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도입 극구 반대” 현대차에서 벌어진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 정부는 변화 억제보다 부작용 최소화에 집중
“아틀라스 도입 극구 반대” 현대차에서 벌어진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 정부는 변화 억제보다 부작용 최소화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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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생산 현장 로봇 투입 계획에 강력 반발 AI 기술 발전이 불러온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 "기술 진보는 불가피" 정부, 일자리 양극화 등 부작용 대응에 초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이 사측의 생산 현장 로봇 투입 계획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발맞춰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기업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현대차 내부에서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멈춰 세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일자리 양극화 등 부작용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강경한 입장
29일 현대차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요즘 사측 횡보를 보면 우선 로봇 투입이 가능한 해외 공장으로 물량을 빼낼 것"이라며 "남은 국내 물량으로 퍼즐을 맞추다가 마지막 남은 빈칸은 공장 유휴화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휴화된 공장에는 향후 로봇 투입이 가능하거나 자동화가 극대화된 신공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노조는 "지난 1월 7일 현대차그룹 최고 전략 회의인 글로벌리더스포럼(GLF)에서 무인공장 프로젝트인 'DF247'(불도 켜지 않고 24시간 7일 쉬지 않고 가동되는 어둠의 공장)을 논의했다"며 "사측은 생산 현장에서 사람을 배제하고, 오로지 AI 기반 로봇만으로 운영할 수 있는 꿈의 공장을 구현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이제는 인간이 로봇을 만들고, 그 로봇이 로봇을 만들어 모든 일자리를 대체하게 된다"며 "그 어디에도 사람은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소비와 공급의 균형은 깨질 것이고, 대한민국 경제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봇 도입에 반대하는 노조를 '이기주의'라고 표현하는 일부 시각에는 "대안 없이 들어오는 로봇과 물량 빼가기에 아무 소리도 하지 말고 있으란 말인가"라며 반문했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지난 22일에도 소식지를 통해 휴머노이드 양산형 로봇 '아틀라스'의 해외 공장 도입을 언급하며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생산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현대차에 인건비 절감을 위해 AI 로봇 투입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노사 합의 없는 도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국 '러다이트 운동'과 닮은꼴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대차 노조의 행보가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에 가깝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노조원이 대부분이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기술직 노동자이며, 첨단 기술에 의해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러다이트 운동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걸쳐 영국의 공장 지대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기계 파괴 운동을 말한다. 당시 영국의 산업혁명을 견인하던 아놀드, 노팅엄, 리스, 셰필드, 맨체스터 등 대부분의 공업 도시에서 기계가 파괴되었으며, 때로는 공장 전체가 폐허가 되기도 했다.
러다이트 운동을 이끈 것은 급격한 산업 혁명의 진행으로 인해 실업과 저임금 압박을 맞닥뜨린 장인과 노동자였다. 18세기 말 방직기의 발명으로 대량 생산 체제가 도입되며 숙련된 직조공들은 설 자리를 잃어 갔다. 공장주들은 직조공을 기계와 여성·미성년자로 대체하며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 부담을 줄였고, 직조공들은 사태의 원흉인 기계를 부수며 '생존'을 부르짖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발생한 기계에 대한 인간의 투쟁이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노동자를 진압하고, '기계 파괴 방지법(Frame Breaking Act)'을 제정하며 러다이트 운동에 가담한 이들을 사형했다. 이 같은 탄압 속 러다이트 운동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노동자들이 법과 제도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20여 년 후 영국의 노동자들은 차티스트 운동(Chartism) 등을 통해 보통·비밀 선거 등 보편적 형태의 참정권을 얻었으며, 노조도 합법화됐다. 아울러 기업들은 자동화를 통한 대량 생산으로 원가 절감에 성공했다. 영국은 이를 발판 삼아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룩했으나, 그 과정에서 도시 빈민의 확산과 극단적인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정부 차원의 대응 전략은?
정부는 AI발(發) 산업계 격변을 억누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봇 확산이 일자리 양극화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선제적으로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며 "결국 (AI 중심으로 움직이는) 그 사회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직접 발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AI 기계들이 스스로 판단하며 먹지도 않고 불빛 없는 깜깜한 데서 지치지 않고 일하는 세상이 곧 오게 돼 있으며,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면 생산 수단을 가진 사람들이 엄청난 부를 가질 텐데, 대다수 사람은 일자리를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자리가 있겠지만, 정말 AI가 할 수 없는 아주 고도의 노동 일자리 아니면 그 AI 로봇이 하지 않는 더 싼 노동"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이 급속도로 재편되며 신규 고용이 줄어들고, 자동화의 이익은 자본과 기술 보유자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이렇게 얘기하면 일자리가 '양극화될 것이다'라고 예측하지 않나"라며 "생각보다 (그런 상황이) 빨리 오고 있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과거 골목길마다 존재했던 주산 학원이 컴퓨터 학원으로, 다시 PC방으로 간판을 바꿔 단 2000년대 전후 국내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이런 사례가) AI도 비슷하다고 본다"며 "우리 모든 국민이 이걸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최대한 빨리 인정하고, 빨리 학습하고, 또 우리 정부는 학습할 기회를 부여하고, 이걸 도구로 많은 사람들이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서 "생각을 바꾸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관련 부처도 제도 정비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례로 26일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로봇 도입과 동시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룰 규범이나 규칙, 법적 문제에 대해 안전·보건 관점에서 검토하는 단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만약 로봇이 사람과 섞여 일하면 (사람이) 더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제도가) 검토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도, 정부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대책을 선제적으로 수립하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