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U] 동맹국까지 겨냥한 관세 무기화, 군사 압박으로 확대된 '트럼프식 외교'
[US-EU] 동맹국까지 겨냥한 관세 무기화, 군사 압박으로 확대된 '트럼프식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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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두고 유럽 8개국에 '보복성 관세' 부과 외교·안보 사안마다 무차별 관세로 상대국 압박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두고는 주권 침해 논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소규모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외교·안보 분야의 민감한 사안을 무차별적인 고율 관세로 압박하는 트럼프식 접근을 두고 관세를 사실상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에는 외교 갈등이 경제적 제재 조치를 넘어 군사적 강제력을 동원하는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미국이 힘과 이익을 앞세운 19세기식 제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등 8개국에 내달부터 10% 관세 부과 선언
20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미 NBC 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매입 협상 불발 시 유럽 국가들에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100%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린란드를 확보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노 코멘트"라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유럽이 집중해야 할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지 그린란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대학 풋볼 결승전 관람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보호할 수 없고 그곳에 가지도 않는다”며 “우리는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백악관 원탁회의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 문제에 협조하지 않는 나라들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다음날인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린란드에 군사 훈련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 유럽 8개국에 2월부터 10%, 6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잠재적 위험 상황을 신속하고 종결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며, "해당 조치는 그린란드에 대한 완전하고 총체적인 매입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 부과의 대상으로 지목된 유럽 8개국은 즉각 공동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는 성명서에서 "관세 위협은 대서양 간 관계를 약화시키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서 우리는 대서양의 공유된 이익으로서 북극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며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 연설에서 "오랜 동맹국 간에 제안된 추가 관세는 실수"라고 꼬집었다.

동맹국·적대국 가리지 않고 맹폭
미 정치권에서도 동맹국에 대한 보복성 관세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도 성향인 공화당의 톰 틸리스 연방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그린란드에 훈련 목적으로 소규모 군대를 파견했다는 이유로 동맹국들에 이런 대응을 하는 것은 미국과 미국 재계 그리고 미국의 동맹 모두에게 해가 된다"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리고 나토의 분열을 바라는 다른 적대 국가만 이롭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의 영토를 점령하기 위해 강압적인 행동을 추진하는 것은 멍청함을 능가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한 사안마다 관세를 사실상 ‘보복 수단’으로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멕시코를 상대로 한 고율 관세가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불법 이민과 펜타닐 마약 유입 문제를 이유로 멕시코산 제품에 25~30%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이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이행 강제와 국경 안보 강화를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반정부 시위 탄압을 이유로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외교 현안을 둘러싼 통상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트루스소셜 계정에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주먹을 쥔 양손을 올린 채 정면을 응시하는 흑백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상단에는 굵은 글씨로 ‘관세왕(The Tariff King)’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어 같은 사진을 활용해 문구만 ‘미스터 관세(Mister Tariff)’로 바꾼 게시글도 올렸다. 해당 이미지는 백악관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도 공유됐다. 그는 15일 백악관 원탁회의에서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내 처방 약 가격을 인하한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美 자국 우선주의 앞 국제질서 붕괴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대응 방식이 관세 압박을 넘어 국가 간 경계를 훼손하고, 주권의 영역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EU는 지난 4일 첫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국제법 원칙과 국제연합(UN) 헌장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UN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은 국제 안보 체제의 토대로서 이러한 원칙을 수호할 특별한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책임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해당 성명에는 부정선거를 저지른 마두로를 적법한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국 정상들도 참여했다. EU 국가 중 스페인은 별도로 브라질·칠레·콜롬비아·멕시코·우루과이 등 ‘핑크타이드(중남미 좌파 정권)’ 5국과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행동은 평화와 지역 안보에 대한 위험한 전례를 남겼고 지역 주민들을 위험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유럽 언론들은 EU 정상들이 성명을 통해 마두로 정권은 축출돼야 마땅하지만, 미국이 행한 절차의 적법성과 향후 베네수엘라 국가 운영 및 주권 보장 방법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러한 주권 침해 논란이 베네수엘라나 그린란드에 국한되지 않고, 그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웃 중남미 국가들을 줄줄이 지목했다. 그는 콜롬비아에 대해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것을 좋아하는 역겨운 남자가 이끌고 있다"며, 군사적 ‘작전’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쿠바에 대해서는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며 "우리가 행동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 범위가 중동, 특히 이란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미국 우선주의가 국제질서를 규율해 온 규범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마두로 부부 체포는 불법적일 뿐 아니라 현명하지도 않은 제국주의로의 회귀"라며 "석유 자원을 차지하려 군사력과 외교 압박을 결합하는 ‘포함 외교’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 역시 논평을 통해 “미국 외교가 19세기 제국주의에 21세기 무기를 결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원과 영토를 둘러싼 외교 갈등에 관세 압박과 군사적 개입이 패키지로 작동하는 방식이 굳어질 경우, 국제질서는 협의와 규칙이 아닌 힘의 우위에 따라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