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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Slop] AI 확산 어디까지 왔나, MS 수장 발언으로 본 ‘버블론’ 이면의 진짜 핵심은

[AI Slop] AI 확산 어디까지 왔나, MS 수장 발언으로 본 ‘버블론’ 이면의 진짜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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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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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부 담론 머물러선 안 돼”
섣부른 확산 부작용, 정보 시장 혼탁
신뢰 형성 전 슬롭 정화 능력 시험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버블 논쟁의 기준을 ‘확산’에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AI가 일부 기술 기업이나 특정 지역에만 머무는 상황이 거품의 신호라는 지적이다. 그는 사용자 수 증가와 실제 활용 확산을 핵심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며 투자 규모나 기술 담론만으로는 AI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역설적으로 AI 확산이 본격화하며 이어져 온 콘텐츠 품질 논란에 불을 붙이면서 또 다른 관측을 낳고 있다.

전 산업·지역 확산 강조

20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델라 CEO는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에 참석해 앤스로픽, xAI, 블랙록 등 주요 기업 경영진과 함께 AI 버블 논쟁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그는 이 자리에서 “AI가 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그 혜택이 훨씬 더 고르게 확산돼야 한다”며 “소수의 기술 기업만 AI로 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이게 바로 거품의 전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나델라 CEO는 AI 논의가 선진국 빅테크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상황 자체를 경계 신호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AI 확산의 기준으로 ‘사용자 수 증가’와 ‘현장 활용’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AI는 신약 개발과 같은 분야를 포함해 여러 산업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클라우드와 모바일 기술이 확산했던 것처럼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 잠재력이 있다”고 짚었다. 특정 산업이나 일부 기업 국한된 활용이 아닌, 다양한 산업과 지역으로 파급되는지 여부가 AI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취지다.

다만 그러면서도 나델라 CEO는 AI 생태계가 소수 기업이나 모델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는 MS가 오픈AI, 앤스로픽, xAI 등과 맺은 복수 협력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MS는 지금까지 오픈AI에 140억 달러(약 20조6,360억원)를 투자했지만, 지난해 말 파트너십 구조를 조정하며 데이터센터 독점권과 연구 접근권 일부를 내려놓기로 했다. 나델라 CEO는 “앞으로의 경쟁력은 하나의 모델을 강화하는 것보다 다양한 AI 모델을 자사 데이터와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데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AI 확산의 현실적 조건으로는 에너지 비용 문제가 거론됐다. 나델라 CEO는 “어느 지역이든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AI 활용에 드는 에너지 비용과 직접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며 “‘토큰’은 새로운 글로벌 원자재”라고 말했다. 토큰은 AI 모델이 연산을 수행하는 데 사용되는 최소 단위로, 현장에서는 전력 소모와 데이터 처리 비용으로 환산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델라 CEO의 발언은 AI 확산이 전력 생산 단가와 데이터센터 구축 여력, 시스템에 투입되는 비용 구조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현실적 제약을 짚은 것으로 풀이된다.

AI 집착이 브랜드 신뢰 훼손

이러한 나델라 CEO의 발언들은 역설적으로 AI 슬롭(Slop) 논의를 다시 불러왔다. 슬롭은 생성형 AI가 대량 생산하는 품질 낮은 텍스트·이미지·영상 등 결과물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정보 밀도는 낮지만 그럴듯한 외형을 띠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문제는 AI 사용이 확산될수록 이러한 결과물이 플랫폼과 업무 환경 전반에 빠르게 누적되며 기존 콘텐츠 생태계의 신뢰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델라 CEO가 강조한 ‘AI 확산’이 곧바로 품질 저하 논쟁으로 연결된 배경이다.

논쟁은 나델라 CEO가 지난해 말 자사 블로그를 통해 남긴 발언과 맞물리며 격화했다. 그는 해당 게시물에서 “AI 슬롭이라는 용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슬롭 논쟁 자체가 AI의 잠재력을 가리는 데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기술 발전은 중대한 전환점에 직면했다”면서 “실질적인 ROI(투자 대비 수익)를 극대화하려면 마케팅식 수사를 배제하고, AI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슬롭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선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슬롭 문제를 사실상 두둔한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나델라 CEO는 “‘슬롭’이냐 ‘정교함’이냐 하는 이분법은 필요하지 않으며, “AI는 인간이 서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지 증폭기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자신의 주장을 펼쳤는데, 이는 가치 없는 결과물로 분류되는 콘텐츠조차 AI 활용 맥락에 따라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읽혔다. 심지어 지난해 MS가 발표한 내부 연구에서 “AI 사용이 비판적 사고와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까지 재조명되면서 비판론자들의 평가에 무게를 실었다. 

나델라 CEO의 주장과 달리 슬롭 문제가 이미 산업 전반에서 구체적인 비용으로 드러났다는 반박도 이어졌다.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연구에서 미국 직장인의 약 40%는 매달 AI가 생성한 엉터리 업무 자료, 이른바 ‘워크 슬롭(work slop)’을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겉보기에는 완성도가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제를 의미 있게 진전시키지 못하는 자료가 다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기업 내에서 유통되는 AI 기반 업무 자료의 약 15%가 부정확하거나 활용 가치가 낮은 결과물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는 MS 제품을 중심으로 한 ‘마이크로슬롭(MicroSlop)’이라는 조롱 표현 확산으로도 이어졌다. 각종 소셜미디어(SNS)와 커뮤니티에서는 MS 코파일럿(Copilot)의 강제적 통합, 시스템 리소스 과다 점유, 체감 성능 저하 등이 슬롭 논쟁과 결합돼 비판의 대상이 됐다. 프로그래머 라이언 플뢰리(Ryan Fleury)가 공개한 윈도우11 검색 기능 오류 영상은 AI가 스스로 제안한 검색어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장면으로 눈길을 끌었다. 또 컴퓨터 활동을 지속적으로 저장하는 리콜 기능은 사회보장번호 등 민감 정보가 보호되지 않은 상태로 공유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슬롭 논쟁은 브랜드 신뢰도와 기업 구매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컨설팅 기업 닐슨노먼그룹의 케이트 모란 부사장은 이를 “기술 주도형 디자인의 폐해”라고 정의하며 “도구부터 정해놓고, 그 도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거꾸로 찾는 꼴”이라고 일갈했다. 시스템 개발사의 잘못된 접근은 사용자가 실제로 원하는 경험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암스테르담대학교의 다니엘 뮈게 연구원도 “사회적 효용이 불분명한 AI 애플리케이션에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콘텐츠 건전성 회복, 확산의 전제 조건

전문가들은 올해를 생성형 AI가 시장에서 ‘신뢰 가능한 도구’로 자리 잡을지를 판가름하는 분기점으로 봤다. 한 AI 전문가는 “AI 슬롭을 콘텐츠 역사에서 반복돼 온 과잉 생산 국면의 한 형태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단언하며 “저품질 정보의 누적은 기업 생산성과 의사결정 비용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이 일상화할수록 결과물의 정확성과 맥락 적합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확산 자체가 오히려 기술 신뢰도를 잠식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이다. 

실제 수치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미국 영상 플랫폼 카프윙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유튜브 내 AI 슬롭 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630억 회를 넘어섰다. 특히 상위 유튜브 채널 1만5,000개 가운데 278개 채널이 AI로만 제작된 저품질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들 채널의 연간 광고 수익은 1억1,500만 달러(약 1,690억원)가량으로 추산됐다. 저품질 콘텐츠가 현실에서 막대한 수익 구조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플랫폼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가볍지 않다. 

한국의 상황은 특히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국가별 인기 유튜브 채널 상위 100개를 분석한 연구에서 한국 기반 AI 슬롭 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84억5,000만 회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는 2위 파키스탄(53억 회)과 3위 미국(34억 회)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신규 계정에 추천되는 유튜브 쇼츠 영상 5개 가운데 1개가 AI 슬롭으로 분류될 정도로 침투율도 빠르게 높아지는 실정이다. 슬롭 범람은 허위 정보 확산과 고령층 오인 소비 유도 등 디지털 오염 문제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투자와 시장 평가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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