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등 수도권 출생아 증가세, 지자체 지원 효과에도 장기적 반등은 불확실
강남구 등 수도권 출생아 증가세, 지자체 지원 효과에도 장기적 반등은 불확실
입력
수정
서울 강남구, 3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 수도권 일부 지역 10% 안팎 상승세 기록 지역 간 격차 확대, 정책 효과 지역 편중

지난해 전국 출생아 수가 반등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가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와 성동구, 종로구, 마포구 등 일부 서울 자치구와 경기·인천 등 수도권도 10%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이러한 반등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다른 지역과의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지자체별 출산 지원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인구 구조적 한계로 인해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구, 2년 연속 서울시 출생아 수 1위
16일 강남구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3년 연속 출생아 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구의 출생아 수는 3,01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2,689명)보다 12.0% 증가한 수치로 전국 평균(6.6%)과 서울시 평균(9.0%)을 크게 웃도는 기록이다. 특히 강남구는 2023년(13.5%)과 2024년(14.4%) 2년 연속 출생아 수 증가율 서울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최근 3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는 서울시 자치구 중 유일하다.
강남구는 출생아 수 증가의 배경으로 임신부터 양육까지 이어지는 맞춤형 지원을 꼽았다. 강남구는 첫째 아이 출산 시 출산양육지원금 등을 포함해 첫 달에만 총 790만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지원되는 ‘아이돌봄서비스 본인부담금 지원사업’은 맞벌이 가구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만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4,587가구가 이 혜택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을 신설해 남성 육아 참여를 독려하는 등 돌봄 인프라 확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자치구 간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 출생아 수가 8년 만에 반등한 2024년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14.4%), 중구(11.3%), 성동구(11.2%) 등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종로구(9.8%), 마포구(9.2%), 서대문구(8.3%), 강동구(8.2%) 등 다수의 자치구가 10%에 육박하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강북구(-10%), 금천구(-9.2%), 중랑구(-2.0%), 노원구(-1.3%), 성북구(-0.8%) 등 5개 구는 출생아 수가 감소해 지역 간 격차가 여전히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출산지원금에 생애주기별 지원 강화
지역별 격차는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7월 출생아 수 증가 폭이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했지만,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누계 출생아 수는 14만7,80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이는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10%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울(9.7%), 인천(11.9%), 경기도(7.8%)가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울산·광주·전남은 5∼6%대 증가율을 보였고, 전북·충남·경남·대전은 5%를 하회했다. 세종·경북·제주는 1∼2%대에 그쳤으며, 강원은 유일하게 감소(-0.5%)했다.
이 같은 지역 간 격차는 젊은 층 인구 규모와 출산 지원 정책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2024년 기준 20∼39세 인구(1,325만394명) 중 약 55%(729만357명)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임기 인구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만큼, 이들의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들도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서대문구가 눈에 띈다. 서대문구는 저출생 문제의 출발점을 비혼 증가로 보고 남녀의 만남에서 결혼, 출산, 양육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에 맞춤형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고양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목표로 출산과 양육에 대한 전 주기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출산 가정의 초기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출생아 1인당 첫째 200만원, 둘째 이상 300만원의 첫만남이용권을 지원한다. 여기에 고양시 자체 출산지원금을 더해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300만원, 넷째 500만원, 다섯째 이상 1,000만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출생 후 지원의 일환으로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 '출산가구 전월세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아이 돌봄을 위한 공동육아나눔터 운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반해 비수도권에서는 출산지원금만 받고 거주 의무 기간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대전시는 2022년부터 대전형 양육기본수당을 시행하면서 생후 36개월까지 매달 30만원씩 최대 1,08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했다. 이 영향으로 대전시는 충남권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감소를 피했지만, 같은 해 인근 세종시의 합계출산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출산지원금이 인접 지역의 출생아를 흡수한 것이다. 지방 소멸에 대응해 정주 인구를 늘리려는 정책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구구조 특성상 출산율 장기 반등 쉽지 않아
다만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출산 지원 노력과는 별개로 인구구조의 특성상 출산율의 반등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출생이 늘어난 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미뤘던 결혼이 늘었고, 인구 분포상 30대 초반 여성 인구가 많은 점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팬데믹 시기에 하락했던 혼인율은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 사이에 증가하면서 신혼부부가 늘어났고, 인구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에코붐 세대’가 주 출산 연령대인 30대에 진입했다. 에코붐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자녀 세대로, 이들이 태어난 1991~1995년 인구수는 1980년대 후반에 비해 뚜렷하게 증가했다.
통계상으로도 이러한 인구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전체 가임여성 인구수는 2015년 1,280만 명에서 2024년 1,009만 명으로 9년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출산이 활발한 30~34세 여성 인구수는 2023년 159만1,000명을 찍고 반등해 2024년 162만4,000명까지 늘었다. 이 연령대의 출산율 역시 2023년 1,000명당 66.7명에서 지난해 70.4명으로 반등했다. 전체 가임여성은 줄어드는 구조 속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난 30대 초반 여성 집단이 최근 출생아 수 증가를 주도했다는 분석에 설득력이 실리는 대목이다.
난임 시술 확대 역시 출생아 수 방어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 시술로 태어난 출생아 비율은 2019년 8.7%에서 2024년 15.1%로 급증하며 5년 새 1.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출생아 수는 2019년 30만2,348명에서 2024년 23만8,235명으로 21.2% 감소했지만, 난임 시술에 의한 출생아 수는 2만6,371명에서 3만6,025명으로 36.6% 증가했다. 출생아 전체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난임 시술 출생아는 오히려 늘면서, 비중이 해마다 커지는 흐름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팬데믹 기간 지연됐던 결혼은 이미 해소된 데다, 기혼 여성의 무자녀 비율이 증가 추세에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에코붐 세대의 30대 진입이 끝나면 30대 여성 인구는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노동시장의 불평등 심화, 청년 일자리 질 저하, 주거비용 상승 등을 출생아 수 감소의 구조적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정부가 단기적 반등에 안주하지 말고 장기적인 저출생 대응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저출생으로 인한 지역 불균형의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