은 수치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다케시타 세이지로 시즈오카대 교수는 “이 인기를 바탕으로 자민당이 중의원에서 단독 과반을 확보해 보다 대담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에는 그만한 리스크가 따른다. 해산 직후 총선에서 패배하면 퇴진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선택이 ‘정치생명을 건 도박’으로 읽히는 이유다.

선거용 ‘감세 카드’에 무너지는 재정 규율
다카이치 총리 인기의 더 큰 이유는 소비세 감세를 전면에 내세운 포퓰리즘 정책이다.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현재 8%인 식품(채소, 육류, 가공식품, 포장음식 등) 소비세율을 2년간 전액 감면하는 방안을 자민당의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감세 공약은 과거 자민당의 정책 기조와 완전히 배치된다. 전통적으로 자민당은 소비세를 사회보장의 안정 재원으로 보고, 소비세 인하를 주장하는 야당에 강하게 맞서왔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조기 총선 선언과 함께 입장을 바꿨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당연히 표 때문이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30년 가까이 잠잠했던 일본 물가는 2022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상승 국면에 진입한 상태다. 특히 식료품 가격이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일본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195개 제조사가 2만 개 넘는 식음료 품목 가격을 인상했으며, 평균 가격 인상률은 15%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세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다카이치 총리의 공약은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위안이 된다. 총무성은 4인 가구의 식료품 소비세가 제로가 될 경우, 연간 평균 6만727엔(약 56만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그만큼 국가 재정에는 구멍이 생긴다는 데 있다. 식료품 소비세를 제로화하면, 연간 5조 엔(약 46조3,600억원)이 넘는 세수가 증발하지만, 다카이치 내각은 이 구멍을 메울 다른 세수 확보 방안은 전혀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재원 대책이 공백인 상태에서 감세 공약만 부각되자 금융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감세 공약 선언 다음날인 지난달 20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3.88%, 40년 만기는 연 4.215%를 기록하며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국채 매도세를 자극했다. 재정 규율이 약화하면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채권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질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되는 자산이다. 이 점이 초장기 국채를 중심으로 매도 압력을 키웠다. 파장은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미국도 일본 국채금리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 같은 날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연 4.31%까지 상승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미국 장기 금리 급등에 대해 “일본에서의 파급 효과를 분리해 생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리 상승에 따라 일본 정부의 이자 부담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4년 일본 정부가 지급한 국채 이자율은 평균 연 0.75%였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억제하던 시절 저금리로 발행한 국채 대부분이 아직 상환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만기가 돌아와 차환 발행하는 국채금리는 점진적으로 높아진다. 골드만삭스는 일본 정부의 평균 지급 이자율이 올해 연 1%를 넘어 2030년에는 연 1.65%, 2035년에는 연 2.16%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10년여 만에 3배가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