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中 전기차 관세전쟁, 각자 셈법 속 ‘최저가격’으로 절충
EU·中 전기차 관세전쟁, 각자 셈법 속 ‘최저가격’으로 절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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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눈 돌린 중국과 자국 산업 방어에 나선 EU 2024년부터 이어온 관세 충돌, 진정 국면 들어서 EU, 중국산 전기차에 최저가격 도입 절차 공식화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해 온 고율 관세를 최저 판매가격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절차를 공식화했다. 전기차를 두고 2024년부터 이어진 양 측의 관세 갈등이 강경 기조에서 벗어나 관리 국면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관세 보복의 악순환을 피하면서 유럽의 자동차 산업을 방어하려는 EU의 전략과 유럽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관세 부담을 피하려는 중국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EU, 中 기업의 현지 투자 계획도 평가
12일(현지시각) EU 집행위원회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에 적용해 온 고율 관세를 '최저 판매가격 약속(Price Undertaking)'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서면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라 중국 수출업체들은 관세 대신 최저 판매가격 적용을 위한 제안서를 EU 집행위에 제출하고, 집행위는 제안서에 제시된 최저 가격 설정 기준을 평가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EU 측은 이 과정에서 중국 업체들의 역내 전기차 투자 규모를 고려할 것이라 밝혔다.
집행위는 지침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가 제안하는 최저 판매가격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 효과를 제거하고 △기존 관세와 동등한 보호 효과를 가지며 △실행 가능한 수준이어야 하고 △교차 보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또 전기차 모델과 구성별로 각각 최저 가격을 설정하고, EU 내 최초의 독립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시점을 가격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아울러 제안서에 유럽 내 연간 출하량 조절 방안과 현지 투자 계획을 포함하도록 권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접근 방식에 대해 "EU는 관세 전쟁의 부담을 줄이면서 유럽 자동차 사업을 방어할 수 있게 됐고, BYD 등 중국 제조 업체들은 유럽 시장 접근성을 유지한 상태로 판매 이익을 관세로 내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을 두고 이어져 온 양자 간 관세 갈등이 연착륙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상무부도 성명을 통해 "이번 진전은 양측의 대화 정신과 협의 결과를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보복 관세 악순환 끊고 관리 체계 도입
앞서 2024년 7월 EU는 중국의 불공정한 국가 보조금을 이유로, EU로 수출되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최대 30%로 인상하는 예비 조치를 시행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부터 최대 45.3%의 상계관세를 확정해 10%의 기본 관세에 더해 추가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중국은 같은 해 8월 유럽산 유제품과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브랜디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고, 해당 품목에 예비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조사 대상을 플라스틱 원료로 확대하면서 양측의 무역 갈등이 점차 확산됐다.
그러나 EU의 관세 조치는 중국의 저렴한 제조 비용과 전기차 기술 경쟁력을 활용해 온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략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일례로 중국에서 전기차 iX3를 생산하는 BMW는 고율 관세 부담에 직면했고, 볼보자동차는 관세 부과 대상이던 EX30의 생산기지를 벨기에 겐트로 이전하면서 비용 증가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집행위는 폭스바겐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 SUV에 대한 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제시한 최저 가격 및 수입 쿼터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번 합의는 양측이 보복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관세 부과'라는 단일 수단에서 벗어나 기업별 신청·심사를 통해 충돌을 흡수하는 관리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전면적인 경제·무역 전쟁을 피하면서도 전기차 산업을 둘러싼 기술 경쟁과 시장 접근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측의 신뢰 부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 판매가격을 도입함으로써 유럽의 중국 의존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中 전기차, 유럽 등 시장 다변화에 중점
이러한 합의의 배경에는 중국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압박도 자리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전기차 업체들의 공급이 급증하면서 '제 살 깎기 식' 할인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 1위인 BYD까지도 30% 할인 등 저가 마케팅을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중소·신생 업체들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심화하자, 중국 정부는 현재 170여 제조사 중 중소·부실 업체를 퇴출하고 시장의 95%를 점유한 상위 10개 사를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결국 수요가 침체된 내수 시장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속속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BYD는 이미 브라질·태국에 공장을 건설했고 헝가리·튀르키예·인도네시아 등지에도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올해 해외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린 150만 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지리자동차 역시 동유럽과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 및 조립 거점을 확대하고 있고, 체리자동차는 스페인과 남미 지역에서 합작 생산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의 해외 진출 속도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11월 기준 중국 자동차 누적 수출은 634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했다. 연간 수출량은 사상 처음으로 7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자동차연구원은 2030년 중국 자동차의 해외 판매량이 1,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다변화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출 상위 10개국에는 아랍에미리트, 멕시코, 러시아, 벨기에, 영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필리핀,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지역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