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쇼크] "투자 성과 내야 하는데" 기업 성장 판가름하는 AI, 도입 방식·전략 따라 '희비교차'
[AI 쇼크] "투자 성과 내야 하는데" 기업 성장 판가름하는 AI, 도입 방식·전략 따라 '희비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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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매출 성장 자신감,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 AI 투자 성과 압박 가중, 실제 재무적 효과 본 기업은 극소수 섣부른 AI 도입, 오히려 서비스 품질 낮추고 비용 부담 키워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매출 성장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공지능(AI) 투자 성과 압박이 나날이 가중되는 가운데, AI를 통해 재무 개선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성장 기대가 꺾여 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AI를 '기본기' 없이 성급하게 도입한 기업들이 경영 효율성 제고에 줄줄이 실패하며 역풍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영 불확실성 속 자신감 잃은 CEO들
20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전 세계 95개국·지역에서 4,000명 이상의 CEO를 대상으로 지난해 말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된 자료를 살펴보면 향후 12개월 매출 성장에 자신감을 보인 CEO 비율은 전체 중 30%에 그쳤다. 이는 2025년(38%) 대비 대폭 하락한 수치이자, 최근 5년 이래 가장 낮은 매출 전망 신뢰도다.
PwC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무역 전쟁의 공포 속에서 ‘AI 투자 회수’라는 숙제까지 겹치며 경영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다수의 기업은 AI 투자를 통한 재무 성과를 좀처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AI가 비용 절감과 매출 증대 모두에 기여했다고 응답한 CEO는 12%에 불과했다. 비용 또는 매출 중 하나에서만 효과를 봤다는 응답은 33%였으며, 56%는 아직 의미 있는 재무적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AI 도입 실험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AI가 실제 사업 구조에 정착한 사례는 소수라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AI 도입 방식에 따른 성과 차이도 명확했다. 비용과 매출 성과를 모두 경험한 기업의 CEO들은 AI를 제품과 서비스, 수요 창출, 전략적 의사결정 전반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도입 방식이 파일럿 수준에 머문 기업들은 재무적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AI 활용 범위와 깊이가 곧 성과 격차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I 도입 성과, 왜 '극과 극'인가
이번 조사를 진행한 PwC의 글로벌 회장 모하메드 칸데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포춘과 만나 현 시장 상황과 관련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CEO라는 직무가 최근 1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경영진이 동시에 세 가지 일을 해야 하는 ‘3중(트라이모달·tri-modal) 과제’가 등장했으며, 최근 25년 동안 이런 상황을 목격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가 언급한 3중 과제는 △현재 사업을 영위하고 △그 사업을 실시간으로 전환하며 △미래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칸데 회장은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넘어오며 기업들이 특히 큰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를 도입할 수 있는지, 도입해야 하는지를 묻는 단계였지만, 이제는 그 질문을 하는 사람이 없다"며 "모두가 (AI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짚었다. 다수 기업의 AI 도입 성과가 부진한 핵심 원인으로는 데이터 정비, 비즈니스 프로세스, 거버넌스 등 ‘기본기’의 붕괴를 꼽았다. 칸데 회장은 “AI는 너무 빠르게 움직이며, 그 속도 때문에 사람들이 기술 도입의 기본을 잊었다”고 지적했다. AI 도입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실행이며, 실행은 결국 좋은 관리와 리더십에서 갈린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CEO 역할의 변화가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도제식(apprenticeship) 모델’이 무너지기 시작한 만큼, 커리어 경로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신입이 단순 업무를 수행하며 실무 경험을 쌓는 커리어 사다리 구조가 AI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앞으로 AI가 업무 수행의 상당 부분을 맡게 될 것이며, 사람은 일 처리보다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를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무 현장의 교육 방식과 성장 경로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글로벌 산업계의 AI 도입 사례
칸데 회장이 언급한 기본기의 격차는 실제 산업계 상황을 살펴보면 명확히 두드러진다. 효율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빅테크 기업의 경우, AI 도입 후 생산성 개선에 성공해 공격적 감원을 단행 중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사상 최대 규모인 1만4,000명의 직원을 해고하며 AI를 포함한 미래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총 1만5,000명을 감원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도 "AI 시대에 맞춰 기업의 미션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세일즈포스 역시 AI를 활용해 4,000명의 고객 지원 인력을 감축하며 AI가 이미 회사 업무의 50%를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MS는 AI를 사내 전반에 적극 도입해 생산성과 매출 향상을 이뤘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저드슨 알토프 MS 최고 상업책임자(CCO)는 지난해 7월 내부 행사에서 AI 도입을 통해 고객센터 운영에서만 5억 달러(약 6,8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직원과 고객의 만족도가 모두 상승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AI가 중소 규모의 기업과의 초기 상담 및 영업 과정을 자동화했으며, 이 분야에서만 이미 수천만 달러 규모의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단순히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영업·고객 서비스·소프트웨어 개발 등 전방위에 걸쳐 실질적인 매출 증대와 시간 단축을 견인 중이라는 주장이다.
반대로 AI 도입이 오히려 비용 증가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호주 코먼웰스은행은 작년 7월 고객 서비스 직원을 AI 챗봇으로 대체하며 45명을 해고했지만, 오히려 통화량 증가 및 직원 피로도 심화 문제를 겪으며 해고된 직원을 복귀시켰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타코벨도 드라이브 스루에 음성 AI를 도입했지만, 고객 불만이 폭증하면서 AI 활용을 재검토에 나섰다. 이 같은 AI 도입 실패 사례는 시장 곳곳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조직 설계 플랫폼 오그뷰(Orgvue)의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을 AI로 대체한 기업 중 55%가 “도입 시기가 너무 빨랐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도어맨의 오류'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한다. 도어맨의 오류란 직원의 역할을 단순화·자동화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잘못된 믿음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남호주대 마케팅학 강사 게디미나스 립니카스는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AI 도입을 통해) 단기 비용은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고객 경험과 장기 성과는 훼손될 수 있다”며 “ AI는 인간을 대체할 때보다, 인간의 판단과 결합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