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먼저, 실적은 나중? 그룹 총력전에 롯데바이오 CDMO 성과 압박 커졌다
공장 먼저, 실적은 나중? 그룹 총력전에 롯데바이오 CDMO 성과 압박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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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공장 완공 지연에 수익 공백 장기화
CDMO 특성상 시행착오·장기 투자 불가피
중견·중소 기업 참전으로 경쟁 과열 양상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그룹 계열사 호텔롯데를 신규 주주로 맞이하며 그룹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었다. 인천 송도 공장 준공을 앞두고 설비 투자가 선행된 상황에서 상업 생산 물량 확보 여부가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첫 수주 성과를 알렸지만, 아직 임상 단계 물량에 머물러 수익 실현 가능성이 제한된 탓이다. 경쟁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중견·중소 기업 및 중국 기업들까지 가세한 시장 환경은 롯데바이오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장벽으로 지목된다.
수주 물량 확보 더뎌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진행한 유상증자에서 롯데지주가 참여하지 않은 실권주 상당분을 호텔롯데에 매각하며 신규 주주를 맞이했다. 기존에는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가 롯데바이오 지분 각각 80%, 20%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호텔롯데가 2,143억원을 투입해 19%의 지분을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바이오 사업에 대한 롯데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를 재확인한 조치”라는 평가와 함께 “투자 부담이 호텔롯데로 이전됐을 뿐 그룹 전체의 재무 부담이 근본적으로 완화된 것은 아니다”라는 해석이 동시에 제기된다.
그룹 차원의 대규모 지원은 롯데바이오의 사업 진행 속도와 맞물려 가속하는 추세다. 인천 송도 11공구 KI20 블록에 건설 중인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은 애초 지난해 말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두 차례 연기돼 오는 8월 시험 가동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상업 생산 역시 2027년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은 그 특성상 초기 고정비 부담이 큰 사업으로 분류된다. 업계는 롯데바이오의 유상증자가 이러한 공백을 버티기 위한 체력 보강 성격이라는 데 관측이 일치했다.
적자 행진인 재무 지표는 롯데바이오가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롯데바이오는 2024년 연간 기준 약 800억원의 영업손실과 89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226억원, 2분기 139억원, 3분기 239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하며 실적 부진을 떨쳐내지 못했다. CDMO는 모든 기업이 초기 적자를 감내하고 생산 경험과 고객 신뢰를 축적해야 하는 산업으로 분류되지만, 손실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엔 추가적인 자금 수혈 없이는 사업 추진 동력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다만 가시적인 변화도 일부 나타난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박제임스 대표 체제 이후 롯데바이오는 CMO 계약 3건을 연이어 발표했다. 다만 이들 계약은 모두 임상시험 단계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 생산 계약에 해당한다. 임상시험용 CMO는 계약 규모가 작고 생산 기간도 짧아 공장 가동률 제고나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진다. 호텔롯데의 유상증자 참여 형태로 나타난 그룹 차원의 지원이 롯데바이오 공장 완공과 상업 생산 계약이 가시화하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배경이다.
“초격차” 삼성 vs. 롯데 “압축 성장”
롯데바이오가 경쟁 구도로 설정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사업 초기부터 순탄한 궤적을 밟았던 것은 아니다. 삼성바이오는 2011년 처음 CDMO 사업에 발을 들였지만, 당시는 이미 스위스 론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등 선도 업체들이 글로벌 제약사와 장기 계약을 구축한 이후였다. 후발주자로 출발한 삼성바이오는 대규모 선투자 부담과 초기 수주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감내해야 했고, 설비 확장 속도에 비해 가동률이 뒤따르지 않는 시기는 그 후로도 상당 기간 이어졌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는 2017년 매출 4,646억원과 영업이익 660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시장 입성 전부터 지속한 대규모 설비 투자가 무색할 정도의 제한적 성과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는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한 ‘체급 경쟁’ 전략을 놓지 않았다. 그 결과 출범 6년 만에 연간 36만 리터(ℓ)를 웃도는 생산 능력을 확보하며 당시 연 30만ℓ 내외 생산력을 갖춘 글로벌 상위 CDMO 업체들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될 기반을 마련했다. 이 같은 전략은 단기 손익보다 장기 신뢰 확보에 초점을 맞춘 선택으로 해석된다.
전략이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진 시점은 존림 대표 취임 이후인 2020년대 들어서다. 새로운 대표 체제 아래 삼성바이오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의 생산 파트너십을 점진적으로 늘리며 실적 구조를 개선했다. 삼성바이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 4조5,570억원, 2조692억원으로 호실적을 이뤘고, 연간 수주 금액 역시 6조8,190억원으로 창립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고객사 수가 2018년 3곳에서 최근 17곳까지 증가하며 단기간에 만들어지기 어려운 ‘신뢰의 축적’을 과시했다.
롯데는 ‘압축 성장’을 통해 삼성바이오를 추격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 롯데바이오 글로벌전략실장(부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아 기존 박제임스 대표와 함께 바이오 사업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미국 시큐러스 공장에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시설을 구축, 북미 영업을 확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그룹 창업주 3세가 바이오 사업 전면에 나선 점을 두고 “롯데가 바이오를 단기 실험이 아닌 중장기 핵심 성장 축으로 설정한 모습”이라는 평을 내놨다.

기업별 생존 전략 천차만별
문제는 최근 수년 사이 다수의 중소기업까지 참전하며 CDMO 시장 내 경쟁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 불확실성과 약가 규제 부담이 커지면서 계약 기반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CDMO가 제약·바이오 기업 전반의 현실적 선택지로 부상한 것이다. 나아가 바이오의약품뿐 아니라 화학합성 의약품, 원료의약품(API), 완제의약품까지 위탁 범위가 확장되며 시장 진입 주체도 빠르게 늘었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 CDMO와 달리 기존 생산시설을 전환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은 중소·중견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먼저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생산 경험을 토대로 CDMO 영역 확장을 공식화하면서 미국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2035년까지 CDMO 매출 3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 SK팜테크는 소분자 API와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고난도 공정에 집중하며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미국·유럽에 걸친 다국적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적극적인 공정 개발과 품질 대응 능력은 물론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규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전통 제약사 계열 기업들의 CDMO 진입도 눈에 띈다. 대웅바이오는 향남 바이오 플랜트를 기반으로 미생물 유래 바이오의약품 CDMO를 준비 중이며, 글로벌 GMP 인증을 목표로 생산 체계를 재정비하고 나섰다. 다산제약 역시 수출용 품목 확대와 공장 증설을 병행하며 글로벌 CDMO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은 대형 바이오 CDMO 대비 설비 규모에서는 열위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유연한 의사결정과 특정 공정에 특화된 생산 역량을 앞세워 틈새 수요를 공략하는 전략을 택하는 모양새다.
중국 업체들의 분전도 경쟁 난도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일례로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사전충전 주사기 생산시설 5곳이 미국 FDA의 사전 라이선스 검사를 통과하며 품질·규제 대응 능력을 입증했다. 미·중 갈등을 비롯한 각종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과 생산 속도를 앞세운 중국 CDMO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선택지는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롯데바이오가 단순 설비 증설이나 그룹 내부 지원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됐음을 의미하며, 나아가 초기 수주 확보와 차별화 전략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