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이민 유입 확대에도 미국 물가 영향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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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민 증가에도 인플레이션 영향 제한적 저소득 이민자 유입, 소비보다 노동 공급 효과 확대 지방 재정 부담과 전국 물가 영향 분리 대응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미국 사회에서 이민은 주택난과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최근 전망에 따르면 이민 증가가 향후 10년간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연간 약 0.01%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이후 미국 경제가 경험한 고물가 국면과 비교하면 사실상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이민자 유입은 소비와 주거 수요를 늘려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으로 유입된 이민자 상당수는 소비 여력이 크지 않은 저소득층이었고, 건설업과 서비스업 등 인력 부족이 심한 분야의 노동 공급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수요 증가와 공급 확대 효과가 상당 부분 맞물리면서 물가에 미친 영향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수요보다 컸던 노동 공급 효과
대규모 이민 유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인구 유입 규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공급 확대 없이 수요만 늘어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는 경제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이민자 수 자체보다 신규 유입 인구의 소비 여력이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미국으로 유입된 중남미와 카리브해 출신 이민자 상당수는 자산이 부족하고 신용 접근성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초기 소비는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등 생계유지에 집중됐고, 소비 재원 역시 본국 송금이나 정부 지원, 비공식 공동체의 도움에 의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소비 여력이 제한적이었던 만큼, 이민자 유입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는 생필품 등 일부 품목에 그쳤다. 이 같은 특성은 물가에 미친 영향에서도 확인된다. 저소득 이민 가구는 일부 지역의 주택시장과 공공서비스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소비 등 경제 전반의 수요를 크게 끌어올리는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지위와 소득에 따라 달라지는 물가 영향
이민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소득 수준과 법적 지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2023년 미국에서는 미등록 이민자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유입 인구 상당수는 망명 신청자나 임시 보호 신분 보유자였다. 이들은 취업 허가와 법적 절차 문제로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금융서비스 이용에도 제약을 받았다. 그만큼 소비 확대 속도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안정적인 고용계약과 신용 기반을 갖춘 고숙련 이민자는 주택과 자동차 등 자산 구매에 나서며 경제활동 범위를 빠르게 넓힌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 역시 이 같은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고소득 이민자는 유입 직후부터 소비를 늘리며 수요 증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저소득 이민자는 취업 허가와 행정 절차로 인해 경제활동이 본격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노동 공급 확대가 물가 상승 압력 상쇄
최근의 이민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크게 자극하지 않은 배경에는 인력 부족을 겪던 산업에 노동력이 공급된 점도 자리한다. 외식업과 건설업, 청소업, 돌봄 서비스, 농업, 제조업, 물류업, 숙박업 등은 생활물가와 밀접하게 연결된 대표적 노동 집약 산업이다. 이들 업종은 이민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들 산업은 오랫동안 인력난에 시달려 왔다. 이민 노동력이 유입되면서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 일부 완화됐고, 주택 건설과 물류, 서비스 제공도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공급 부족에 따른 비용 상승 압력이 줄어들었고 프로젝트 지연도 완화됐다. 기업들이 인력 확보를 위해 임금을 급격히 인상해야 하는 부담 역시 일정 부분 덜어주는 데 기여했다.
이 같은 공급 효과는 강경한 이민 통제 정책의 경제적 비용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거론된다. 일부 연구는 취업 허가 축소나 대규모 추방 조치가 시행될 경우 노동 공급 감소가 소비 위축보다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 투입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인력이 급격히 줄어들면 생산 차질과 비용 상승이 발생하고 이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추정치는 이러한 정책이 장기적으로 가계 생활비를 수천 달러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시경제 안정 속 커지는 지역 부담
전국 단위 물가지수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더라도 특정 지역에서는 주거·교육·복지 등 공공 서비스 수요 증가에 따른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민 정책 역시 국경 관리와 재정 부담, 물가 영향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누가 어떤 경로와 법적 지위로 입국하는지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이민자가 집중된 지역의 주거·교육·의료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다. 또한 신규 이민자의 노동 공급 기여도와 구매력 형성 속도가 경제 전반의 수요·공급 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민자를 소비자로만 바라보면 물가 상승 위험을 과대평가하게 되고, 반대로 노동력으로만 인식하면 노동시장 왜곡과 취약 계층 보호 문제를 간과하게 된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신속한 취업 허가와 안정적인 법적 지위 부여, 지역사회 부담 완화 등을 통해 노동시장 통합을 촉진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Immigration Inflation Was the Wrong Fear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