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떠난 베트남 원전 프로젝트, 다자 경쟁 구도 속 ‘러시아 수주’ 유력
日 떠난 베트남 원전 프로젝트, 다자 경쟁 구도 속 ‘러시아 수주’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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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탄소중립 압박 속 원전 재개 서두르는 베트남 日, 차세대 원전 도입 및 완공 시점 이견에 협상 철수 러시아는 기술 이전과 수출금융 패키지 앞세워 공략

베트남이 전력난과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중단됐던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를 다시 꺼내 들었지만, 핵심 파트너였던 일본이 사업에서 이탈하면서 협상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닌투언 원전 2호기를 둘러싼 일본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베트남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국·프랑스·중국 등 대체 파트너를 놓고 다시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전력 수급의 시급성과 지정학적·외교적 이해가 맞물리면서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원전 사업을 둘러싼 국제 경쟁도 한층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베트남, 2031년까지 두 곳의 원전 가동 목표
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원전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달 내로 러시아와의 협상을 마무리하고, 두 번째 원전 건설에서 일본을 대체할 새로운 파트너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팜 총리는 “협상이 기대만큼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협의 지연 등 여러 장애 요인이 발생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2031년까지 두 곳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겠다는 기존 목표도 재확인했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애플 등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생산기지가 밀집해 있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산업 부문과 중산층의 소비 확대에 더해 가뭄·태풍 등 기상 이변이 겹치면서 최근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잇따랐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재생에너지·가스와 함께 원전을 장기적 전력 안정 장치로 재도입하기로 하고, 지난 2016년 중단됐던 닌투언 1·2호기 건설 프로젝트를 재개했다. 닌투언 1호기는 러시아가, 2호기는 일본이 각각 파트너로 참여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닌투언 1호기는 지난해 9월, 2호기는 지난달 중으로 각각 계약을 체결해야 했지만,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결국 지난달 이토 나오키 주베트남 일본 대사는 “완공 기한을 고려할 때 일본은 닌투언 2호기 사업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공식적으로 철수를 선언했다. 일본 측은 사업 지연과 비용 부담, 일정 준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프로젝트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韓, 목표 기한 시급해 실질적 '대안'으로 부상
당초 업계에서는 일본과 베트남이 1973년 공식 수교 이후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온 만큼 닌투언 원전 사업 협상도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베트남은 일본의 최대 공적개발원조(ODA) 수혜국 중 하나로, 앞서 베트남 정부는 일본 측에 원전 개발과 관련한 기술·재정 지원을 공식 요청하며 협력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 역시 베트남을 동남아 시장 공략의 전략적 교두보로 삼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위축됐던 자국 원전 산업의 해외 재도약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구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국의 인식 차는 뚜렷했다. 베트남은 전력난과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원전 가동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데 방점을 찍은 반면, 일본은 안전성 검증과 기술 완성도를 이유로 장기적인 일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일본이 차세대 원전 모델을 자국에서 먼저 실증한 뒤 수출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베트남이 제시한 '2030년 가동'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베트남은 전력 수급의 시급성을, 일본은 자국 원전 생태계 유지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으면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일본의 철수로 닌투언 원전 사업은 다시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현재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호주 등이 잠재적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경험을 앞세워 실질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 내 원전 기술력과 금융 조달 능력을 결합한 패키지 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호주의 경우, 자체 원전 건설 경험은 제한적이나, 세계 최대 수준의 우라늄 매장량과 에너지 안보 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핵연료 공급과 금융·외교적 지원을 결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카자흐스탄 등 신흥시장, 러시아 존재감 확대
다만 베트남 정부가 공산국가 시절부터 이어온 외교·에너지 협력 관계를 감안할 때, 러시아나 중국 등과의 협상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최근 전력난과 탄소중립 압박을 동시에 겪는 국가들이 대규모 금융 지원과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한 러시아 모델에 주목하면서, 러시아가 글로벌 원전 건설 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정치적 관계와 에너지 협력이 결합된 러시아의 접근 방식이 베트남 입장에서도 현실적인 선택지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인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자국 최초 원전 건설 사업자로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Rosatom)을 선택했다. 한국과 프랑스, 중국 등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최종 선택은 러시아였다. 기술 이전에 더해 국가 수출금융까지 결합한 러시아의 패키지 전략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형식적으로는 국제 컨소시엄 형태를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로사톰이 단독으로 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도 원전 수출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와 중국광핵그룹(CGN)을 앞세운 중국은 자국 내 대규모 원전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과 빠른 시공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금융 지원과 EPC(설계·조달·시공)를 결합한 패키지 제안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제재 리스크와 기술 표준, 안보 이슈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중국은 협상 구도에서 경쟁을 압박하는 변수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