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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두 번째 美 주주 집단소송 피소, 153억 로비 효과 나올까

쿠팡, 두 번째 美 주주 집단소송 피소, 153억 로비 효과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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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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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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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장사 공시 책임 둘러싼 공방 본격화
정보 유출 인지·은폐 여부 및 주가 왜곡 인과관계 쟁점
美 정·관계 로비 네트워크로 방어 전략 가동 전망

한국과 미국의 쿠팡 주주들이 쿠팡을 상대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축소·은폐하고 사이버 보안 수준을 과장 공시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렸다며 미국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핵심은 한국에서 벌어진 유출 사태에 대해 미국 상장사인 쿠팡Inc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느냐다. 한국 법인의 운영 문제로 보느냐, 본사가 인지하거나 관리했어야 할 중대한 리스크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쿠팡이 감내해야 할 법적 부담의 성격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공방 과정에서 쿠팡은 지난 5년간 미국 정·관계에 구축한 전방위 로비 네트워크를 가동해, 한국발 이슈가 본사로 번지는 최악의 상황을 차단하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쿠팡 허위 및 부실 공시로 주가 하락’ 손실 주장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서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의 쿠팡 주주로 구성된 원고 측은 국내에서 이뤄진 허위·기망 진술까지 소송 대상에 포함해 미국 쿠팡 본사가 소재한 시애틀 관할 법원에 제소했다. 원고 측은 해당 진술과 공시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 주식의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만큼 관할권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의 공동피고에는 미국 쿠팡 본사인 쿠팡 Inc와 쿠팡 한국 법인, 그리고 김범석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가우라브 아난드(Gaurav Anand) 최고재무책임자(CFO), 브렛 매티스(Bret Matthes)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등 개인 피고가 함께 명시됐다. 원고 측은 이들이 연방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원고 측은 쿠팡이 정기 공시와 분기보고서 등을 통해 "사이버 보안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내부·외부 침해를 막기 위한 보안 절차와 통제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6월경부터 해외 서버에서 발생한 침해로 한국 고객 약 3,370만 명의 계정 정보가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를 초기에 제한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소장에 의하면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 배송지, 주문 이력 등이 포함됐으며 결제정보나 비밀번호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후 조사 과정에서 “한국 내 거의 전 이용자가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사안이 확대됐다.

주가 하락 과정도 주요 쟁점이다. 쿠팡 주가는 침해 사실이 단계적으로 공개될 때마다 하락세를 보였고, 원고 측은 허위·누락 공시로 주가가 인위적으로 유지되다 진실이 드러난 이후 급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7일부터 12월 16일까지 쿠팡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 전원이 이번 집단소송 대상에 포함됐다. 이 집단에는 한국과 미국에 거주하는 쿠팡 주주가 모두 포함된다. 원고 측은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법 제10(b)조와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인 'Rule 10b-5'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경영진이 보안 취약성과 침해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이를 공시하지 않았고, 오히려 긍정적인 메시지를 반복해 시장을 오도했다는 것이다.

현재 쿠팡 정보 유출로 피해를 본 소비자 집단소송은 다수 진행되고 있지만, 쿠팡 주주가 제기한 증권 집단소송은 이번 소송과 함께 지난해 12월 28일 미국 내 쿠팡 주주들이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 등 두 건으로 알려졌다. 북부연방법원에 따르면 쿠팡 Inc의 주주인 조셉 베리는 김 의장과 아난드 CFO를 상대로 증권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베리는 비슷한 상황의 다른 주주들을 대변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으며, 집단소송 성격을 고려할 때 소송 참여 원고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로런스 로젠 변호사는 소장에서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평가된다"면서 "쿠팡이 허위 또는 오해 유발 공표를 했거나 관련 공시를 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로젠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쿠팡은 부적절한 사이버 보안 프로토콜로 인해 전직 직원이 약 6개월간 탐지되지 않은 채 민감한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이에 따라 쿠팡에 대한 규제 및 법적 조사의 위험이 중대하게 커졌다"고 말했다.

美 소송 리스크? ‘대관 로비’ 방어막 견고

다만 법조계에서는 쿠팡 유출 정보가 미국 기준으로 고도의 민감 정보가 아니라는 취지로 반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7일 해럴드 로저스(Harold Rogers) 쿠팡 임시대표가 한국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개인정보법 위반 소지가 크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사고는 있었지만 SEC 공시가 요구하는 중대한 사건은 아니라는 논리로 해석된다.

쿠팡의 미국 내 로비 활동도 변수다. 미 상원의 로비정보 공개데이터베이스인 에프마이너스(F Minus)에 따르면, 쿠팡은 상장 직후인 2021년부터 작년 3분기까지 5년간 총 1,039만 달러(약 153억8,000만원)를 로비 자금으로 지출했다. 지난 2024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에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원)를 기부하는 등 로비 대상도 광범위했다. 연방 상·하원뿐 아니라 미 상무부와 국무부, 무역대표부(USTR),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의 로비 논리는 명확하다. 자신들을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술 기업’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쿠팡이 의회에 등록한 로비 보고서는 ‘미국의 농업 생산자, 중소업체들이 쿠팡의 디지털·유통·물류 서비스를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 ‘한국·대만·일본 등 동맹국과의 경제·상업적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 등이 로비 안건으로 제시됐다. ‘쿠팡을 건드리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논리가 바탕에 깔려 있는 셈이다.

대관에 힘쓴 덕분인지 미국 정계에서는 정보 유출 사건 이후 “한국 정치권이 쿠팡을 과도하게 압박한다”며 비난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Robert O'Brien)은 지난해 12월 24일 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 관계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한국이 미국 기술 기업을 겨냥해 그의 노력을 훼손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로 유명한 미국 정치평론가 스티브 코르테스도 최근 X에서 “한국 정부는 막대한 투자를 해온 미국 기업 쿠팡을 오히려 제재하고 있다”며 ‘한국의 미국 기업 배신 행위’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만 입증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취지의 서한을 국회에 보내기도 했다. 정부 역시 이 사안이 통상·안보 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대대적인 로비 활동이 한국보다는 미국에서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산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 증시 상장사인 쿠팡으로서는 국내 여론이나 행정 제재보다도 미국 SEC의 제재나 현지 사법 리스크가 한층 치명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IPO 기만 의혹 벗은 쿠팡, 이번 소송도 유리하게 끌고 갈까

쿠팡을 상대로 한 주주 소송이 격화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지난해 마무리된 미국 주주들의 집단소송 결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작년 9월 11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의 버논 S. 브로데릭(Vernon S. Broderick) 판사는 쿠팡 주주들이 2021년 제기한 집단소송을 기각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해당 소송은 2021년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의 주가가 급락하자 일부 주주들이 "당시 쿠팡이 제출한 IPO(기업공개) 신고서에 허위 및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제기한 것이다.

주주들은 소장에서 쿠팡이 △물류센터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높은 직원 이탈률을 은폐하고 △자사 브랜드(PB) 상품에 유리하도록 검색 결과를 조작했으며 △직원들을 동원해 긍정적 리뷰를 작성하고 △공급업체에 부당하게 가격 인하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쿠팡의 주가는 상장 첫날 장중 69달러(약 10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이듬해인 2022년 5월 10달러(약 1만4,5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졌다.

법원은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브로데릭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주주)들은 쿠팡과 경영진이 투자자를 속이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쿠팡의 근무 환경에 대한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공급업체와의 관계에 대한 주장 역시 "과장됐다(hyperbolic)"고 판단했다. 쿠팡이 직원들의 상품평 작성 사실을 이미 공개했고 가격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정황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주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판결로 쿠팡은 상장 초기부터 제기됐던 주가 폭락 관련 법적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로비전의 결과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꼼수 영업을 일삼다 문제가 터지면 정·관계 로비로 문제를 덮어왔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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