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채용마저 얼어붙었다" 장기화하는 건설업 침체, 주요 건설사들은 활로 찾아 해외로
"대형사 채용마저 얼어붙었다" 장기화하는 건설업 침체, 주요 건설사들은 활로 찾아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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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건설사 직원 1년 새 6.5% 급감, 고용 붕괴 현실화 부동산 침체·PF 규제·공사비 급등 등 악재 누적되며 인력 수요 메말라 대형 건설사, 먹구름 낀 내수 시장 대신 해외 수주에서 활로 모색

국내 10대 건설사의 직원 수가 1년 만에 대폭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공사비 상승 등 악재가 누적되며 건설업 경기 침체 상황이 장기화하자, 건설업계의 인력 수요 자체가 말라붙는 모습이다.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져만 가는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10대 건설사 고용까지 '붕괴 국면'
9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10대 건설사 직원 수는 5만2,43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3,655명(6.5%) 감소한 수준이자, 10대 건설사 중 하나인 SK에코플랜트(3,560명)의 전체 직원 수를 웃도는 수치다. 2023~2024년까지만 해도 인원 감축 폭을 1.6% 선에서 유지하던 대형 건설사 사이에서도 고용 붕괴 흐름이 본격화한 것이다.
인력 감축 폭이 가장 컸던 건설사는 DL이앤씨다. 5,512명이던 직원이 1년 만에 4,734명으로 778명(-14.1%)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직원 수는 해당 기간 7,643명에서 6,946명으로 697명(-9.1%) 감소했으며, GS건설도 5,865명에서 5,297명으로 568명(-9.7%)을 내보냈다. 롯데건설은 5,607명에서 5,143명으로 464명(-8.3%), 대우건설은 5,441명에서 5,109명으로 332명(-6.1%)을 감원했다. 10대 건설사에서 인원이 늘어난 곳은 SK에코플랜트(128명, 3.6%)뿐이었다.
10대 건설사의 운용 인력이 줄어든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작업 현장 감소가 꼽힌다. 업황이 가라앉고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하며 '현장 채용 계약직' 수요 자체가 얼어붙은 것이다. 소위 '현채직'으로 불리는 이들은 건설사 전체 고용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 슬림화 행보도 직원 수 변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포스코이앤씨는 임원 조직을 20% 축소했다. 아울러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10대 건설사 중 4곳은 지난해 신입사원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건설투자가 2%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업계에서는 건설 고용이 단기간 내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설령 전망대로 수주와 착공이 재개되더라도 실제 고용이 창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기관들의 전망치는 현장 분위기와 괴리가 있는 장밋빛 전망"이라며 "지표가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즉각적인 고용으로 이어지진 않기에 유의미한 고용 회복이 이뤄지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업 업황 회복 기미 '요연'
이 같은 고용 위기는 10대 건설사를 넘어 건설업계 전체 상황을 살펴봐도 명확하게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3만9,000명으로 1년 전 대비 14만6,000명 감소했다. 건설업 부문 취업자 수가 200만 명 밑으로 하락한 것은 5년 만이다. 감소 폭은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1999년 상반기(-27만4,000명) 이후 26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하반기(-10만6,000명)보다도 컸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건설업 연간 취업자 수가 2024년보다 4.8%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는데, 이 같은 전망을 기반으로 단순 계산하면 작년 하반기에는 약 10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건설업 고용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일감 부족'이 지목된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건설기성액 가운데 건물 등을 짓는 건축 부문 실적은 7조4,065억원으로 전년(10조20억원) 대비 25.9% 급감했다. 11월 건축 부문 건설기성액(8조6,548억원)도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5% 가까이 줄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 PF 대출 규제 등으로 업황 전반이 가라앉으며 인력 수요가 대폭 감소한 것이다.
자재 가격·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도 치명적 악재로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2.45를 기록하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공사비가 상승하면 건설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줄어들고, 신규 착공도 줄줄이 미뤄지게 된다. 사실상 건설업 고용 불안정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해외 수주 실적은 증가세
건설업황 침체 흐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은 수익 창출을 위해 속속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472억7,000만 달러(약 68조9,24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4년(660억 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대 실적이며, 전년(371억1,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약 27.4% 늘어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연간 수주액이 4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1965년 해외건설 첫 수주 이후 9번째다. 앞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매해 4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이후에는 줄곧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지역별로는 유럽(201억6,000만 달러)의 수주액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187억2,000만 달러) 수주 영향으로 전년 대비 298% 급성장하며 전체의 42.6%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 건설업이 과거부터 강세를 보여 온 중동(118억8,000만 달러) 지역 수주는 전년 대비 35.8% 감소했다. 북미·태평양(64억 달러, -10%)과 중남미(13억8,000만 달러, -9.3%) 지역 수주 규모 역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가 352억8,000만 달러(약 51조4,400억원)를 기록하며 가장 많은 수주고를 올렸다. 이어 건축(72억2,000만 달러), 전기(18억2,000만 달러), 토목(14억6,000만 달러) 등 순이었다.
개별 기업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이 같은 해외 진출 가속화 흐름은 한층 더 뚜렷해진다. 일례로 대우건설의 경우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타레이크시티는 1990년대 말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이전부터 추진해 오던 사업으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사업권을 유지해 2012년 착공에 성공했다. 이후 대우건설은 지난해 베트남 타이빈성에서 3억9,000만 달러(약 5,690억원) 규모 끼엔장 신도시 개발 사업 투자자로 승인받았으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나이지리아, 캐나다 등 해외 각지에서 도시 개발 사업 및 부동산 개발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 대형 원전 기본 설계, 핀란드 신규 원전 사전 업무 계약 등을 체결하며 선진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또한 미국 텍사스 태양광 발전과 신안우이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대규모 사업권을 따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중동·오세아니아 지역 발전 설비 사업을 중심으로 약 62억9,412만 달러(약 9조2,500억원)를 수주했으며, 포스코이앤씨도 같은 해 6월 1조5,000억원 규모의 태국 걸프 MTP(Map Ta Phut)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공사를 수주하며 해외 사업 회복에 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