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영장실질심사 돌입, RCPS 자본 전환 두고 “회계 판단” vs. “사기 회생”
MBK 영장실질심사 돌입, RCPS 자본 전환 두고 “회계 판단” vs. “사기 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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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신청 당시 재무제표 신뢰성 문제
RCPS 성격 논쟁, 채무인가 자본인가
“과도한 사법 개입으로 투자 위축 우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수사가 영장실질심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안의 성격이 한 단계 격상됐다. 검찰은 홈플러스 회생 신청 직전 이뤄진 회계 판단이 법원의 판단을 왜곡했다는 입장이며, MBK는 문제가 된 조치들이 회계기준과 절차에 따른 합법적 판단이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번 사안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회생 국면에 참여해 온 사모펀드(PEF)의 투자 판단이 향후 형사 책임 판단 대상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회계 판단 고의성·기망성 놓고 대립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김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김정환 MBK 부사장, 이성진 홈플러스 전무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지난 7일 이들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김 회장을 제외한 3인에게는 채무자회생법상 사기회생 혐의도 포함했다.
이번 영장실질심사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를 둘러싸고 제기된 1조원대 분식회계 및 사기회생 의혹이 형사 책임 판단 단계로 넘어간 첫 분수령이다. 검찰은 회생 신청 직전의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 작성 과정 전반이 법원을 기망하기 위한 의도적 조작이었다는 시각에서 수사를 진행해 왔고, 그 결과 김 회장을 포함한 MBK 및 홈플러스 핵심 경영진 4명을 동시에 심문대에 올렸다. 피의자가 다수인 점은 물론, 혐의가 회계·자본시장·회생 절차 전반에 걸쳐 중첩됐다는 점에서 이번 심문은 단순 개인 비위 차원을 넘어 회생 절차 자체의 적법성을 가르는 성격을 띤다.
검찰이 적용한 사기회생 혐의는 회생 절차에서 제출되는 장부나 재무제표가 허위로 작성됐을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회계 판단의 오류나 사후적 평가 차이를 넘어 고의성과 기망성이 핵심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쟁점은 홈플러스가 회생 신청을 준비하던 시점에 재무 상태를 실제보다 유리하게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조정했는지 여부로 쏠린다. 검찰은 회생 개시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재무제표가 왜곡됐다는 입장이며, MBK 측은 회계 기준과 절차에 따른 합법적 판단이었다는 반박을 내놓은 상태다.
MBK와 검찰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데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둘러싼 회계 해석 문제가 놓여 있다. 검찰은 MBK의 RCPS 관련 회계 처리가 회생 신청 국면에서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봤다. 지난해 2월 MBK는 홈플러스 회생 신청 직전 잔액 1조1,000억원 규모의 RCPS 상환권 주체를 기존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에서 홈플러스로 변경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항목이 부채에서 자본으로 분류되면서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졌다. 검찰은 이 변경이 법원의 회생 개시 판단을 오도했는지를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지분 투자’ 인식 관행
RCPS는 법적·회계적으로 채권과 자본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상환권과 전환권이 결합된 특성상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희박할 때 투자자는 채권처럼 원금 회수를 요구할 수 있고, 반대로 기업 가치가 개선되면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이유로 RCPS는 위험도가 높은 기업이나 인수금융 설계에서 자주 활용된다. 형식상 우선주임에도 실질적으로는 지분 투자를 염두에 둔 자금이라는 인식이 투자업계 전반의 인식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RCPS를 일률적으로 부채로 간주해 회계 위법을 문제 삼는 검찰 접근이 과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RCPS의 성격은 계약 당시 기업 상황과 세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회사의 재무 악화를 사전에 인지한 상태에서 투자자가 원금 회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상환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있었다면, 외형과 무관하게 채권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할 여지도 존재한다. 이 경우 RCPS는 위험 분담을 전제로 한 지분성 자금이 아닌, 손실을 피하기 위한 ‘보호 장치’에 가깝게 작동한다. 검찰이 주목하는 지점 역시 RCPS가 어떤 투자 의도로 설계되고 운용됐는지, 그리고 회생 신청 직전까지 해당 성격이 유지됐는지 여부다.
여기서 MBK의 RCPS를 둘러싼 논의는 한층 뜨거워진다. 만약 PEF가 기업의 부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채권 회수를 염두에 두고 자금을 운용했다면, 문제는 회계 해석을 넘어 경영 책임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와 달리 기업의 정상화를 전제로 투자했고, 회계 처리 역시 해당 전제 아래에서 이뤄졌다면 사후적인 경영 악화만으로 회계 위법이나 형사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RCPS를 둘러싼 MBK의 책임론은 회계 분류의 문제는 물론 투자 판단의 전제와 책임 범위를 가르는 기준으로도 기능한다.
검찰의 문제 제기가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PEF가 향후 실적 악화를 예상하면서도 회생 불가능한 기업에 자금을 투입한다면, 그 자체로 배임 등 범죄 성립 가능성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고 짚으며 “그럼에도 RCPS 회계 분류만을 문제 삼아 형사 책임을 구성하려는 시도는 회계 기준의 해석 영역과 형사 처벌의 경계를 혼동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이번 영장심사는 RCPS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보다는 해당 투자와 회계 판단이 어떤 전제와 인식 아래에서 이뤄졌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법리 판단 이후 투자 환경 변화 불가피
MBK 역시 검찰의 문제 제기가 회계 판단의 영역을 벗어났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MBK는 12일 공식 성명을 내고 “RCPS의 자본전환은 그 실질과 권리 관계를 명확히 반영하기 위한 회계상 분류 조정에 해당한다”며 “해당 조치는 신용등급 하락 이후에 이뤄진 사안으로 현금 유입이나 유동성 개선을 수반하는 성격의 조치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어 “회계 처리의 적정성은 법인 차원의 회계 기준과 절차에 따라 판단돼야 하며, 이를 주주의 책임과 연결 짓는 것은 사실관계와 회계 실무 모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쟁점으로 지목된 토지 자산 재평가에 대해서는 장기간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부가치와 실제 가치 간 괴리가 커져 이해관계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을 내놨다. MBK는 “회계기준이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절차에 따라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감정평가기관의 객관적인 평가와 절차를 거쳤다”면서 동일한 방식으로 자산 재평가를 진행한 롯데쇼핑과 호텔신라의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자산재평가 결과가 반영된 재무제표 또한 회생 신청 이후인 2025년 6월에 공시됐다”고 부연했다.
검찰과 MBK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PEF업계의 반응도 민감하다. 국내 주요 PEF 경영진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례가 전무했던 만큼 최종 법리 판단과 별개로 투자 환경이 급격히 경직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재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국내 PEF업계는 투기자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20년 넘게 쌓아 온 신뢰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면서 “많은 PEF가 한국 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투자 위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