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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과 관세율 동일" 美-대만 관세 협상 타결, 3국 제조업 '생산성 경쟁' 불 붙는다

"韓·日과 관세율 동일" 美-대만 관세 협상 타결, 3국 제조업 '생산성 경쟁' 불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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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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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美-대만 관세 협상, 5,000억 달러 대미 투자 조건 
韓·日과 동일 관세율 적용, 3국 '생산성 경쟁' 본격화 전망
"생산성은 낮은데 고임금" 韓, 구조적 문제 개선 힘써야 

미국과 대만의 관세 협상이 막을 내렸다. 한국·일본과 동일하게 대만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단행하고, 미국이 이에 상응해 대만에 부과되는 상호관세율을 조절해 주는 형태다. 글로벌 제조업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일본·대만 3국이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향후 경쟁의 판도가 각국의 '생산성'에 따라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대미 투자 약속하며 관세율 낮춰

15일(현지시각) 미 상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만의 반도체·기술 기업들이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에너지, 인공지능(AI) 생산·혁신 역량을 구축하고 확대하기 위해 2,500억 달러(약 368조원) 규모의 신규 직접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는 이와 별개로 최소 2,500억 달러 규모의 신용보증을 제공해 대만 기업들의 대미(對美) 추가 투자를 촉진하고, 미국에서 완전한 반도체 공급망과 생태계를 구축·확대하는 것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상응해 미국은 대만 제품에 적용되는 상호관세를 20%에서 15%로 낮췄다. 아울러 미국에 새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 중인 대만 기업은 해당 시설을 짓는 동안 생산 능력 대비 최대 2.5배까지 품목별 관세가 면제되며, 초과분에는 무역확장법 232조 상 우대율을 적용받게 된다. 또 미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완공한 대만 기업은 해당 시설의 생산 능력 대비 1.5배에 해당하는 물량을 품목별 관세 없이 미국으로 수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00만 개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다면, 건설 기간 250만 개의 웨이퍼를 (관세 없이) 들여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그들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지 않으면 관세는 100%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근이 아닌 채찍"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양국은 대만산 자동차 부품, 목재, 원목, 목재 파생 제품의 품목별 관세를 15%로 책정하기로 합의했다. 제네릭 의약품과 원료 성분, 항공기 부품, 미국 내 조달이 불가능한 천연 자원은 상호관세가 면제된다.

韓·日 대미 협상과 유사한 구조

시장은 대만이 한국·일본과 유사한 조건하에 무역 협상을 체결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7월 미국에 3,500억 달러(약 515조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상호관세율을 낮춘 바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이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며 "한국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대통령인 내가 선택하는 투자를 위해 3,500억 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지난해 10월 이뤄진 양국 세부 합의 결과에 따르면 3,500억 규모 대미 금융투자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약 294조5,000억원)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약 220조8,750억원)로 구성되며, 연간 투자 상한은 200억 달러(약 29조4,500억원)로 설정됐다. 이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연간 200억 달러 한도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지출이)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며 "국내 외환시장에 충격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환시장의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의 조정을 요청할 근거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일본 역시 5,500억 달러(약 760조원) 규모 대미 투자와 자동차, 쌀,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약속하며 기존 25%였던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현금성 투자를 단기간에 집행하는 구조를 채택했으며, 투자 이후 발생하는 수익 대부분은 미국에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은 “(일본의 대미 투자로 인해 발생한) 수익의 90%가 미국 측으로 배분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변화하는 경쟁 구도, 韓 '열세'

3국이 모두 미국으로부터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향후 이들 국가 사이 '생산성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세 나라가 모두 반도체 및 전자 산업 관련 제품을 주요 수출 품목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중심으로 반도체 및 전자부품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과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기업을 주축으로 수출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일본 또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회로 및 반도체 장비를 대표 수출 품목으로 보유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 구도 속에서 3국 간 관세율 격차가 사라지자, 일각에서는 한국이 비교적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한국 산업계 특유의 구조적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재 한국은 고질적인 고임금 문제에 짓눌리고 있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간한 '한·일·대만 임금 현황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물가를 고려한 구매력평가환율로 환산한 우리나라 임금은 일본·대만을 20%가량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 제조업 상용근로자 연 임금 총액은 6만7,491달러로(약 9,938만원) 일본보다 27.8%, 대만보다 25.9% 높았다.

문제는 한국의 생산성이 임금 수준에 비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7.5달러(2024년 기준)로, 7년째 OECD 38개 회원국 중 3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고임금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만큼 생산성 제고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며 "이미 우리 기업의 인건비 압박이 상당한 상황에서 법적 정년연장 같이 이중구조를 심화하고 청년 고용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정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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