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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호텔·뷰티 이어 제약사까지, ‘광폭 M&A’ 이어가는 태광, ‘승계 프레임’도 고개

조선·호텔·뷰티 이어 제약사까지, ‘광폭 M&A’ 이어가는 태광, ‘승계 프레임’도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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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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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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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M&A와 포트폴리오 재편 총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복귀론 솔솔
시장 일각선 지배구조 연결 시각도

태광그룹이 2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무기로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을 자처하고 있다. 애경산업과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을 인수한 데 이어, 동성제약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케이조선과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광폭 행보에 대해 태광그룹 측은 신사업 동력을 찾기 위한 M&A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오너 2세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암코와 컨소시엄 꾸려 동성제약 인수, 케이조선 인수전도 참여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 주력 계열사 태광산업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성제약을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총 투입 금액은 1,600억원으로 태광산업과 유암코가 각각 800억원씩 부담한다. 당초 동성제약의 청산 가치는 850억원 정도로 추산됐는데, 경쟁 입찰 과정에서 몸값이 두 배로 뛰었다. 동성제약 인수전에 태광그룹과 SM그룹 참전하면서 몸값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1957년 창립된 동성제약은 지사제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 탈모치료제 '미녹시딜' 등을 생산하는 중견 제약회사다. 태광산업은 이번 인수가 ‘뷰티·헬스케어 플랫폼’ 구축의 핵심 퍼즐이라고 보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13일 코스메틱 전문법인 실(SIL)을 설립하며 화장품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동성제약의 제약·염모제·더마 기술력을 결합해 제품 라인업을 화장품을 넘어 전문 헬스케어 영역까지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태광산업은 동성제약이 개발 중인 항암 신약 ‘포노젠’(임상 2상)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바이오 분야의 경쟁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태광산업은 케이조선(옛 STX조선) 인수에도 발을 뻗었다. 미국계 사모펀드(PEF) TPG와 공동으로 지난달 11월 12일 예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며 내달 본입찰이 예정돼 있다. 거래 규모는 5,000억원 내외로 거론되고 있다. 케이조선은 한국과 미국 간 조선업 협력을 뜻하는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훈풍을 타고 인수전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케이조선의 조선소는 경남 진해에 있는데 인근에 주한 미해군함대지원부대(CFAC)가 자리하고 있다. 미군 부대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케이조선이 과거 군함을 건조했던 이력이 있어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수주에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뷰티·호텔·부동산 등 비주력 분야 사업 확장

태광산업은 뷰티 사업 확대를 위해 애경산업 지분을 인수, 다음 달 잔금을 납부할 예정이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10월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AK홀딩스로부터 애경산업 지분 63.13%를 4,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 중 절반을 부담하는 태광산업이 지분 31.56%를 확보하며, 잔금을 납입하면 최대주주가 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상반기에는 태광산업이 운용하는 태광1호 리츠가 KT&G로부터 서울 중구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을 약 2,542억원에 인수했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에도 1조원 넘는 금액을 베팅하면서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태광의 잇단 M&A 배경에는 기존 주력 사업의 부진이 있다. 중국 업체들의 공급 과잉으로 석유화학 업황이 크게 나빠지면서 태광산업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5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태광산업은 “사업구조 재편 없이는 미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며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관련 기업의 인수와 설립을 위해 2025∼2026년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해 화장품 제조·매매와 부동산 개발, 호텔·리조트 등 숙박시설 개발·운영, 에너지 사업, 블록체인 등 10여 개 항목을 새로운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도 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에는 이호진 전 회장의 의중이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태광의 신사업 전환 움직임은 이 전 회장의 2024년 광복절 사면·복권 이후 급가속이 붙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과거 쌍용화재 인수, 케이블TV 사업 진출, 큐릭스 인수 등 굵직한 딜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태광그룹을 재계 40위권까지 끌어올린 인물이다. 지난 2011년 이 전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후 태광의 대외 투자가 사실상 멈췄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M&A 행보는 이 전 회장의 전략적 판단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연스럽게 이 전 회장의 복귀 가능성도 제기된다.

‘편법 승계’ 의구심 솔솔

일각에서는 태광그룹의 이번 행보를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례로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은 계열사인 흥국리츠운용을 통해 본계약을 체결했는데, 흥국리츠운용은 태광산업의 비상장 계열회사인 티시스가 82%의 지분을 가진 회사로, 이 전 회장의 장남 이현준→티알앤(39.36%)→대한화섬(33.5%)→티시스(31.6%)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티시스도 이현준씨가 11.3%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어 호텔에 끼칠 영향력은 상당한 편이다. 이는 그룹 내 주요 인수거래에도 동일하게 포착된다. 이지스자산운용과 케이조선 역시 각각 흥국생명과 태광산업을 통해 간접적인 인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여러 매물에서 공통적으로 오너 2세 라인이 관여하는 양상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애경산업 인수에 계열사 PEF가 참여한 부분은 더 직접적인 승계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경산업 인수는 태광산업·티투PE·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했다. 이 가운데 티투PE는 이 전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한 신생 PEF다. 지분율은 △태광산업 41% △티시스 41% △이현준 9% △장녀 이현나 9%로 구성돼 있다. 표면상으로 볼 때 오너 2세들의 직접적인 지배력은 떨어져 보이지만, 계열사를 포함한 간접지분까지 포함하면 지배력이 작지 않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특히 PEF는 외부 자금을 활용해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승계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현금 부담을 줄이거나 지분 확보 경로를 우회적으로 설계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향후 M&A에서 발생하는 성과보수 등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유입돼 승계를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태광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는 정치권과 규제 당국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이른바 '이호진 방지법' 마련을 위한 공개청문회에서도 이 전 회장이 과거 계열사 지분 거래와 내부 승계 구도에 깊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태광의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또한 이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티시스를 동원해 조카·처제의 회사를 지원한 혐의와 관련한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티시스는 시설관리 업무를 이 전 회장의 처제가 대주주인 '안주'와 조카들이 소유한 '프로케어'에 맡겨왔다. 공정위 측은 이런 행위가 태광그룹의 동일인인 이 전 회장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최근 태광그룹의 거침없는 인수 움직임도 편법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시각과 맥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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