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깨운 원전 르네상스, 60년 만에 빗장 푼 인도에 빅테크 자본 몰린다
AI가 깨운 원전 르네상스, 60년 만에 빗장 푼 인도에 빅테크 자본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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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나선 빅테크, 인도 원자력에 베팅 인도 정부, SMR 앞세워 원전 발전 용량 10배 확대 목표 AI發 전력 수요 급증에 글로벌 원자력 사업 전환점 마련

인도 정부가 원자력 산업의 빗장을 풀며 대규모 확대 전략에 나섰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산업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앞세워 원자력 발전 용량을 대폭 늘리는 한편, 정부 독점 체제를 끝내고 민간 참여를 허용하는 제도적 전환을 단행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역시 AI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할 기저 전원 확보를 위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계기로 장기간 침체돼 있던 글로벌 원자력 산업이 반등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도, 원전 민간 참여 허용하는 법안 통과
8일(이하 현지시각) 인도 매체 유라시안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인도 정부는 2047년 독립 100주년을 맞아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 8.8기가와트(GW)에서 100GW로 10배 이상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도 원자력 에너지 미션(India Nuclear Energy Mission)'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SMR을 핵심 기술로 삼아 산업용 청정에너지 공급과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SMR 연구개발(R&D)에 22억3,000만 달러(약 3조2,300억원)를 즉시 투입하고, 오는 2047년까지 목표 달성을 위해 총 2,140억 달러(약 31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번 구상은 인도 정부가 추진해 온 원자력 발전 확대 정책, 특히 '원전 사업'에 대한 정부 독점 체제를 폐지하려는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달 15일 원전 사업에 민간 업체의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연방의회에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같은 달 17일과 18일 각각 하원과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20일 드루파디 무르무 대통령의 최종 서명으로 일주일 만에 초고속 입법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인도의 원자력 산업을 지탱해 온 기존 법체계는 60여 년 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인도는 1984년 마디아프라데시주 보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가스 누출 사고를 계기로 오랫동안 원전 부문을 국가가 독점해 왔다. 당시 사고로 수천 명이 사망하면서 인도 정부는 산업·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했고, 산업 장비의 공급업체와 운영업체 모두에게 사고 책임을 묻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법체계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고강도 규제와 국가 독점 구조는 민간 자본과 기술 유입을 가로막으면서, 원자력 산업 전반의 투자 확대와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는 데 구조적·전략적 제약으로 작용해 왔다.
1969년 첫 원자로를 가동한 인도는 현재 전국적으로 총 25기의 원자로를 운용 중으로, 모두 국영 원전 업체인 인도원자력공사(NPCIL)가 건설과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사실상 민간의 참여가 차단되면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국가 전체 설비 용량의 약 2%, 전력 생산량의 3% 수준에 불과하다. 모디 총리는 이번 법안 통과를 "인도의 기술 환경을 바꿀 획기적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향후 청년에게는 일자리를, 기업에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빅테크들, 인도에 대규모 투자 단행
이러한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구조적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도를 AI 및 클라우드 거점으로 낙점하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를 찾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모디 총리와의 회동자리에서 "2026년부터 4년간 175억 달러(약 26조원)를 인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MS의 아시아 시장 투자 중 최대 규모로, 지난해 초 발표한 30억 달러(약 5조원) 투자 계획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AWS는 2016년부터 2022년 사이 37억 달러(약 5조3,650억원)를 선제적으로 투자한 데 이어, 오는 2030년까지 텔랑가나·마하라슈트라 등지에 총 127억 달러(약 18조1,293억원)를 투입해 클라우드·AI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글도 지난해 10월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에 자사의 첫 ‘GW급 AI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150억 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광케이블망, 전력 인프라가 결합된 이 허브는 미국 외 지역에서 구글이 단행한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로 평가된다.
이에 글로벌 클라우드업계에서는 인도가 '차세대 하이퍼스케일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대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이 요구하는 전력만 수백 메가와트(MW)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중소 도시 전체 전력 수요에 맞먹는 규모다. 특히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만으로는 24시간 안정적 공급이 어렵다는 점에서 원자력 발전이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할 기저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美 빅테크들, 신규 발전소 프로젝트 확대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인도를 넘어 전 세계 원자력 산업에 새로운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2050년 미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이 현재 대비 6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향후 10년 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전력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원자력 산업은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는 높은 비용과 대중의 반감으로 장기간 침체됐던 원자력 산업이 전환점이 맞았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해 원자력 전력 확보와 신규 발전소 프로젝트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먼저 메타는 폐쇄 위기에 처했던 일리노이주 클린턴클린에너지센터와 장기 전력 구매 계약(PPA)을 체결하며 발전소의 20년 연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글은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와 손잡고 2020년 폐쇄된 아이오와의 듀안 아놀드 에너지센터의 부활을 추진 중이다. 이 시설은 2029년까지 재가동될 예정으로 구글은 향후 25년간 이곳에서 전력을 구매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워싱턴주에서 엑스에너지(X-Energy)의 SMR 4기를 구매하고 추가 8기의 옵션을 확보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 이퀴닉스(Equinix)는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라디언트 뉴클리어(Radiant Nuclear)에서 제작된 20기의 이동식 마이크로 원자로를 선주문했다. 전문가들은 “AI 전력 수요가 원전 투자의 실질적 촉매가 되고 있다”며 “AI 붐이 꺼지지 않는다면, 원자력은 21세기 에너지 전환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