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풍년에도 거래 급감한 서울 오피스 시장, 선택받는 자산과 밀려나는 자산
공급 풍년에도 거래 급감한 서울 오피스 시장, 선택받는 자산과 밀려나는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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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확대 앞두고 거래 공백 뚜렷
입지·품질 중심 프라임 오피스 수요↑
양극화에 비우량 자산 조정 압력 확대

지난해 말 서울 오피스 시장의 거래 규모가 크게 위축되며 분위기 악화를 알렸다. 향후 수년간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된 상황에서 기업의 매수 및 임차 판단은 한층 까다로워졌고, 이 때문에 모든 자산이 동일하게 선택받는 국면은 지나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이 프라임 오피스 등 고급 물건에 집중되면서 본격화한 양극화 흐름은 향후 부동산 시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단서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달 사이 거래규모 72.6% 감소
13일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업체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오피스 매매 시장의 전체 거래금액은 2,627억원으로 전월(9,594억원)보다 72.6% 감소했다. 거래 건수는 8건에서 11건으로 소폭 늘었지만, 중소형 자산 위주의 거래가 이어지면서 전체 거래 규모는 크게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가장 비싸게 거래된 물건은 중구 무교동 소재의 ‘프리미어플레이스’로 1,670억원에 새 주인을 만났으며, 강남구 대치동 ‘양유빌딩(329억원)’, 강남구 논현동 B&M빌딩(198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사무실 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128건에서 74건으로 42.2% 감소했고, 거래금액 역시 5,070억원에서 270억원으로 94.7% 급락했다. 2024년 11월(거래량 236건, 거래금액 1,370억원)과 비교해도 거래량과 금액이 각각 68.6%, 80.3% 감소했다. 권역별 집계에선 도심권(CBD) 거래금액이 76.8% 감소하며 가장 큰 낙폭을 그린 반면, 강남권(GBD)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플래닛 관계자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강남권은 사무실 거래금액이 전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라고 짚었다.
이 같은 거래 경색에도 공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코리아에 의하면 2031년까지 서울 CBD와 GBD, 여의도권(YBD) 등 서울의 3대 업무권역에는 471만㎡ 규모의 오피스가 신규 공급될 전망이다. 이는 현재(1,057만㎡)와 비교해 45% 이상 증가한 규모로, 공급 시기는 일부 지연될 수 있지만 공급량 확대 자체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권역별 쏠림도 심각한 수준이다. 신규 공급의 83%인 389만㎡가 CBD에 집중되면서 향후 CBD 오피스 시장 규모는 GBD의 2배, YBD의 3배로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거래 경색 이후 공급 폭탄이 예견되면서 수요 변화 또한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서울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은 3.60%로 전월 대비 0.09%p 올랐다. GBD는 소폭 하락했지만, CBD 공실률이 4.00%로 다시 4%대에 진입하면서 전체 공실률을 끌어올렸다. 문제는 공실이 늘어남에도 임차인의 부담은 갈수록 증가한다는 점이다. 임대료에 관리비를 합한 값으로 임차인이 전용면적당 지출하는 실제 비용을 뜻하는 전용면적당비용(NOC)은 이 기간 20만2,545원으로 전월(20만2,185원) 대비 360원 상승했다.

핵심 입지 최상급 자산은 활황
다만 프라임 오피스의 경우, 이 같은 거래 가뭄을 비껴가는 기류가 포착된다. 지난해 국내 프라임 오피스의 공실률은 0.85%로 집계됐다. 사실상 빈 공간이 거의 없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그다음 상위권인 A급 오피스의 공실률(3.29%)보다 한참 낮은 수치다. 이는 동일 권역 안에서도 등급에 따른 수요 격차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전반의 거래가 멈췄다기보다는 오피스 물건을 거래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준이 극도로 좁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프라임 오피스에 대한 선호는 임차 수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업들은 임대면적 등 표면적인 수치보다는 위치와 환경 등 상대적 조건을 우선 고려했다. 3대 업무지구 내에서도 접근성과 주변 인프라 등 시설 조건을 충족한 자산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식이다. GBD의 파이낸스센터와 파르나스타워, CBD의 D타워와 센트로폴리스, YBD의 IFC서울 빌딩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이들 물건과 동일한 권역에 속하더라도 노후화된 빌딩이나 비핵심 입지 자산의 경우, 거래 공백이 길어지는 국면이다.
기업 행태 변화도 프라임 오피스 집중을 강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다수의 기업은 사무 공간을 단순 근무 장소가 아닌 조직 운영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인재 확보와 조직 유지가 중요한 상황에서 사무환경이 경쟁력의 일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기업과 성장 기업일수록 두드러진 현상으로, 지난해 카카오뱅크는 판교테크원타워를 1조9,000억원에 매입하며 단일 오피스 거래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역시 2024년 강남 서초 사옥을 재매입했고,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장기간 물색 끝에 강남N타워를 인수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강남역 인근 타이거318 스케일타워를 2년에 걸쳐 인수해 개발 조직을 입주시켰다. 이들 사례 모두 핵심 입지의 최상급 자산에 집중된 결정이다. 이는 곧 사무실 선택의 핵심 기준이 비용 절감을 비롯한 효율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 충족 여부로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전반의 거래 경색 이면에는 특정 조건을 충족한 자산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흐름이 자리했던 셈이다.
‘선택과 배제’ 본격화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코람코자산운용 리서치&전략실은 11일 발간한 ‘2026년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대형·우량 입지를 중심으로 ‘초(超)양극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거래의 70% 이상이 오피스 섹터에서 발생했고, 이 중 약 80%가 대형 자산에 집중되는 등 시장은 이미 ‘규모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였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중대형 면적의 순흡수는 계속되는 반면, 중소형 오피스 이동은 둔화세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열매 코람코 리서치&전략실장은 “올해 자산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초양극화’”라며 “대형·프라임 자산 중심의 강세 흐름 속에서 투자자들은 섹터별 사이클, 입지별 리스크를 세분화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 환경은 통제할 수 없지만 전략은 조정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판단이 시장 변동성을 기회로 바꾸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알스퀘어 역시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알스퀘어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서울과 분당 권역의 오피스 매매지수는 504.3포인트를 기록하며 기준점인 2001년 1분기(100포인트)와 비교해 5배가 넘게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식산업센터 매매지수는 192.2포인트로 전 분기 대비 1.5% 하락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6.8% 하락한 수준이자, 2022년 2분기 고점 대비 약 25% 조정된 상태다. 오피스와 지식산업센터가 동일한 금리 환경과 거시 변수 속에서도 서로 다른 가격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자산군 내부의 선별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