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때리기’에 뉴욕 증시 동반 약세, ‘셀 아메리카’로 번지나
트럼프 ‘파월 때리기’에 뉴욕 증시 동반 약세, ‘셀 아메리카’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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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검찰, 파월 연준 의장 형사 수사 착수 파월, 이례적 성명으로 트럼프에 정면 맞불 연준 독립성 흔들리자 월가 전반에 위험회피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앙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달러 자산을 회피하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트레이드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美 선물·달러·국채 일제히 하락
12일(이하 현지시간) CN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5.86포인트(0.42%) 하락한 4만9,298.21을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18포인트(0.13%) 내린 6,957.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9.813포인트(0.13%) 떨어진 2만3,641.534에 거래됐다.
달러화 가치도 급락했다. 같은 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98.799로 전장 마감 가격(99.136)보다 0.337포인트(0.340%) 하락했다. 런던장에서는 한때 98.705까지 굴러떨어지기도 했다. 블룸버그 달러지수 역시 0.3% 하락하며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국채 시장도 압박받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bp(0.04%포인트) 상승하며 한때 4.211%까지 치솟았다. 30년물 국채 금리도 한때 5bp 넘게 오른 4.86%로 상승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시장 불안을 촉발한 것은 미 중앙은행의 독립성 우려다. 11일 파월 의장은 연준이 지난 9일 미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가능성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당국의 법적 조치는 파월 의장이 지난해 6월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연준 청사 개보수 사업과 관련해 한 증언과 연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중립성'이라는 가치를 배격한 채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가 1%까지 낮아져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파월 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 행보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재임 기간 연준은 금리를 세 차례, 0.75%포인트(p) 인하해 현재 3.50∼3.75%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한 파월 의장을 해임하고 싶다고 줄곧 압박하다가, 지난해 여름부터는 연준 건물 개보수 공사를 타깃으로 공세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공사가 당초 예산을 7억 달러(약 1조원) 초과했다고 비판하며 직접 공사장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결국 이를 문제 삼아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전직 경제 수장들, ‘파월 수사’ 공개 비판
파월 의장은 이번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압박을 정당화하기 위한 시도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1일 파월 의장은 “이번 새로운 위협은 지난해 6월 내 증언이나 연준 건물 개보수 공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저 구실일 뿐”이라며 “진짜 이유는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지 않고 공익에 근거한 판단에 따라 금리를 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례 없는 이번 조치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력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연준의 통화 정책이 정치적 압력이나 협박에 의해 좌우될지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또 “공직 생활은 때때로 위협에 굳건히 맞설 것을 요구한다.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미국 국민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며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 만료되며, 그의 연준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전·현직 연준 인사와 일부 전 재무장관 등도 성명을 통해 파월 의장을 공개 지지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기소 권한을 동원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라며 "제도적 기반이 취약한 신흥국에서나 나타나는 통화정책 결정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연준의 독립성과 이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적정 수준의 장기 금리를 달성하는 데 핵심적"이라며 "독립성 훼손이 미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성명에는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전직 연준 의장을 비롯해 헨리 폴슨, 티머시 가이트너, 로버트 루빈 등 전직 재무장관들이 참여했다.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에 ‘셀 아메리카’ 불안
지난해만 해도 미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에도 비교적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인플레이션 둔화에 맞춰 연준이 독자적으로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의장 후보자 발표를 앞두고 수사권을 동원한 압박이 현실화되자 시장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리덤 캐피털 마켓의 최고글로벌전략가(CGS)인 제이 우즈(Jay Woods)는 “현재 쟁점은 파월 의장 개인이 아니라 연준의 독립성 그 자체”라며 “이 같은 뉴스가 전해질 경우 시장은 즉각적인 매도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연준을 압박하는 건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결코 약한 통화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나는 강달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약달러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준다”고 언급했다. 이어 “강달러는 들리기엔 좋지만 관광도 줄고, 공장도, 트럭도, 아무것도 팔 수 없게 된다”며 “인플레이션 억제에는 좋지만, 우리는 이미 인플레이션을 없앴다”고 주장했다. 달러 약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와 고율 관세 정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이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이 떨어져 수출이 늘어나고, 경상수지가 회복된다.
하지만 트럼프가 주창하는 달러 약세 기조에서도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처럼 미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확대할수록 전 세계의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져 달러 가치가 되레 상승하게 되고, 이 경우 달러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은 기축통화국 지위를 잃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미국은 달러를 활용해 사실상 국채 표면금리 수준의 저리로 막대한 전 세계 유휴자금을 대출받는 특혜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달러 현상이 시장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셀 아메리카’ 기조로 확산될 경우, 미국은 글로벌 투자 유치 경쟁에서 심각한 열위에 놓이게 된다. 이미 전조 증상도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이후 미국 금융시장이 급격히 흔들린 것이 이를 방증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Krishna Guha) 부회장은 “의심의 여지 없는 ‘리스크 오프’ 국면”이라며 “향후 달러, 채권, 주식이 동반 하락하는 셀 아메리카 흐름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