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규제에 中 COSCO 10조원대 발주 맞불, 조선업 약세 美는 안보 위기에 韓 선택
美 규제에 中 COSCO 10조원대 발주 맞불, 조선업 약세 美는 안보 위기에 韓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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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강도 항만 수수료 압박, 中 10조원 규모 COSCO 국영 발주로 대응 글로벌 선사의 탈중국 가속화로 中 수주 급감, 점유율 0.1%에 그친 美 제조 한계 노출 美, 생산 역량 격차가 초래한 안보 위기 극복 위해 韓 조선업계와 협력 선택

미중 패권 경쟁의 전선이 관세 장벽을 넘어 해운·조선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이 고강도 항만 수수료 부과로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COSCO)를 압박하자, 중국은 10조원 규모의 국영 발주를 통해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글로벌 선사들의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조선업의 수주량은 급감했고, 미국 역시 0.1%라는 미미한 상업 조선 점유율로 제조 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 상선 생산 능력이 곧 해군력과 직결되는 안보 현실 속에서, 미국은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전략적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
美 고강도 항만 수수료에 휘청인 COSCO, 中 10조원 국영 발주로 방어
11일(이하 현지시간) 아메리칸 메뉴팩쳐링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COSCO는 국영 조선사인 중국국가조선공사(CSSC)와 87척의 신규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컨테이너선부터 유조선, 벌크선까지 전 선단을 망라한 이번 계약의 규모는 70억 달러(약 10조2,2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전방위적인 견제 조치에 대항해 발생한 수주 공백을 거대한 국영 시스템으로 방어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1월 미 국방부는 COSCO를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군사 기업'으로 지정하며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COSCO 측은 즉각 군사 기업이 아니며 당국과 소통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제는 COSCO가 미국 물류 시장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제재의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해운조사기관 라이너리티카(Linerlytica)에 따르면, COSCO는 2024년 5월부터 11월까지 극동-미주 항로(Far East–US)에서 16.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태평양 노선 1위 자리를 지켰다. 미국 물류망의 핵심 플레이어라는 위상이, 역설적으로 제재 국면에서는 리스크로 작용하는 셈이다.
단순한 블랙리스트 지정을 넘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해 4월 확정해 같은 해 10월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국 선박 대상 항만 수수료 부과 조치는 COSCO의 숨통을 직접적으로 조이고 있다. 특히 이 제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계단식 인상 구조로 설계됐다. 시행 초기 톤당 50달러(약 7만원)였던 수수료는 오는 4월 80달러(약 11만원), 2027년 110달러(약 16만원)를 거쳐 2028년 4월에는 140달러(약 20만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중국에서 건조된 비(非)중국 선사 선박 역시 같은 기간 톤당 18달러(약 2만원)에서 시작해 23달러(약 3만원), 28달러(약 4만원)를 거쳐 최종 33달러(약 4만8,000원)까지 상향 조정된다. 조선해양전문 매체 지캡틴(gCaptain) 분석에 의하면 5만 톤급 중국 운항 컨테이너선의 경우 미국 항차당 비용이 기존 250만 달러(약 36억5,000만원)에서 2028년 최대 700만 달러(약 102억3,000만원)까지 폭증할 수 있는 구조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의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해당 조치로 1만 TEU급 선박 기준 FEU당 600달러(약 87만원)의 수수료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COSCO는 2026년 15억3,000만 달러(약 2조2,300억원), 자회사인 OOIL은 약 6억5,400만 달러(약 9,5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COSCO와 OOIL의 2026년 예상 영업이익(EBIT) 중 각각 74%와 65%를 잠식하는 규모다.
이에 COSCO 측은 운영상 도전이 있더라도 미국 내 서비스를 유지하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HSBC는 결국 코스코가 생존을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 CMA CGM,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Evergreen)과 함께 결성한 해운 동맹인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를 활용해 비(非)중국 건조 선박을 교체 투입하거나, 미국 항만 대신 캐나다와 멕시코를 경유하는 우회 서비스를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美 규제 확산에 바뀐 조선업 판도, 中 조선소 신규 주문량 68% 급감
미국의 규제 비용 부과가 중국 선사뿐 아니라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으로까지 확장되면서 글로벌 해운사 사이에서는 ‘탈(脫)중국’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Maersk)와 하팍로이드(Hapag-Lloyd)는 태평양 횡단 노선에 투입하던 중국산 선박을 한국산 선박으로 교체하기 시작했으며, 한국 HMM과 일본 ONE, 대만 양밍해운이 결성한 ‘프리미어 얼라이언스(Premier Alliance)’는 중국산 선박 10척을 운항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서비스 재편에 착수했다. 이는 미국의 고강도 견제가 해운사들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경영 리스크로 현실화되면서 선대 운용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을 강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발주 회피 움직임은 글로벌 해운 경기 침체라는 악재와 맞물리며 중국 조선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신규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하며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관세 장벽에 따른 교역량 둔화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성 확대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선박 발주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전체 시장의 파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의 하락세는 유독 두드러졌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조선소들의 신규 주문량은 2,630만 DWT(재화중량톤수)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68%나 급감했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데이터 기준 2024년 73%까지 치솟았던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작년 1~8월 53.3%로 내려왔다. 한국(29.1%)과 일본(13.1%)이 그 뒤를 이었으나, 미국은 0.1%의 미미한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미국의 자체 상선 건조 기반이 크게 위축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미국 내에서는 이를 안보 차원의 리스크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건조량 中 250척 vs 美 7척, 상선 생산력이 곧 해군력
미국이 이처럼 상업 조선 시장의 위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생산 능력 차이가 곧 해군력 격차로 직결된다는 안보적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견고한 상업 조선 생태계가 해군 함정의 건조와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제공하기 때문에, 상업 기반 붕괴는 곧 국가 안보의 중대한 위협이라고 진단한다. 실제 미 해군정보국(ONI)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선박 생산 역량은 2,325만 GT(총톤수)인 반면 미국은 10만 GT에 불과해 약 232배의 격차를 보였으며, 2024년 CSSC가 250척 이상을 건조할 때 미국은 7척에 그쳤다. 이러한 생산 역량의 차이는 해군 함정 보유량 역전으로 이어져, 2000년 미국 318척 대 중국 110척이었던 함정 수는 2020년 중국(350척)이 미국(293척)을 추월하며 뒤집혔다. 미 국방부는 중국 해군이 2030년까지 435척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미 해군은 294척 수준에 머물러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이러한 양적 우위를 바탕으로 평시에는 상선으로 운용하다가 유사시 군사 작전에 투입하는 회색 함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Type 076 ‘쓰촨’ 등 항공 운용 능력을 갖춘 대형 상륙함까지 공개하며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미 해군은 항공모함 11척과 핵잠수함 등 핵심 전력의 질적 측면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보다 230배 이상의 건조 능력을 갖춘 중국이 2030년까지 항공모함을 6척으로 늘리는 등 기술적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미국 당국은 중국이 물량 공세를 통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 자체가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판단하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과거 세계 시장을 선도했던 미국 조선업은 생산 기반 붕괴로 인해 현재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이 같은 쇠락의 원인으로는 외부 경쟁을 차단해 자생력을 약화시킨 ‘존스법(Jones Act)’의 역설적 부작용과 더불어, 시설 노후화·인력 유출·투자 부족 등 구조적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미국은 입법과 행정 차원에서 동시다발적인 재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의회는 10년 내 국제상선 250척 건조를 목표로 하는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를 재발의하며 동맹국과의 협력을 명시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역시 백악관 내 전담 조직 설치와 세제 혜택 등을 약속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러한 기류는 한미 간 전략적 협력으로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최대 군함 제조사 헌팅턴 잉갈스(Huntington Ingalls)가 HD현대중공업과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자체 역량의 한계에 봉착한 미국에 한국의 조선 인프라는 안보 공백을 메우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