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 다카이치 부양책에 요동치는 국채 금리, 부채 늘리는 확장 재정에 불안 확산
[엔 캐리] 다카이치 부양책에 요동치는 국채 금리, 부채 늘리는 확장 재정에 불안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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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총리, 총선 앞두고 식품세 인하 발표 초장기 국채 수익률은 사상 처음으로 4% 돌파 글로벌 금융 시장에선 일본발 파문 우려 확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앞두고 식품세 인하를 발표한 가운데 일본의 초장기 국채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다카이치 정부가 경기부양 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대거 매도한 영향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에 확장적 재정을 운영해 온 일본 정부가 금리 상승 국면에서 공공 부채를 추가로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日 30·40년물 금리, 이례적인 25bp 상승
20일 일본의 4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 치솟으면서 2007년에 출시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25베이시스포인트(1bp=0.01%) 이상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중장기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2.4%에 근접하며 전반적인 금리 상승 흐름에 동참했다. 변동성이 매우 낮은 안정적인 시장으로 평가되는 일본 국채 시장에서 30·40년물 금리가 하루에 20bp 이상 움직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채권 가격 하락은 외환시장으로 빠르게 번졌다. 일본 국채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엔화는 최대 0.3% 하락한 달러당 158.60엔까지 떨어졌다. 같은 날 주요국 통화들이 미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 것과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엔화 약세의 여파로 한국 원화(0.4%), 중국 위안화(0.2%), 싱가포르 달러(0.3%) 등 아시아 통화들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주식시장 분위기도 악화됐다. 닛케이225 지수는 39,500선이 붕괴되며 1.1% 하락했고, 코스피(1.3%), 항셍지수(1.5%)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1~2%대 낙폭을 기록하며 투자 심리 위축을 반영했다.
전문가들은 국채시장 불안의 배경으로 다카이치 총리의 식품세 인하 공약을 지목한다. 19일 다카이치 총리는 식료품에 부과되는 소비세 10%를 2년간 한시적으로 전면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후쿠모토 유키 NLI리서치연구소 수석 금융연구원은 “세금 인하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은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본 채권을 적극 매수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을 시장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재정 건전성 강조하던 이시바 총리는 퇴진
이번 국채시장 불안은 단기적인 정책 논란에 그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세금과 재정을 둘러싼 논쟁은 이미 일본 정치권에서 한 차례 혹독한 시험을 거친 의제기 때문이다. 전임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일본의 재정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소비세를 포함한 세입 기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는 선거 참패로 이어졌고 결국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 재정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언급한 정치적 선택이 퇴장으로 귀결된 셈이다.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시바 전 총리가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던 배경에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일본의 재정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수년간 초저금리 환경에 의존해 막대한 국가 부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그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국채 이자비용은 1년 새 두 배 넘게 상승하며 20조 엔(약 187조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늘어나는 반면, 저성장 탓에 세입은 쉽게 늘지 않는 구조라 확장적 재정을 이어가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감세 정책은 시장에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재정 지출은 늘어나는데 세입은 줄어드는, 이른바 ‘악어의 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지출과 세수의 간극을 줄이려다 퇴장한 이시바 전 총리와 달리 현 정부는 금리 상승 국면에서 오히려 그 간극을 확대하는 방향을 택했다. 시장이 이번 국채 금리 급등을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저금리 체제에 기반한 재정 운용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 정부 공약을 향후 재정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총체적 혼란 속 블랙먼데이 재연될 수도
더욱이 최근 다카이치 총리가 내놓은 초대형 부양책은 국채 시장의 불안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정부는 21조3,000억 엔(약 198조2,500억원) 규모의 경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다카이치 정권의 핵심 경제정책이다. 일본 정부는 부양책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부양 효과가 24조 엔(약 22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또 향후 3년간 경기 부양 효과가 지속될 경우, 이를 연간 성장률로 환산하면 1.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의 부양책 패키지는 이미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 경제에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가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경기 대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7조7,000억 엔(약 165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전임 이시바 정권에서 지난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은 13조9,000억 엔(약 130조원)으로, 당시 국채 6조6,900억 엔(약 62조5,000억원) 어치를 추가 발행했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부양 대책의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추가 발행 규모는 전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런 흐름을 두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2024년 8월 발생한 블랙먼데이 사태처럼 일본이 또다시 세계 경제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분석 시스템을 통해 다카이치 총리 출범 한 달을 평가한 결과 주가 하락, 엔화 약세에 일본 국채 수익률 급등 등 적지 않은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 회수 등으로 이어지는 파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해제되면 투자금을 다시 회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국 엔 캐리 트레이드 회수를 피할 길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2024년 블랙먼데이 당시 청산은 50~60% 정도만 완료됐다"며 "‘되돌림’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속도도 변수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해 말 정책금리를 0.75%로 올린 뒤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필요시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6개월 간격으로 금리를 조정할 것이란 관측과 맞물리며, 6월 엔화 쇼크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