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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확산하는 ‘채용 축소’ 물결, AI 확대 속 성장과 고용 분리 본격화

미국 내 확산하는 ‘채용 축소’ 물결, AI 확대 속 성장과 고용 분리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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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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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3분의 2 “인력 감축·동결” 
성장의 비용, 사람 대신 기술
AI 친화 직무 확대 흐름 확산 

미국 기업들이 내년 경영 계획을 연이어 공개하면서 채용 확대를 사실상 배제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매출과 실적 등 성장 지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고용은 정체되거나 축소되는 형국이다. 이에 전문가 사이에서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자동화 기술의 확산과 특정 직무 중심의 ‘선택적 채용’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고용 시장의 변화 또한 단기적 조정을 넘어 대대적인 전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현실이 된 ‘고용 없는 성장’

29일(이하 현지시각) 구인·구직 플랫폼 인디드(Indeed)에 따르면 최근 미국 산업계 전반에서는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인력을 늘리기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이겠다는 기조가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이달 초 뉴욕 맨해튼에서 예일대 경영대학원이 주최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경영진의 66%는 내년에 인력을 감축하거나 현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3분의 1에 그쳤다. 인디드는 “고용 확대가 더 이상 기본 선택지가 아닌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최근 보도에서 미국 대기업들이 2026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채용 확대를 사실상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와 핀테크 기업 차임파이낸셜(Chime Financial) 등이 이미 내년 직원 수를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고용을 늘리지 않는 선택이 소수 기업의 방어적 판단이 아닌,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거시 지표와 고용 지표 간 괴리다. 미국의 올해 3·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기준 4.3%를 기록해 2023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개인소비는 3.5% 증가하며 성장률을 2.39%p 끌어올렸고, 시장 예상치였던 3.2%도 웃돌았다. 반면 실업률은 지난 9월 4.4%에서 11월 4.6%로 상승하며 2021년 9월 이후 4년 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장 지표는 견조한 상황에서 고용 지표는 악화되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기업 현장에서도 고용 정체는 갈수록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아마존, 버라이즌, 타깃, 유나이티드파슬서비스(UPS) 등 주요 기업들은 최근 수개월간 많게는 수만 명에 달하는 사무직 인력을 감축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 이동성은 크게 낮아졌다. 일례로 컴퓨터 제조사 IBM의 자발적 퇴사율은 2% 미만으로 30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로라 울리치 인디드 경제연구 책임자는 “데이터 분석과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등 고임금 산업에서 신규 채용이 특히 부진한 상황”이라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상황에서 채용도 거의 없는 상태가 오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AI·자동화 투자가 신규 고용 대체

그럼에도 기업들이 채용에 소극적인 배경에는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와 함께 AI가 더 많은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자리한다. 신규 인력 채용을 비용 증가 요인으로 인식하고, 당분간 현 인력 구조를 유지한 채 생산성 변화의 방향을 지켜보는 태도를 취하는 식이다. 이 같은 인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AI가 경제 성장과 생산성 증가를 촉진하는 동시에 일부 영역에서는 고용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성장과 고용 간 균열 가능성을 지적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역시 예일대 행사에서 “전국의 경영자들은 AI가 어떤 업무를 대체할지 불확실해 채용을 미루고 있다”면서 “현재 기업 분위기는 추가 인력이 필요 없다는 쪽”이라고 말했다. AI가 대체 가능한 영역이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채용 경색이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리사 쿡 연준 이사도 AI를 전기나 인쇄기와 같은 “범용 기술”로 규정하며 “이런 기술은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일부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증가하는 기술 투자 규모는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한다. 골드만삭스리서치는 내년 세계 AI 시장에서 대형 IT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를 5,270억 달러(약 755조원)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 3분기 전망치였던 4,650억 달러(약 666조원)에서 불과 한 분기 만에 13%가량 상향 조정된 수치로, 기업들이 인건비 확대 대신 서버, 데이터센터, 반도체, 소프트웨어에 자본을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투자 성과가 가시화될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동일한 매출과 성과를 더 적은 인력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해지고, 이는 다시 신규 채용을 미루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개별 기업 사례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선명히 드러난다. 미국 대형 은행 웰스파고의 찰리 샤프 CEO는 “AI가 인력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극도로 클 것”이라며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진 않겠지만,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웰스파고의 직원 수는 2019년 약 27만5,000명에서 현재 21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기업이 인력 확대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 투자와 조직 효율화를 통해 성과를 유지하려는 전략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기 무관 보수적 채용 기조 유지 가능성↑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고용시장 재편이 2026년과 2027년을 거치며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기업들이 인력 규모를 늘리는 대신 기술 투자와 조직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는 기조가 이미 정착 단계에 돌입했다는 판단에서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실리콘밸리의 사례를 들었다. 구글과 메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가 밀집해 있는 실리콘밸리는 미국 내에서도 평균 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실리콘밸리 전체 일자리 가운데 기술 관련 직무 비중은 12.6%에 달하며, 테크 기업 중심의 채용이 상시로 이뤄져 왔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은 48%로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임금과 글로벌 인재 유입이라는 특성 이면에서는 구조조정도 빠르게 진행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리콘밸리 지역 테크 기업들은 캘리포니아 노동청에 접수된 대량 해고 사전 통보(Cal-WARN) 기준 4만8,500명 이상의 인력을 내보냈다. 지난 3년간 메타는 5,195명, 테슬라는 3,652명을 감원했으며, 구글·인텔·브로드컴·세일스포스 등도 누적 1,000명이 넘는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이러한 흐름은 2025년에도 이어졌다. 올해 첫 두 달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8,700개로 같은 기간 지역 전체에서 사라진 일자리 9,900개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용시장 재편이 기업의 중장기 전략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본다.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빅테크와 스타트업 모두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했단 설명이다. 실제 구글은 지난 1월부터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하드웨어 프로젝트 인력을 감축하는 중이고, 메타 역시 메타버스 부문의 인력과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여타 기업들에서도 대량 해고가 이어지면서 기업과 구직 시장 내부의 불안은 갈수록 확대되는 분위기다. 

다만 시장 재편이 곧 전면적인 고용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풀스택 개발자, AI와 네트워크 보안 분야 인력 수요가 늘면서 AI와 바이오테크, 핀테크 등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채용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세일즈포스는 AI 솔루션 ‘에이전트포스(Agentforce)’ 출시와 함께 2,000명 규모의 인력 채용에 나설 계획을 밝혔고, 구글과 메타도 AI·머신러닝 분야에서는 연구개발(R&D) 인력 채용을 확대했다. 데이터브릭스는 최근 100억 달러(약 14조3,000억원) 규모의 시리즈 J 투자 유치를 발표하며 “AI 인재 확보와 신규 제품 개발에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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