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일에서 전례 없는 자금 확보”, 알래스카 LNG 성과 서사로 올려
트럼프 “한·일에서 전례 없는 자금 확보”, 알래스카 LNG 성과 서사로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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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개발 비용·판매 경로 확보 구상
운송 거리, 장기 계약 등은 부담 요인
유럽과 유사한 에너지 취약 위험 존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일본과의 무역 합의를 지난 1년간의 성과로 제시하며 향후 중장기 에너지 전략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이 줄어든 이후 형성된 국제 에너지 환경 속에서 자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새로운 수출 축으로 키운다는 구상으로, 이 과정에서 동맹국과의 무역 합의, 투자 협의, 에너지 공급 논의가 동시에 맞물릴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한국은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실제 투자와 사업 단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압박에 안보 협력 결합
20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진행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국, 일본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며 전례 없는 수준 자금을 확보했다”면서 “아시아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약 80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관세 정책과 투자 유치, 에너지 개발을 하나의 성과 묶음으로 연결해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관세 정책을 통해 확보한 대규모 해외 자본을 미국 내 전략 산업으로 재배치하는 상징적 사례로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프로젝트의 채산성이나 사업 구조는 미뤄둔 채 자금 조달 방식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3,500억 달러(약 514조원), 5,500억 달러(약 80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그 대가로 상호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췄다는 점을 직접 언급했다. 나아가 “이 같은 투자 유치는 모두 관세 덕분”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관세를 통해 자금을 끌어오고, 이를 다시 미국 내 핵심 산업으로 투입하는 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약 1,300㎞ 길이의 가스관으로 운반한 뒤 액화해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초기 사업비는 450억 달러(약 66조원)로 추산되며, 자금은 가스관 신설과 액화 설비 구축에 투입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업을 “파이프라인 구축”으로 정의하며 “미국산 천연가스를 동맹국 시장에 장기적으로 공급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러시아산 LNG보다 불리하다는 한계를 동맹국 중심 수요로 극복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대목이다.
이 같은 구상은 미국-일본-한국 등 동맹국 축과 러시아–중국–북한 축이 대비되는 에너지·경제 구도 인식과도 맞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를 지정학적 경쟁 구도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안보 협력을 동시에 언급하며 동맹 강화 흐름을 자연스럽게 제시했다. 다만 미국 내부적으로는 고비용 인프라 사업을 실제로 집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주를 이룬다. 이에 따라 연방 차원의 인허가를 비롯해 환경 규제, 재원 집행 절차 등이 향후 사업의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알래스카 LNG, 필수 아닌 선택
그들의 참여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국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둘러싼 미국 측의 반복적인 참여 요구에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상업적 합리성에 대한 의문이다.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장기 구매 계약을 전제로 해야만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격 변동성과 수요 불확실성이 큰 LNG 시장은 리스크 요인이 된다. 앞서 우리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의 기준에서 현재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태”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과 러시아산 에너지 조달 환경 변화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전쟁이 막바지 국면으로 접어들수록 러시아산 에너지 조달 여지가 확대되고, 고비용 알래스카 LNG에 장기적으로 묶일 필요성 또한 낮아진다. 통계로 드러난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5월 기준 한국의 러시아산 LNG 수입액은 1억3,520만 달러(약 1,825억원)로 2024년 1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약 80%,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한국은 알래스카 LNG 참여를 강제당할 위치에 있지 않다.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는 한국이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권이 명시돼 있다. 투자처 선정 과정에서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가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한국 측은 협의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구조다. 다만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까지 나서 공동 투자처로 에너지 기반 시설을 직접 언급하는 등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한국의 의지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존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의 거리 두기는 에너지 조달의 유연성과 비용 구조를 동시에 고려한 판단으로 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은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다. 국제 제재 환경 속에서도 한국은 에너지 분야에 한해 기존의 한시적 허용 기준을 유지해 왔다. 이는 곧 한국 입장에서 알래스카 LNG 투자가 정치·외교적 압박 속에서 검토 대상에 오를 수는 있지만, 경제성과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필수적이거나 불가피한 경로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미국 의존도 높은 유럽의 현실
유럽 역시 미국산 LNG를 선택할 지리적·물류적 유인은 크지 않다. 그간 유럽은 알래스카가 아니라 대서양을 건너오는 미국 본토산 LNG를 중심으로 소비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미국산 LNG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족쇄가 됐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EU가 미국산 LNG 수입을 장려한 결과, 고비용·단일 공급원 의존이라는 고위험 구조가 형성됐다”면서 “유럽이 러시아산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선택한 공급원이 결과적으로는 다른 하나에 쏠렸다”고 진단했다.
수치로 보면 변화는 한층 선명해진다. EU의 미국산 LNG 수입량은 2021년 210억㎥에서 지난해 810억㎥로 약 4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노르웨이산 가스 수입은 연간 약 900억㎥ 수준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지만, 러시아산 가스(파이프라인·LNG 포함) 수입은 4년 사이 75% 감소했다. 앞서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공급 구조를 재편하며 2026년 말부터 LNG, 2027년 가을부터는 파이프라인 가스를 전면 금지하는 단계적 조치에 합의했다.
미국산 LNG는 빠르게 이 공백을 파고들었고, 그 결과 네덜란드·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독일 5개국은 전체 미국 LNG 수입의 75%를 차지하는 위치에 섰다. 문제는 이 같은 의존도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데 있다. IEEFA는 2030년에는 EU가 LNG 수입의 최대 80%를 미국에서 조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EU의 미국산 LNG 수입은 연간 1,150억㎥에 이를 전망이다. 유럽 전반으로 관찰 범위를 넓혀도 전체 가스·LNG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까지 상승한다. 이는 지난해 27%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이 때문에 EU가 추진 중인 리파워EU(REPowerEU) 전략과의 충돌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REPowerEU는 공급원 다변화, 가스 수요 감축, 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핵심 목표로 제시하는데, 미국산 LNG는 EU가 수입하는 LNG 가운데 가장 비싼 공급원으로 평가된다. IEEFA는 “EU가 미국산 에너지 구매에 투입하려는 7,500억 달러(약 1,100조원)를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태양광·풍력 설비 546기가와트(GW)를 추가 설치할 수 있다”며 비용 부담과 에너지 자율성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투자가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유럽의 경험은 한국에 간접적인 비교 기준을 제공한다. 러시아산 가스를 줄이는 과정에서 미국산 LNG 의존이 급격히 높아지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과 에너지 자율성 문제가 동시에 부각됐다는 점에서다. IEEFA 유럽 수석 에너지 분석가 아나 마리아 잘레르-마카레비츠는 “EU는 러시아 가스 의존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성과 뒤에는 미국 LNG에 대한 새로운 전략적 의존이라는 취약성이 숨어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 사례는 특정 공급원에 대한 의존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안보의 형태만 달라질 뿐, 취약성 자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