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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보증 없인 안 돼" DIP 지원에 재차 선 그은 메리츠, MBK 추가 지원 가능성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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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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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주요 채권자 메리츠, MBK 보증 전제로 DIP 지원 검토
회생 계획 핵심 축이었던 익스프레스, 몸값 시장 기대 이하로 추락
"2,000억원 필요" 홈플러스 호소에도 MBK 지원 여부 미지수

메리츠금융그룹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긴급 운영 자금(DIP 금융) 지원을 검토 중이다. 지금껏 추가 자금 투입에 난색을 표해 오던 메리츠가 홈플러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보증을 조건으로 내걸며 노선 전환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MBK가 메리츠가 전가한 책임을 짊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고 본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부진으로 회생 계획의 핵심 축이 흔들린 상황인 만큼, 지원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청산 절차를 밟을 확률이 높다는 진단이다.

메리츠의 DIP 신중론

11일 메리츠증권은 유동수·민병덕·김남근·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면담을 가진 뒤, 의원들이 요청한 금융 지원을 위해 구체적인 보증 조건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홈플러스 임직원의 고용 안정과 자금난을 겪는 협력 업체들의 대금 결제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메리츠는 최근 개정된 상법 체제에 따른 주주 충실 의무 등 법률적 제약이 존재하는 만큼, MBK 본사와 김병주 회장의 확실한 보증이 필수적이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의 대표 채권자로, 지금까지 DIP 금융 지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앞서 지난 1월 홈플러스와 MBK는 총 3,000억원 규모 DIP 금융을 MBK·산업은행·메리츠가 각각 1,000억원씩 분담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메리츠가 홈플러스에 자금을 지원해야 할 명시적 의무는 없지만, 고금리 대출을 통해 홈플러스로부터 막대한 이자 수익을 올린 이상 인도적 차원에서 DIP를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된 것이다. 다만 메리츠는 해당 제안이 나온 이후 현재까지도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홈플러스의 주주가 아닌 채권자의 위치인 만큼, 섣불리 자금을 지원하면 자사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배임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의 이러한 기조는 최근의 담보 부동산 가치 조정 행보에서도 관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메리츠는 홈플러스 점포 담보 부동산의 가치가 최소 1조5,000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2024년 메리츠로부터 1조3,000억원을 빌렸던 당시 부동산 감정가가 4조원대 후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여 만에 담보 가치를 3분의 1 수준으로 깎은 셈이다. 1조5,000억원은 메리츠의 원리금과 맞아떨어지는 규모다. 앞서 메리츠가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에 신고했던 홈플러스 회생채권은 총 1조3,028억원이며, 현재 대출 잔액은 1조1,000억원이다. 여기에 계약상 지연이자 20%를 최대치로 반영한 금액이 1조5,000억원 안팎이다. 즉 메리츠는 담보 부동산 가치를 낮춰 'DIP 금융을 지원해도 기존 담보만으로는 회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주장의 근거를 확보 중인 셈이다.

기대 밑돈 익스프레스 매각가

메리츠가 이 같은 신중론을 고수할 경우, 홈플러스의 회생 계획에는 먹구름이 드리울 가능성이 크다. 당초 회생 계획의 열쇠로 꼽히던 익스프레스 사업부 매각이 기대 이하 가격대에서 이뤄지며 활로가 닫힌 탓이다. 익스프레스는 전국 300여 개 점포를 보유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으로, 본업인 대형마트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춘 알짜 자산으로 평가받아 왔다. 2024년경 시장에서 거론되던 몸값은 자그마치 1조원에 육박했다. 유동성 위기가 심화한 기업회생 국면에서 대규모 현금 유입을 이끌어낼 만한 핵심 카드였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달 7일 홈플러스가 NS쇼핑과 익스프레스 사업부의 영업양도계약을 체결했을 때, 실제 매각가는 1,206억원에 그쳤다. 이는 기존 거론되던 1조원은커녕 최근의 시장 예상치(약 3,000억원)마저도 절반 이상 밑도는 수치다. 노동조합의 고용 보장 압박 속 매각 적기를 놓치자, 몸값이 회생 계획 이행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까지 미끄러진 것이다. 홈플러스 자체 회생 계획안 기준 필요 자금은 약 6,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나마의 매각 대금 역시 미지급 급여·대금 상환 등 단기 채무 해소에 우선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홈플러스는 올해 1월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고, 2월 급여와 명절 상여금 지급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4월 급여는 25%만 지급됐으며, 지난달 급여 역시 체불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회생 절차 개시 이후 기존 채권 변제가 중단되면서 일부 식품 업체가 납품을 멈췄고, 최근에는 납품 대금 결제 불안으로 일반 브랜드 상품 공급마저 끊기기 시작했다. 매대는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가득 찼고, 이는 고객 이탈 및 상당수 점포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졌다. 창원 지역 일부 점포에서는 지방세 체납으로 건물과 토지가 압류되기도 했다.

청산 가능성 고개 들어

홈플러스 측은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고 매각을 통한 회생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DIP 금융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9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회사는 회생 절차 개시 이후 잠재적 인수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업성과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 왔다”고 밝혔다. 기존 대형마트 126개 점포는 67개 핵심 점포 중심으로 재편됐으며, 임대 점포의 경우 임대인과의 협의를 거쳐 임차료 부담을 기존 대비 20~40% 수준까지 낮췄다는 설명이다. 1만8,000명에 달하던 직원 수도 9,000명 수준까지 줄었다.

홈플러스는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매각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안정적인 영업을 유지하면서 구조 혁신을 마무리할 수 있는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품 매입, 협력사 대금 지급 등 정상적인 영업 활동과 인수합병(M&A) 추진을 위해 필요한 DIP 금융 규모는 2,000억원 선에서 제시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DIP 금융이 확보돼 영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채권단, 협력사, 입점주, 임직원 등에 가장 바람직한 결과인 매각과 회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향후 MBK가 추가 자금 투입에 나서거나, 메리츠의 보증 요청에 응할 확률은 사실상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알짜 사업부였던 익스프레스의 매각마저 기대에 못 미치는 조건에서 성사된 만큼, 홈플러스 본업을 통째로 인수할 투자자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MBK는 회생 절차 이전부터 홈플러스 매각을 추진했지만 적절한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부진한 수익성, 메리츠 측이 담보권과 자금 지원 조건을 상당 부분 쥐고 있는 거래 구조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홈플러스는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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