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 없는 미래’는 왜 멈췄나, 아마존 고·프레시 실험의 종착점
‘계산대 없는 미래’는 왜 멈췄나, 아마존 고·프레시 실험의 종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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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보다 지속 가능성에 무게 둔 판단
2023년부터 이어진 철수·축소 관측
‘무인’의 허상, 기술 과장과 운영 현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무인매장 ‘아마존 고’와 ‘아마존 프레시’ 운영을 종료하며, 야심 차게 도전한 오프라인 실험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들 매장은 소비자가 필요한 물건을 매장 밖으로 들고 나가면 자동 결제 되는 시스템으로 주목받았지만, 대규모 확장에 필요한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계산대와 계산원이 없는 매장이라는 파격적 실험은 종료 국면에 들어섰으나, 그 과정에서 기술 혁신과 사업 지속성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험 공식 마무리, 무인매장 전략 후퇴
27일(이하 현지시각) 아마존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인 아마존 고와 아마존 프레시를 폐쇄하고, 폐쇄 매장 중 일부는 홀푸드 마켓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아마존은 “대규모 확장에 필요한 경제적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표현으로 실패를 인정하며 “향후 온라인 배송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마존은 세계 전역에 아마존 고 매장 14곳과 프레시 매장 50여 곳을 운영 중이며, 대부분의 매장은 이르면 이달 영업을 종료한다. 다만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주법에 따른 사전 통보 규정으로 영업이 일부 연장될 전망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들고 매장을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되는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운 무인매장 아마존 고는 2018년 출범 당시 오프라인 유통업의 미래를 상징하는 실험으로 소개됐다. 계산대와 계산원을 두지 않는다는 개념은 인공지능(AI), 컴퓨터 비전, 센서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혁신 사례로 소개됐고, 이는 다시 아마존의 기술 경쟁력을 과시하는 대표적 프로젝트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후 본격적인 운영 과정에서는 기술적·비용적 제약이 동시에 드러났다. 무인 계산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매장 전반에 수많은 카메라와 무게 감지 센서를 설치해야 했고, 이로 인해 점포 구조를 유연하게 변경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계절별로 상품 구성을 자주 변경하고 매대를 수시로 조정해야 하는 식료품 유통의 특성상 이러한 제약은 운영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초기 구축 비용과 유지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였고, 점포 수가 늘어날수록 비용 부담도 누적됐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매장 단위 손익을 맞추기 어려운 ‘단위 경제(unit economics)’가 아마존 고 실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아마존 프레시 역시 비슷한 한계를 드러냈다. 프레시는 고객이 물건에 부착된 바코드를 직접 스캔해 결제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바코드가 없는 신선식품의 경우 무게를 달아 직접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남았다. 여기에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가속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이 강한 월마트나 알디와 같은 기존 대형 유통업체를 더욱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마존은 프레시와 고 매장을 통해 오프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청사진을 그렸지만, 가격과 편의성 측면에서 소비자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신규 출점 중단과 단계적 후퇴 흐름
업계에서는 아마존의 이번 결정이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된 변화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마존은 한때 아마존 고 매장을 최대 3,000개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실제 전개는 정반대의 궤적을 그렸다. 2023년 3월 아마존은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핵심 도심에 위치한 아마존 고 매장 8곳을 한꺼번에 폐쇄했다. 이는 무인매장 모델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아마존 내부의 판단이 달라졌음을 드러낸 첫 신호로 읽혔다. 같은 시기 아마존은 신규 출점을 사실상 중단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매장의 운영 강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는 평가마저 이어졌다.
영업 활동이 눈에 띄게 둔화한 건 아마존 프레시도 마찬가지였다. 아마존은 당초 영국을 중심으로 프레시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260개 매장을 추가로 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해당 계획은 2024년을 앞두고 전면 중단됐다. 앞서 언급했듯 가격 경쟁력과 운영 효율 측면에서 기존 대형 유통사들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이에 아마존은 매장 콘셉트를 전면 개편하며 반전을 시도했으나, 캘리포니아 남부를 비롯한 다수 매장의 영업 종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아마존 고·프레시는 ‘유지되지만 성장하지 않는 사업’으로 분류됐다. 2020년대 초반 들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한계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다. 아마존 고 매장의 상당수는 도심 오피스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었는데, 팬데믹 기간 사무실 출근 인구와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매장 방문 수요도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후 도심 유동 인구가 회복된 상황에서도 매출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며 크게 휘청였다. 신규 매장이 열리지 않는 가운데 기존 매장은 유지 비용 대비 성과가 제한적인 상태가 굳어진 것이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전략 전반을 재정비한 흐름 역시 이 시기와 맞닿는다. 무인매장과 대중형 슈퍼마켓 실험이 주춤한 반면, 2017년 137억 달러(약 19조5,000억원)를 들여 인수한 홀푸드 마켓은 매출이 40% 이상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 대비가 아마존의 경영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팬데믹 이후 본격화한 고·프레시 매장 철수설은 실제 사업 지표와 전략 변화가 축적된 결과며, 이번 공식 발표는 그간 이어져 온 후퇴 흐름을 외부에 명확히 알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술 이미지-실제 운영 사이 간극
전문가들은 자사 기술력에 대한 아마존의 과대평가가 아마존 고 실험의 후퇴를 부추겼다고 입을 모은다. 계산대와 계산원이 사라진 완전 무인 매장이라는 이미지는 출범 초기 강력한 상징성을 가졌지만, 현장에서는 기술 완성도보다 ‘기술이 만들어낸 인상’만 소비됐다는 지적이다. 아마존 고의 상품 자동 인식은 고도의 정확성을 전제로 설계된 까닭에 운영 환경의 작은 변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술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요구되는 조건이 많았고, 이는 곧 비용과 관리 부담으로 이어졌다.
무인매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실제 운영과 어긋나 있었다는 점도 비판의 핵심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결제 시스템의 사후 처리 과정이다. 고객이 매장을 통과한 뒤 영수증을 받기까지는 1~2시간이 소요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는데, 이는 거래 내역을 사람이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병행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아마존은 “2022년 기준 전체 무인 결제 거래 가운데 약 70%가 인간의 검토 과정을 거쳤다”고 밝히며 자동화 시스템이 여전히 사람의 개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원격 검수 인력 문제는 기술 이미지와 운영 현실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2024년 초 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은 “아마존이 인도 등에 위치한 약 1,000명의 원격 근무 인력을 고용해 거래 영상을 검수해 왔다”고 폭로했다. 계산원이 사라진 자리에 보이지 않는 검수 인력이 들어섰을 뿐, 인건비 부담이 근본적으로 제거된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여기에 카메라와 센서 구축에 드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자동화로 기대했던 비용 절감 효과는 모두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아마존 고·프레시 사례는 기술 실험이 실제 수익 모델로 이어지기 위해 무엇이 충족돼야 하는지를 드러낸다. 핵심은 해당 기술이 점포 운영의 비용과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었는지에 있다. 아마존의 경우 구매 인식과 결제 자동화에는 일부 성공했지만, 점포 확대와 함께 늘어나는 설비 투자·유지 비용과 오류 대응에 필요한 관리 자원은 끝내 상쇄하지 못했다. 기술이 특정 기능을 구현하는 것과 그 기능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드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