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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흔드는 ‘전북 이전론’, 정치적 구호 싸움에 산업 청사진 위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흔드는 ‘전북 이전론’, 정치적 구호 싸움에 산업 청사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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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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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성장 해법으로 전북 이전” 주장
vs. “산업 생태계 좌시한 정치적 풍파”
사업계획 승인 무효 소송 판결도 변수
9일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기흥ICT밸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년사를 발표 중이다/사진=용인특례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전북특별자치도 이전 논의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전력 공급 문제와 지역 균형을 근거로 입지 재검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사회 전반의 공감대를 얻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과거 입지 결정 과정에서 이미 교통·인프라·공급망 조건 등이 다각도로 검토된 만큼 불필요한 이전 논의는 사업의 불확실성만 키운다는 비판이다. 다만 환경단체가 지적한 사업 승인 절차상의 흠결이 법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까닭에 전반적인 사업 추진에는 제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대한민국의 미래”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지난 9일 기흥ICT밸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특화 대도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내용의 신년사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최근 용인이 주도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와 관련해 일부 지역 및 정치인이 지방 이전 등 사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적 조성이 용인의 미래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미래인 만큼 어떠한 정치적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 과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이전론은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완주·진안·무주)이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이원택 의원(군산·김제·부안)에게 “기존 반도체 산업 구조를 바꾸는 해법을 함께 제시하자”고 공식 제안하며 본격화했다. 안 의원은 전북이 재생에너지와 풍부한 용수, 산업 부지 등 반도체 산업의 핵심 요건을 갖춘 지역”이라며 이 같은 논의가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국가 성장 경로를 재설계하는 전략적 선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방 주도의 성장 해법을 국정 기조로 제시한 이재명 정부에 대한 우리의 해답”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도지사 역시 “전북은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전환의 최전선”이라며 “에너지 생산지가 일방적으로 희생하고 소비지가 혜택을 누리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맞받았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내 신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육성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화한 만큼 전력 수급이 용이하고 재생에너지도 풍부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도 충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주장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기가 생산되는 곳으로 기업이 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힘을 얻기도 했다. 

용인시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 시장은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주장은) 산업의 생태계와 특성은 물론 용인에서 진행되는 사업의 내용과 속도를 전혀 모르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투자 규모와 사업 진행 상황을 수치로 제시했다. 용인에는 이미 입주했거나 입주가 확정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92곳이 포진한 데다, 이들이 집행하기로 한 투자액만 3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이 장기간 축적된 투자와 인프라 위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북 이전론의 핵심 근거로 제시된 전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시했다. 이 시장은 “새만금을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로 모두 덮어도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국내 태양광 설비 평균 이용률 15.4%를 기준으로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15기가와트(GW)를 확보하려면, 설비 용량 97GW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실제 새만금 매립지의 면적은 291㎢로, 97GW의 설비 용량에는 3배 이상의 부지가 요구된다. 전력 문제를 이유로 한 이전론이 기술적·현실적 검토를 결여했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산업 분산 배치 필요성 재차 강조

그럼에도 전북 이전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지역 균형 발전과 에너지 분산을 앞세워 입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안 의원은 13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 반도체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문제와 전북·새만금에 반도체와 첨단산업을 유치하는 문제는 서로 연결돼 있으나, 각각의 논리와 명분을 바탕으로 독립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전 논의를 단순한 지역 간 경쟁 구도로만 볼 수 없으며, 논의의 초점을 ‘이전 여부’보다 ‘분산 배치 방식’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전북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근거로 전력과 용수 공급 가능성을 제시했다. 안 의원은 “현재 새만금에는 해상풍력 3GW와 태양광 3GW의 재생에너지 발전 계획이 수립돼 있다”며 “농생명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고 에너지 용지까지 합치면 추가로 4GW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전과 관련해서 일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2029년까지는 개통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용수 문제에 대해서는 금강 상류의 용담댐 활용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안 의원은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또는 분산 배치가 국가 차원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클러스터 일부를 지방으로 분산 배치하면, 지방 소멸과 국토 균형 발전 문제를 함께 다룰 수 있다”고 말하며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에게 공동 대응을 호소했다. 아울러 정부가 제시한 남부권 반도체 벨트 구상에서 전북이 빠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실질적인 지역 균형 발전 전략이 되려면 ‘전주~광주~부산~구미’ 4극 체제로 확대돼야 한다”고 짚었다. 반도체 산업을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국가 차원의 입지 재설계를 요구하려는 시도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설과 관련한 대통령 지시 사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특별히 말씀드릴 만한 내용은 없다”면서도 “이전 등 세부 결정은 클러스터 입주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동시에 민주당 내부의 반발 또한 본격화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입장문을 내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뚫고 유치한 역작”이라며 “경기도는 그 성과를 이어받아 전력·용수·교통 등 산업기반을 꼼꼼히 챙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지 변경-전력 해법 사이 간극

산업계의 시각 또한 이전 논의에 회의적이다. 반도체 생산은 장기간에 걸친 고객사 대응 일정과 공정 안정성이 핵심 전제인 만큼 이미 입지가 확정되고 공사가 진행 중인 클러스터를 정치적 논의로 재검토하는 방식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와 기업이 이미 수년에 걸쳐 전력·용수·교통·인력 접근성을 종합 검토해 확정한 계획을 변경할 경우 사업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뒤따른다. 계획 변경은 일정 지연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이는 곧 글로벌 고객과의 신뢰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반의 목소리다. 

전력 부족 문제 역시 특정 지역의 한계로 환원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는 전국적 과제에 가깝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원만으로 대규모 클러스터 수요를 단기간에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새만금 지역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발전 이용률과 계통 안정성, 저장 설비 부담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입지 변경이 곧 전력 해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는 현실적 간극이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은 법적 판단이라는 또 다른 변수에 직면했다. 지난해 초 환경단체 기후솔루션 소속 활동가들과 용인산단계획지역 거주자 5명 등 총 15명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관련 계획 승인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대규모 전력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산정의 적정성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수소혼소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오는 15일 해당 소송에 대한 판결을 선고할 예정으로, 법원이 최종 판결에서 절차적 하자를 인정할 경우엔 사업 일정의 차질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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