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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에 수십조원 푸는 정부, 재원배분·권한이양 등 과제 산적

행정통합에 수십조원 푸는 정부, 재원배분·권한이양 등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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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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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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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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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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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최대 5조원 지원 등 인센티브 제시
공공기관 이전·행정 권한 확대 추진도
흡수 통합 등 지역 반발은 넘어야 할 산
권한 이양과 재정 분권도 선행돼야

정부가 행정통합을 선택한 지역에 대해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놨다. 수도권 중심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지방 주도 성장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법·제도 정비가 뒷받침돼야 하고, 지역 내 이해관계도 엇갈려 있어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통합 인센티브' 발표,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 부여

16일 김민석 국무총리 등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개최하고 광역 지방정부 간 행정통합시 “재정지원, 위상강화, 공공기관 이전, 산업 활성화 등 4개 패키지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행정통합을 ‘대한민국의 재도약’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수단으로 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통합 특별시에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수준의 재정지원에 나선다.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행정통합 교부세와 행정통합 지원금(가칭) 등을 신설해 국가 재원의 재배분도 추진하기로 했다.

통합특별시에 서울시에 준하는 위상과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단체장의 직급을 차관급으로 격상한다. 소방본부장과 기획조정실장 등 핵심 보직도 1급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통합특별시장이 확대된 권한을 바탕으로 복잡한 행정수요에 더 잘 대응하는, 능력있고 일 잘하는 지방정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이전 시 통합특별시를 우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정부는 “2027년 본격 추진 예정인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통합특별시 지역을 우선 고려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이관 대상은 법 제정 후 국무총리 소속 통합특별시 지원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입주기업에 대해 고용보조금과 교육훈련지원금을 지원하고, 토지 임대료 감면,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지방세 감면 등도 추진할 것”이라며 “투자진흥지구, 문화산업진흥지구 등 각종 지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개발사업 승인 등 각종 행정절차 간소화, 통합특별시 내 규제 우선 정비 등도 함께 추진한다”고 했다.

정부가 이 같은 방침을 내놓은 것에 대해 김 총리는 “지금 산업·인구·인프라의 수도권 집중은 성장동력이 아닌 국가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도권 일극체제의 심화로 서울은 집값 폭등, 교통 혼잡 등 극심한 비효율이 발생하고, 지역은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올해 국정과제 중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할 계획”이라며 “그 핵심 수단 중 하나가 바로 광역 지방정부 간 행정통합이고 통합된 지역이 국가발전의 한 축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극 3특' 급물살 탄 시·도 행정통합

이번 행정통합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가 큰 그림으로 그리고 있는 '5극 3특' 정책의 중심축으로 평가된다. 5극 3특은 거의 모든 것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1극 체제'를 수도권과 충청권, 대구경북권, 부울경권, 호남권 등 5극과 강원도와 전북, 제주 등 3개 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국가 자원과 인프라를 분산시키고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이 중 대전·충남은 전국에서 관련 법안 발의까지 끝내며 가장 빠르게 통합 추진에 속도를 냈다. 두 지방자치단체는 2024년 11월 행정통합을 공식 선언한 직후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작년 1월 '대한민국 경제과학수도, 대전충남특별시'라는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핵심 과제는 반도체·우주·바이오 중심의 산업 재편과 함께 중앙정부 사무의 대폭 이양, 재정 특례 확보 등이다. 앞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등 45명은 2024년 10월 산업·과학기술·국토계획·환경·교통 등 일부 중앙정부 사무를 통합자치단체로 넘기고, 국세 일부를 이전받는 내용의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특별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여당의 반발로 인해 한동안 국회에 계류 중이었으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충남 천안 타운홀 미팅에서 "대전·충남이 모범적으로 통합했으면 한다"고 언급하면서 여당 내 분위기가 급변했다. 김 총리와 민주당 소속 대전·충남 지역 의원들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를 위해 15일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다.

대구·경북도 한동안 잠잠했던 통합 논의 불씨가 최근 되살아났다. 대구·경북은 2024년 10월 '통합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지역 소외를 우려하는 경북 지역의 반발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조기 사퇴로 논의가 중단됐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대구시장이 공석인) 지금이 대구·경북 통합의 기회"라고 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후 이철우 경북지사는 보고회 이튿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적 약속이 확고하다면, 대구·경북은 누구보다 먼저 통합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고, 대구시도 "시장 권한대행 체제이지만 유연하게 행정통합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고 화답하면서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무 권한 이양·재정 분권 필수 요인

행정통합 논의가 주목받는 배경은 명확하다. 비수도권 청년 인구는 급감하고 기업·일자리는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미 단일 지자체 규모로는 산업 유치나 인재 확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행정 경계는 남아 있는데 경제와 생활권은 이미 초광역화됐다.

광역단체 간 통합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2020년이다. 2020년 기준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으면서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실현할 대안으로 먼저 거대도시인 '메가시티'가 부상했다. 지역 간 단순한 협력 수준을 넘어 행정·경제적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공동 이익을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먼저 행정통합 교부세를 얼마나 늘려줄지, 재정 분권의 핵심으로 꼽히던 국세-지방세 간의 배분 비율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자체 입장에선 지방세가 늘어야 살림이 나아진다. 현행 국세-지방세는 7.5대 2.5 비율인데 최소 7대 3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정부도 이를 약속한 바 있다.

통합특별시의 이름에 대한 갈등도 풀어야 한다. 충남도민들은 충남대전특별시가 돼야 한다고 하고, 대전시민들은 대전이 앞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전남이냐 전남광주냐도 마찬가지다. 자기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큰 시도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주장인데, 현재로서는 대전·충남, 광주·전남으로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분위기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16일 브리핑에서 대전·충남 통합 명칭이 충남대전으로 불리는 데 대해 "충남권 전체를 하나의 행정 권역으로 묶는 권역 중심의 통합이다 보니까 그게 강조됐을 때는 충남대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광주전남은 (명칭이) 그대로 가는 것은 호남 지역에서 광주가 상징하는 의미가 있고, 광주를 중심으로 연계 권역을 발전시켜 나간다고 해서 그렇게 명칭을 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통합특별시의 최종 명칭은 지역 의견 수렴 절차와 국회 입법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의 핵심은 ‘규모’가 아닌 ‘권한’이란 점도 유의 요소다. 서울시에 준하는 권한과 독자적 재정 운용, 규제 완화, 산업·교육·교통 정책 자율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통합은 간판만 바꾼 지자체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부 균형도 과제다. 통합 이후 거점 도시로 자원이 쏠리면 주변 중소도시·농촌 소멸은 가속할 수 있다. 통합이 흡수로 굳어지고 삶이 더 팍팍해진다면 다시 갈라서자는 여론도 커질 수 있다.

지자체에서도 행정통합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사무권한 이양'과 '재정 분권'을 꼽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광역연합이 아닌 행정체계 전반을 개편하는 일반법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낙후지역 발전을 책임지겠다는 전제와 함께 재정 분권이 명문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간접자본(SOC), 산업단지 지정, 대기업 이전과 관련한 권한을 통합자치단체에 부여하지 않으면 통합은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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