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인가 보류" 암초 부딪힌 쿠팡 자산 유동화, 공정위 제재·美 개입 변수에 투자자 이탈까지
"리츠 인가 보류" 암초 부딪힌 쿠팡 자산 유동화, 공정위 제재·美 개입 변수에 투자자 이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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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유동화 계획, 국토부 리츠 인가 보류로 첫 관문서 제동 공정위 제재 검토·미국 정부 개입 겹치며 불확실성 확대 리츠 딜 구조·수익성 논란, 국내외 LP 줄이탈 확률 높아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한 쿠팡의 대규모 자산 유동화 계획에 먹구름이 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검토 및 미국 정부의 개입으로 쿠팡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중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유동화 계획의 핵심인 리츠 영업인가를 보류한 탓이다. 시장에서는 설령 쿠팡이 리츠 영업인가를 따낸다고 해도 향후 투자자 확보 등에서 재차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 힘이 실린다.
'쿠팡 리츠' 뜯어보는 국토부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12월 22일 알파자산운용과 함께 국토부에 알파씨엘씨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알파씨엘씨제1호리츠)의 영업인가를 신청했다. 해당 부동산투자회사는 쿠팡과 알파자산운용이 작년 10월 공동 설립했다. 쿠팡은 당초 이 운용사를 통해 신규 리츠를 만들어 국토부로부터 인가를 받고, 대전 풀필먼트센터, 북천안 풀필먼트센터, 인천 쿠팡 풀필먼트센터 등 총 세 곳의 쿠팡 물류센터를 9,71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었다. 사실상 물류센터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를 시도한 셈이다.
국토부는 이달 초 이 같은 쿠팡의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쿠팡의 신청 서류를 운용사 측에 되돌려 보내고, 리츠가 인수하려는 쿠팡 물류 자산의 사업성과 운용 계획 등에 대한 자료 보완을 요청한 것이다. 국토부는 쿠팡이 자사 소유의 물류센터를 리츠 회사에 비싸게 매각해 부당한 이득을 얻거나, 물류센터를 매각한 뒤 저렴한 가격에 임차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는 향후 영업 인가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인가 여부를 세심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투자회사법상 국토부는 리츠 영업 인가 신청 이후 20영업일 이내에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국토부 측의 서류 보완 요청이 발생할 경우 보완 기간은 영업일에 포함되지 않는다.
쿠팡 둘러싼 시장 불확실성 가중
국토부가 관련 사안을 꼼꼼히 검토하는 것은 최근 벌어진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규제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현재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쿠팡이 영업정지 요건을 갖췄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상거래법에는 소비자 피해 방지 등 사업자의 의무가 규정돼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 피해 규모와 피해 구제 방법 등에 따라 시정명령이 부과될 수 있다. 이때 시정명령만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가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사업자가 시정명령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최고 수위 제재인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더해 공정위는 '쿠팡이츠 끼워팔기' 의혹을 사고 있는 쿠팡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는지도 심사하고 있으며,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쿠팡 동일인(총수) 지정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조사를 통해 김 의장 본인이나 친족이 경영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공정위는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 의장으로 변경하게 되며, 쿠팡은 사익편취 규제 등 각종 공정법 관련 규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 밖에도 쿠팡은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적용하는 할인 혜택을 속여 광고한 혐의, 배달 앱 입점 업체에 최혜 사업자 대우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도 심의·조사를 받는 중이다.
변수는 미국이 이 같은 공정위의 행보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2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밴스 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김 총리와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 것을 경고(warn)했다"며 "밴스 부통령은 김 총리에게 미국 측은 쿠팡 같은 기술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처우에서 의미 있는 완화(meaningful de-escalation)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증시 상장 이후 미국 법과 자본시장에 소속되며 미국 기업으로 인정받은 쿠팡이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이처럼 직접적으로 쿠팡을 두둔하는 배경에 '대규모 로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로비 데이터 분석 업체 오픈시크릿(Open Secret)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약 5년간 858만 달러(약 125억원)를 로비 활동에 지출했다. 정치인 직접 후원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1,075만 달러(약 157억원)까지 불어난다. 이는 매출 규모가 비슷한 이베이(로비액 205만 달러), 전기자동차 보조금과 관세로 인해 적극적 로비를 단행한 현대자동차(232만 달러) 등을 훌쩍 웃도는 금액이다. 이에 더해 쿠팡은 2025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준비 기금에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후원하기도 했다.

투자자들도 등 돌렸다
설령 쿠팡의 신규 리츠가 이 같은 변수를 뚫고 영업 인가를 받는다고 해도 유동화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LP(유한책임사원) 모집 난도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투자금은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이 출자하는데, 이들 기관 투자자는 정치적으로 구설에 오른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치권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쿠팡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 일부 국내 LP는 국토부에 현재 쿠팡의 상황과 관련해 질의했으며, 인가가 지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출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의 임차 계약 중도 해지 가능성도 문제로 꼽힌다. 쿠팡은 10년 장기 책임 임차(마스터리스)를 앞세웠지만, 이후 10년 연장은 임차인 선택 사항으로 설정돼 있다. 쿠팡 리츠 만기가 7년으로 설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 시점 잔여 임대 기간은 약 3년에 불과하다. 책임임차 연장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수자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등을 연상하며 장기 현금 흐름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앞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나섰을 당시 일부 리츠 투자자들은 임차인인 홈플러스가 계약 기간 중 임차 면적을 줄이거나 임대를 중단하며 예기치 못한 공실 및 자산 가치 하락 리스크를 떠안은 바 있다.
쿠팡이 제시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 역시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리츠는 향후 매각 시점에 물류센터를 현재보다 비교적 높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구조"라며 "연 5%대 초반 수준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자산 가치가 산정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물류센터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축 흐름과 거래 환경을 감안하면 이 같은 가정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수 있다.
해외 LP들이 적극적으로 출자를 검토할 가능성 역시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LP는 수익 상방이 제한된 우선주 투자에 관한 선호도가 비교적 높지 않기 때문이다. 알파씨엘씨제1호리츠는 쿠팡이 에쿼티(보통주) 19%를 선투입하고, 잔여 81%는 우선주 형태로 연기금·공제회 등 LP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형태다. 우선주 투자자에게는 연 6%대 중반 수준의 현금수익률과 내부수익률(IRR) 약 8% 안팎이 제시됐다. 이 같은 수익률은 현재 투자 환경에서 매력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