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글로벌 분업이 재편한 혁신 전략
[딥파이낸셜] 글로벌 분업이 재편한 혁신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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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R&D 전문화, 연구·개발·생산을 기능별 최적지에 배치 헥셔–올린 논리로 분업 구조 형성 구매 전략, 회복력·업그레이드 반영한 다변화 공급망 기준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혁신의 경쟁력은 더 이상 한 나라 안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2024년 기준 글로벌 상위 2,000개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약 1조4,400억 유로(약 2,439조원)로, 전 세계 기업 R&D의 85% 이상을 차지했다. 연구개발의 주도권이 소수 글로벌 기업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생산 역시 국가별로 역할이 분화돼 있다. 중국은 세계 제조 부가가치의 약 29%를 담당하며 대규모 생산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이처럼 연구와 생산이 분리된 환경에서 기업들은 혁신 과정을 기능별로 배치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기초 연구는 인재와 연구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에서, 응용 개발은 공급망과 인접한 곳에서, 생산은 비용과 규모 경쟁력이 있는 지역에서 수행하는 방식이다. 연구·개발·생산을 국경을 넘어 분산하는 다국적 R&D 전문화가 제품 완성도와 확산 속도를 좌우하는 구조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는 기술과 도구가 개발되고 공급되는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다국적 R&D 전문화가 중요한 이유
헥셔–올린 모형은 국가가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보유한 자원을 바탕으로 비교우위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지식경제로 전환된 오늘날, 그 자원은 연구 인력, 공급망 역량, 생산 효율성으로 확장됐다. 다국적 R&D 전문화는 혁신의 각 단계를 이러한 국가별 강점에 맞춰 배치하는 전략이다. 기업들은 기초 연구를 연구 인력이 밀집된 지역에서 수행하고, 부품 개발은 기술 협력이 가능한 국가에서 진행하며, 설계 검증과 양산은 제조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에서 맡긴다. 혁신 성과는 특정 국가에 머무르기보다 기능별 분업을 통해 축적된다.
이 같은 분업 구조는 성과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기업일수록 특허의 질이 높고, 제품 개발 주기는 짧으며, 공급 충격에 대한 대응력도 크다. 독일 기업 데이터를 보면, 대규모 기업일수록 현지 거점이 없는 국가에서도 고품질 특허를 다수 확보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기초 연구는 국경을 넘어 수행되고, 응용 R&D는 생산 거점 인근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일반화됐다는 의미다. 생산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혁신 활동 역시 국내외에서 동시에 확장된다. 중국의 제조 비중이 변동 속에서도 유지되고,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국제 특허 출원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생산 역량과 혁신 역량은 분리돼 작동하며, 이를 전략적으로 결합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주: 독일 다국적기업의 혁신은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수 기업이 국내 연구개발과 해외 활동을 함께 운영하며, 해외 계열사와 연계한 공동 거점에서 혁신을 추진하는 경우도 많다. 지식 생산 영역에서도 비교우위에 따른 분업 구조가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기능별 분산이 만드는 개발 속도
다국적 R&D 전문화는 인재 부족, 긴 리드 타임, 높은 자본 부담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먼저 인재 측면이다. 이스라엘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6%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사이버보안, 학습 데이터 처리 등 초기 연구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의 기반이 된다. 기술 불확실성이 큰 단계일수록, 연구 인력이 밀집된 지역에서 개발이 이뤄질 때 속도와 정확성이 높아진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응용 엔지니어링을 제조 거점 인근에 배치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설계 변경과 공정 조정이 즉각 반영되면서 리드 타임이 단축된다. 2024~2025년 유엔 자료에 따르면 일부 지역의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제조업은 생산 수준을 유지하거나 확대했다. 연구 결과가 시험 단계를 넘어 양산으로 이어지는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배경이다.
자본과 위험 관리 역시 중요한 요소다. 기업 R&D가 소수 대기업에 집중되는 이유는 규모가 실패 위험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여러 개발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 일부 프로젝트가 중단되더라도 전체 제품 전략을 유지할 수 있다. 각국의 세제 혜택과 R&D 지원 정책이 더해지면서, 연구개발 기능은 효율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배치되고 있다.

주: 다국적기업의 특허는 고소득 국가에 집중돼 있지만, 실제 활동 범위는 다양한 소득 수준의 국가로 넓게 퍼져 있다. 혁신의 위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국경이 아니라 기술 역량과 산업 환경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국적 R&D에 맞춘 정책 설계
다국적 R&D 전문화에 대응하는 정책의 출발점은 기초연구다. 성과가 높은 국가는 공공 재원을 통해 기초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연구 인력 이동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 OECD에 따르면 전체 연구개발의 약 75%는 기업이 수행한다. 공공정책은 연구를 직접 대체하기보다, 실패 위험을 완화해 기업의 장기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육 당국 역시 보조금과 조달 기준을 학습 효과와 개인정보 보호 수준에 맞춰 설정할 필요가 있다.
개발 단계에서는 공급망 접근성이 성과를 좌우한다. 모든 부품과 공정을 자국에 두는 방식은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대신 신뢰 가능한 해외 파트너에 대한 인허가 절차와 기술 표준을 명확히 하면 개발과 검증 과정이 빨라진다. 교육 현장에 사용될 기술은 보안 검증과 자재 정보 공개를 전제로 체계적인 평가와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 보안상 국내 공정이 요구되는 경우에도, 부품 조달·조립·보안 검증을 기능별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생산 단계에서는 유연성이 중요해진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단일 지역에 의존한 공급 구조는 불안정해진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복수의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사전 승인된 부품을 활용하며, 수출 규제에 대응 가능한 제품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생산 비중이 지역별로 이동하는 환경에서, 조달 기준에 대체 생산 계획과 공급망 분산 여부를 포함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다국적 R&D를 둘러싼 세 가지 우려
다국적 R&D 전문화를 둘러싼 우려는 일자리, 지식재산, 공급망 안정성으로 압축된다. 먼저 일자리 문제다. 생산과 연구 거점이 분산되면 고용이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생산 네트워크가 다양한 기업일수록 고품질 특허를 더 많이 확보한다는 분석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연구·설계·품질 관리 등 고부가가치 기능은 오히려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책 대응의 초점은 이전을 차단하는 데 있지 않다. 공급업체와 연계된 기술대학과 직업 교육을 통해 분산된 생산 구조에 필요한 인력을 국내에서 육성하는 데 있다.
지식재산 보호 역시 관리의 문제다. 강력한 지식재산 제도와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갖춘 국가는 글로벌 특허 출원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공정이 해외에서 이뤄지더라도 핵심 알고리즘과 데이터는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 정부는 모델 관리 기준과 보안 규칙을 명확히 설정함으로써 연구의 개방성과 핵심 자산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공급망 위험에 대한 대응은 분산이다. 단일 지역에 의존한 공급 구조는 충격에 취약하다. 학교와 공공 조달 기관은 공급업체에 제조와 물류의 연속성 계획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설계와 생산을 여러 지역에 나눠 배치하는 구조는 특정 지역의 차질이 전체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춘다.
교육 현장에서 확인되는 효과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은 도입 시점의 성능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후 이어지는 업데이트, 기능 개선, 기술 지원까지 포함한 개발 구조가 함께 작동한다. 교실에서 사용되는 플랫폼과 도구는 연구·개발·생산이 여러 국가에 분산된 과정을 거쳐 공급된다. 이에 따라 학교는 초기 사양보다 다양한 환경에서의 적용 사례와 개선 이력, 장기 지원 계획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매 기준의 설정도 달라져야 한다. 단기 사용을 전제로 한 조달은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업그레이드 가능성과 기술 지원의 연속성은 핵심 요소다. 교사의 수업 경험과 피드백이 개발 조직으로 전달될수록, 교육 도구는 실제 교실 환경에 맞춰 조정된다. 조달 과정에서 공급망 안정성, 개인정보 보호 체계, 연구개발 운영 방식이 함께 검토돼야 하는 이유다.
국가 차원의 전략 역시 이 흐름과 맞물린다. 교육 기술의 전 과정을 한 국가 안에서 해결하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다. 인재, 공급망, 생산 역량 가운데 경쟁력이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대학의 기초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응용 연구가 현장과 연결되도록 제도를 정비하며, 품질 관리와 검증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기업이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제조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구조가 굳어졌다. 이 분업 구조가 학교에서 사용되는 기술의 성격과 공급 속도를 결정한다. 다국적 R&D 전문화는 연구, 개발, 생산을 각 단계에 적합한 지역에 배치해 혁신 과정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교육 현장에는 빠른 개선과 안정적인 공급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를 반영해 전략을 수립하고 조달 기준과 규제 체계를 설계할 때, 교육 기술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확산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New Comparative Advantage: How Multinational R&D Shapes Innova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