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인지 위축 우려 속 교육계의 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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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부상한 인지 위축 논란 결과물 중심 평가 체계 한계 노출 사고 과정 보호할 새 교육 기준 요구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국 대학생의 95%가 학업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4%는 과제 작성에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생성형 AI가 교육 현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존 학습 방식과 평가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경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른바 'AI 인지 위축(cognitive stunting)'이 새로운 교육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AI 시대에 걸맞은 학습·평가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구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AI가 바꾼 학습의 순서
생성형 AI는 학습이 이뤄지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자료를 찾고 읽고 비교·분석한 뒤 초안을 작성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자료 정리와 글쓰기, 답안 작성까지 상당 부분 수행하면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문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찾아가는 경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시행착오와 반복 학습은 이해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과정으로 평가받는 만큼, 관련 경험이 축소될 경우 기초 역량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학습을 돕는 도구가 등장한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학생들은 오랫동안 교과서와 참고서, 계산기, 인터넷 검색 등을 활용해 정보를 찾고 학습해 왔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자료 검색을 넘어 설명과 정리, 글 구성, 답안 작성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 도구들과 차별화된다. 충분한 기초 역량을 갖춘 학습자에게는 사고를 확장하는 보조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해 과정보다 결과물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기존 학습 부진 위에 쌓이는 AI 격차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학업 성취도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그 무게를 더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 결과에 따르면 OECD 평균 수학과 읽기 점수는 역대 최대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AI를 이러한 학업 성취 저하의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생성형 AI는 이미 존재하던 학습 취약성을 감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도 AI의 도움을 받아 완성도 높은 글을 작성할 수 있고, 기초 수학 역량이 부족한 학생도 손쉽게 정답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AI 확산 속도를 교육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대학생의 AI 활용률은 2024년 66%에서 2026년 95%로 높아졌고, 미국에서도 청소년의 과반수가 학업에 챗봇을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 싱크탱크 RAND연구소 조사에서는 학교나 교육구로부터 AI 활용 지침을 제공받았다고 답한 학교장 비율이 18%에 그쳤다. 이러한 문제는 교육 여건이 열악한 학교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갖춘 학교는 AI를 학습 지원과 피드백 도구로 활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는 단순한 과제 수행 보조 수단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AI 활용 역량까지 학교별로 차이를 보일 경우 기존 학습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지보다 중요한 활용 원칙
AI 인지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활용 원칙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실제로 적절하게 설계된 AI는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확인된다. 지난해 대학 물리학 수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무작위 실험에서는 검증된 교육학 원리에 따라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맞춤형 AI 튜터를 활용한 학생들이 기존 학습 방식의 학생들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내용을 습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은 AI가 사고를 학습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이 먼저 문제를 풀고 설명과 해석, 해결 방안을 스스로 도출한 뒤 AI를 활용해 결과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역사 수업에서는 학생이 먼저 사료를 분석한 뒤, AI를 활용해 다른 해석이나 반론을 검토하는 구조다.

AI 시대의 새로운 평가 기준
활용 원칙이 마련되더라도 기존 평가 방식이 유지된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평가 체계 전반의 재정비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주요 AI 기업들은 정확도 문제와 오판 가능성 등을 이유로 AI 작성 여부를 판별하는 일부 도구의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학습 과정과 이해 수준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가 방식도 결과물 중심에서 학습 과정 중심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초안 작성 과정과 구두 발표, 수업 참여 기록, 포트폴리오, 성찰 보고서 등 학습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평가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과제별 AI 활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기준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과학 실험 보고서에서는 문장 교정에 한해 AI 사용을 허용하되 데이터 해석과 결론 도출은 학생이 직접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 제시된다.
공공 부문의 역할도 중요하다. 유네스코(UNESCO)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 약 4,400만 명의 교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AI를 교원 부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하고 있지만, 이를 공교육 투자 축소의 대안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AI는 행정 업무와 학습 지원을 돕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학생의 성장 과정에 대한 판단과 지도, 관계 형성까지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AI 활용 역량의 출발점 역시 읽기와 쓰기, 수리적 사고, 정보 검증 능력과 같은 기초 역량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초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따라서 정부와 교육 당국은 학생들의 사고 과정과 학습 경험을 보호할 수 있는 교육 및 평가 체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AI 시대 교육의 과제는 사고력과 이해를 높이는 방향으로 AI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I Cognitive Stunting Is a Policy Failure, Not a Student Defec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